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29)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주혁씨
불편한 몸으로 13살 때부터 어머니 병수발선천적 장애에 아버지 일찍 잃고 몸아픈 어머니·치매 할머니 돌봐
- 기사입력 : 2016-12-1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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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혁(가명·49)씨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로 태어났다. 그가 5살 때 아버지가 지병으로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삶을 비관해 우물에 뛰어들었다. 어머니는 그 후로 시름시름 몸져 눕는 일이 많았고 급기야 주혁씨가 13살 때부터 어머니의 대소변을 치우면서 살아야 했다. 어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가난한 살림은 더욱 궁핍해졌다. 이웃에 혼자 살고 있는 외할머니 집으로 거처를 옮기게 됐다.
그런데 외할머니마저 치매가 발병해 주혁씨는 두 노인을 돌보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으니 병원비와 생활비는 고스란히 은행 빚으로 커져 갔다. 하지만 자신이 아니면 돌볼 사람이 없었기에 주혁씨는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극진히 보살폈다.
박주혁(오른쪽)씨가 거창군 희망복지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신도 장애가 있지만 아픈 어머니를 정성껏 모셔 참여정부 시절에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훈훈한 효도 소식을 들은 거창군 자원봉사자모임인 120 기동대에서는 사랑의 집짓기 사업으로 지난 2006년에 조립식 주택을 지어 줬다. 10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창문이 부서져 덧입혀 놓은 비닐 사이로 바람이 들어왔다. 바닥은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차가웠다.
주혁씨는 기름보일러라 한번 넣으면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낄 수 밖에 없다고 속내를 전했다. 주혁씨는 지난 2011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마음 둘 곳이 없어 많이 방황하며 괴로운 날들을 보내기도 했다. 열심히 일해서 난방 걱정하지 않고 살고 싶지만 지체(하지기능) 2급 장애를 갖고 있어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다.
주혁씨에 대해 함께 자리한 거창군청 직원은 “긍정적이고 봉사를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애인 행사를 하거나 봉사행사가 있으면 시키지 않아도 오토바이를 타고 먼저 와서 행사를 돕는 성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거창읍에 있는 장애인 복지관에서 프로그램 수업을 하고, 오후 4시쯤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유일한 활력소인 장애인복지관 프로그램을 매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주위의 도움을 얻어 타고 다니던 중고 4륜 오토바이가 고장으로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거창군 장애인복지관까지 가려면 4륜 오토바이로는 20분이면 가능하지만, 그게 없는 경우에는 마을을 걸어 나가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다시 내려서 쉼터차로 갈아타고 가야 한다.
장애인복지관인 쉼터는 노래와 공예도 배우고, 좋은 선생님들과 같이 밥도 먹고 하는 곳이라 주혁씨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공간이다. 집수리가 필요하고, 보일러뿐 아니라 전기장판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형편이지만 모두 괜찮다고 했다. 그는 그저 “4륜 오토바이만 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거창군 희망복지담당자는 “남을 도우며 욕심내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는 주혁씨가 장애인복지관을 갈 수 있도록,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온정의 손길이 가득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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