김길수 교수와 함께 만나는 경남독립운동가 (12) 3·1혁명 순국지사 안지호 선생
3000명 참여한 3·19 함안장 만세시위 주도태극기 등 제작하고 주민에 알려옥중서 ‘자위가’ 남긴 채 순국
- 기사입력 : 2017-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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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호 선생 판결문.
3·1혁명 후 옥중에서 순국한 안지호(安知鎬, 1857~1921) 선생은 고성 출신으로 경남 출신 3·1혁명 공로자 중 가장 높은 등급의 서훈이 추서된 분이기도 하다.
안 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통감부와 일본 정부에 논책문(論責文)을 보냈다가 몇 차례 구금됐으며, 1910년 일제에 의해 국권을 빼앗기자 만국공관에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두 차례에 걸쳐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에게 조국의 독립을 요구하는 글을 보냈다가 부산지방법원 마산지청에서 징역 3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기도 했다.
1919년 3월 이후 전국적으로 독립만세운동이 전개되자, 당시 함안군 대산면 산서리에 거주하면서 한문교사로 있던 그는 조한휘(趙漢輝)·한종순(韓鍾淳)·이찬영(李讚榮)·조병흠(趙丙欽)·박건병(朴建秉)·강기수(姜琪秀)·한관렬(韓灌烈) 등 함안 군내 청년유지들의 협조를 얻어 3월 19일 함안읍 장날을 거사일로 정하고,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제작했다. 또 이 같은 계획을 인근지역 주민에게 비밀리에 연락했다.
3월 19일 정오부터 3000여명(판결문 2000명)의 대대적인 시위군중이 장터를 출발해 경찰주재소·군청·등기소·우편소·일본인 소학교를 차례로 시위행진하며 건물을 파괴하고 도처에서 일제 군경과 충돌하는 등 격렬한 시위가 전개됐다.
이후 안 선생은 이곳 만세시위의 주동자로 체포돼 대구복심법원에서 징역 7년형을 받고 부산감옥 마산분원에서 옥고를 치르던 중 모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옥중에서 ‘자위가(自慰歌)’를 남긴 채 순국하고 말았다.
자위가(自慰歌)
하늘이 덥고 땅이 시름이여! 이에 사람이 있도다.
아버지가 낳으시고 어머니가 기르심이여 나의 몸이 있도다.
인군이 있고 나라가 있음이여! 이에 이상(彛常)을 온전히 하리로다.
인군과 부모가 일체임이여! 만고에 큰 강령이라.
나 혼자 이 때 아닌 때 남이여! 몸도 용렬하고 재주도 어질지 못하다.
하늘이 나라를 돌아보지 않음이여! 차마 금수와 견양을 보겠는가?
난신역자가 다 후백(侯伯)이 됨이여! 슬프다 저 적과 같이 날뛴다.
인군의 원수를 갚지 못하니 신민의 큰 수치로다. 맹세코 한 하늘을 같이 이고 살지 않으리라.
죽으면 영화되고 살면 욕됨이여! 칠십 늙은이가 무엇을 경영할꼬?
다만 원컨대 일찍 지하에 돌아가 우리 인군을 보이고 자세히 아뢰리라.
이것으로 나의 마음을 결정하고 나의 정을 위로하여 큰 노래를 부르니 천지가 망망하도다. (필자가 행을 임의대로 구분함)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1963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경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문학박사)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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