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30) 노령연금에 의존하는 조손가정
거동 불편한 할머니가 손녀·손자 키워아들 내외 가출 후 생계 ‘막막’할머니, 골반 다쳐 네 차례 수술
- 기사입력 : 2017-02-0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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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반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정경희(73) 할머니가 좁은 방문을 열고 마중을 나왔다. 어린 손녀와 손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연일 평년 기온을 밑도는 추운 날씨만큼 할머니의 집도 한기가 가득했다. 5평 남짓한 안방을 제외하고, 문 앞과 작은방은 발이 시릴 정도의 냉골이었다. 컴컴한 부엌의 싱크대 역시 찬 기운이 맴돌았다. 정 할머니는 “기름보일러를 쓰는데, 기름값이 너무 비싸 안방 말고는 보일러를 돌리기가 힘들다”고 했다.
손주들과 함께 머무는 안방은 찢어진 벽지와 낙서를 한 탓인지 어수선해보였다. 골반을 다쳐 무려 4번이나 수술을 한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돈 벌기는 차치하고 집안 일하기도 벅찰 지경이다. 아프기 전에는 공공근로를 하거나 파지 수거로 적은 돈이라도 벌었지만 지금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사례담당자들이 정경희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8살 된 손녀와 6살인 손자는 지난해 초부터 할머니의 손에 맡겨졌다. 두 남매는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살았지만 엄마가 일을 나간다며 갑자기 아이들을 아빠에게 맡겨두고 나갔고, 아빠 역시 편지 한 장만 남겨둔 채 집을 나가면서 할머니가 키우고 있다. 할아버지는 9년 전에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가 아이들을 집에 두고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며 “날이 많이 추운데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어린 아이 둘을 키우기는 너무나 고되다. 더욱이 벌이가 없는 상황에서 할머니의 기초노령연금만으로 가계를 꾸리기는 더없이 힘들다. 한부모 가족 등 정부의 다양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아이들이 엄마 밑에 있는 제약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할머니는 힘들고 외로워도 기댈 곳이 없어 속으로 수차례 울음을 삼키기도 했다.
허리와 다리가 아픈 할머니가 밥을 챙겨 먹이는 것도 힘에 부칠 지경이다보니 학교에 들어간 손녀는 방과 후 지역아동센터에서, 손자는 어린이집에서 오후 일과를 보낸다. 손주들이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놀 수 있다는 것은 할머니에게는 다행이다.
두 남매는 아직 아버지가 집을 나간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사실을 알려주기보다 손주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서 제대로 치료도 받기 힘든 할머니는 “내가 제대로 해 주는 것이 없지만 저 어린 것들이 상처받지 않게 아들 내외가 빨리 곁을 지켜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며 “내가 많이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크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윤서영·서옥희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사회복지과 사례관리사는 “기초노령연금이 수입의 전부인 상태에서 할머니의 건강마저 좋지 않아 가구 해체가 우려되는 만큼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글·사진=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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