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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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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홍콩 구룡반도(침사추이)

  • 기사입력 : 2016-12-2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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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관광지들이 있다. 유럽 감성이 넘치는 프라하나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 영화 ‘나홀로집에’를 보며 꿈꿨던 크리스마스 뉴욕 거리 등.

    나에게도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홍콩의 ‘침사추이’이다. 홍콩은 ‘셩완섬’(센트럴)과 ‘구룡반도’(침사추이) 로 나눌 수 있다. 셩완은 조금 더 세련된 우리나라의 ‘강남’과 같은 곳이라면 구룡반도는 관광지나 사람 냄새가 더 많이 나는 ‘강북’과 같은 곳이다. 진정한 홍콩을 느끼고 싶다면 나는 ‘셩완’보단 ‘구룡’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꼭 한 번쯤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달 전쯤 엄마에게 홍콩행 비행기 티켓을 선물했다. 우리는 그렇게 12월 중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홍콩으로 향했다. 나 또한 마산에 살면서 크리스마스에는 교회나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축제를 즐길 생각에 더욱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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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저녁 8시 빅토리아 해변에서 열리는 ‘심포니오브라이트’.

    홍콩행 비행기에 올라 약 3시간 후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AEL(공항철도)을 이용해 침사추이로 향해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오후부터 관광을 시작했다.

    침사추이는 앞서 말했듯 관광지가 많고 사람들이 복잡하게 움직이는 곳이다. 홍콩 자체가 작은 면적에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때문에 높은 맨션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있다. 우리가 머문 게스트하우스 근처에는 바로 악명 높은 ‘청킹맨션’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청킹맨션’은 옛날 홍콩 느와르 영화에 많이 등장했던 곳인데 지금은 낙후되고 음침해 사람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하지만 맨션이 들어선 곳을 보는 것만으로도 홍콩의 랜드마크를 보는 기분이었다. 빼곡히 들어선 맨션을 보며 ‘내가 정말 홍콩에 왔구나’ 생각했다.

    침사추이 관광은 하버시티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버시티로 가면 선착장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셩완섬으로 이동하기 위해 스타페리를 타는 곳이다. 앞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졌고 반대편 셩완섬에는 높은 빌딩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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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풍의 건축물 ‘1881 헤리티지’.

    해변을 따라 걸으면 먼저 ‘시계탑’을 볼 수 있다. 유럽풍의 시계탑으로 1915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고 한다. 사실 이곳에 중국과 유럽을 잇던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역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이용한 시계탑이라고 하는데, 홍콩에서 유럽까지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었다니 신기했다.

    다음으로 시계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1881 헤리티지’가 있다. ‘1881 헤리티지’는 매월 그 달의 콘셉트에 맞춰 탑을 연출해서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명소이다. 우리가 간 12월엔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꾸며진 건물을 볼 수 있었다.

    매번 바뀌기 때문에 다음에 갈 땐 또 어떤 콘셉트로 꾸며져 있을지 기대가 되는 곳이다. ‘1881 헤리티지’는 120년 전 영국 식민지 시절 세워진 빅토리아풍의 건축물이다. 현재는 쇼핑몰로 이용하고 있지만 본래 해양경찰본부 건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건물 곳곳엔 총이나 포 같은 무기들이 전시돼 있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881 헤리티지’ 광장에선 어린 아이들의 합창 공연이 펼쳐졌다. 건물 끝 쪽엔 하버시티에 정착하는 배를 위한 보시구가 있는데 그 앞에선 결혼식을 이루는 커플이 있었다. 건물 곳곳을 돌아본 후 우리는 다시 시계탑이 있는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스타의 거리’로 향할 수 있다.

    본래 ‘스타의 거리’는 빅토리아 해변을 따라 홍콩 스타들의 손도장 명판과 동상이 전시돼 있는 곳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2018년까지 ‘스타의 거리’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신 손도장과 조형물을 옮겨 축소판으로 전시를 해 둔 곳이 있는데 바로 ‘가든오브스타’라는 곳이다. 시계탑에서부터 해변을 따라 20분 정도 걷거나 ‘이스트침사추이’역 P1 출구로 나가면 ‘가든오브스타’를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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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홍콩.


    옥상 정원처럼 꾸며놓은 곳으로 양조위, 이연걸 등의 손도장과 이소룡 동상 등을 구경할 수 있다. 그 곳에선 해변을 내려다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오후 저물어가는 햇빛이 빅토리아 해변에 비춰 춤을 추고 있었다.

    ‘가든오브스타’에서 엄마와 함께 홍콩 영화를 콘셉트로 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한 외국인 여자가 와서 우리의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 텍사스에 사는 여성이었고 남편과 여행을 왔다고 했다. 뮤비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엄마와 내가 표정이 너무 좋다며 사진을 찍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저녁이 되기 전 몽콕 야시장으로 향했다. 야시장에선 다양하고 값싼 선물거리를 구매하기에 좋다. 추천하고 싶은 곳은 ‘통통오빠’라는 나노블록 가게와 ‘샤샤’라는 드럭스토어이다. 또한 시장 내에서 러기지택이나 마그넷, 파우치와 같은 것을 구매할 수 있다.

    시장에선 ‘팽디라’라는 말을 써보는 게 좋다. 우리나라 말로 ‘깎아주세요’라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 계속해서 말하면 진상손님으로 보일 수 있으니 애교 섞인 어투로 한 번쯤 말해 보길 추천한다.

    홍콩은 야경으로 명성을 떨치는 만큼 밤의 거리는 축제와 같다. 그중 침사추이 야경 하면 ‘심포니오브라이트’를 빼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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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니오브라이트’는 매일 저녁 8시에 빅토리아 해변에서 시작한다. 내가 본 가장 명당 자리는 시계탑 부근 해안가이다. 가장 중앙에서 레이저쇼를 볼 수 있었는데, 하늘에 쏘아 올린 불빛은 말 그대로 찬란했다. ‘심포니오브라이트’는 15분 정도 진행된다.

    쇼가 끝난 후 뒤돌아보니 시계탑 또한 불이 들어왔다. 광장에선 크리스마스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고 우리도 스탠드에 걸터앉아 공연을 보았다. 캐럴이 울려 퍼졌고 늦가을 날씨였던 12월의 홍콩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엄마와 단둘이 먼 곳으로 여행을 한 것은 홍콩이 처음이었다. 사실 가기 전엔 다툴까 봐 걱정됐고, 자유여행이라 엄마가 체력적으로 힘들까봐 걱정됐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 달리 오히려 함께 여행을 하면서 더욱 돈독해졌다고 해야 할까, 함께 길을 찾고 정보를 찾으면서 오히려 서로에게 의지하는 파트너가 되었다.

    특히 엄마는 남들과 여행할 때보다 나와 여행을 하니 편하다고 하셨다. 마음이 놓인다며 나를 의지하는 엄마를 보며 마음이 뭉클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어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홍콩의 야경을 바라보며 행복한 밤을 만끽했다. 나중에 더 먼 곳도 함께 가자며 엄마와의 다음 여행도 꿈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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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를 맞아 꾸며진 시계탑.

    여행 TIP

    ① 한국에서 미리 AEL(공항철도)을 예약해간다. AEL+피크트램 패키지로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조금 더 저렴한 방법으로는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② 홍콩국제공항에는 원형 테이블로 된 카운터가 양 옆으로 보이는데 그곳에서 ‘옥토퍼스’카드를 구매할 수 있다. 우리나라 티머니와 같은데 대중교통(버스, 트램, 스타페리, 지하철)과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

    ③ ‘i sim card’라는 무료 유심이 있다. 데이터가 충전되는 형식이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후 공항에서 유심을 받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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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은

    △경상대 국문학과 졸업

    △커뮤니티 ‘여행을 닮은 인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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