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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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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진정한 문화의 융성을 기대하며- 장진화(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16-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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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유명 포크록 가수 겸 시인 밥 딜런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면서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작가보다 음악가로 더 유명한 인물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노벨문학상 제정 이래 처음이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랐던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고, 문학의 영역을 확장한 사례로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스웨덴 한림원이 화제를 끌어 모으기 위해 밥 딜런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이도 있었다. 그런 논란을 뒤로하더라도 씁쓸함이 남는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은 시인이 수년째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수상까지 이어지지 못한 점 때문으로, 높아진 기대감만큼 상실감이 커진 듯하다. 세계적으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이 다섯 손가락에 안에 드는 일본과 중국이 한두 명의 수상자를 냈을 뿐이니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에 대한 기대감만 가질 게 아니라 우리나라 문학의 위상을 한번 진지하게 짚어봐야 할 듯하다.

    언젠가 일본 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가 쓴 책을 읽다가 그가 10여년 전까지 일본 지폐 중 1000엔 속에 그려진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꽤 놀란 적이 있다. 2004년부터는 일본 여성문학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을 정도로 일본 현대 문학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히구치 이치요’의 초상을 5000엔 지폐에 넣고 있다. 문학인을 지폐 인물로 선정할 정도로 문학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일본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저력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무관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유로화로 통일되기 전 프랑스는 작가 생텍쥐페리를 화폐 도안의 인물로 채택했었고, 스위스 프랑화는 지금도 시인, 화가, 작곡가 등 문화예술인을 도안 인물로 사용하고 있다니 문화예술이 그 나라에서 어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얼마 전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 상에 관해서도 관심이 쏟아지곤 했었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이며 영국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을 한국작가가 수상하다 보니 서점마다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한동안 주춤했던 출판시장에 활기를 넣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작가가 이 상을 수상했다는 점에 관심을 둘 뿐, 어떻게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작가와 번역가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상이다. 상금도 같다. 작품을 쓴 작가만큼이나 번역가의 역량을 높이 인정하는 것이다.

    수상자인 한강씨도 수상하게 된 이유에 ‘좋은 번역자와 편집자를 만나서 굉장한 행운’이라고도 밝혔다.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논의하고 고민해야 할 때에, 단지 유명 문학상을 우리 한국인이 받았다는 데 수상의 의미가 그치는 듯해 안타깝다.

    문화의 기초는 문학이며, 그 콘텐츠의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 귀중한 보물을 찾고 그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행운’의 기술적 기반을 구축해야 할 때다. 각종 정책이 난무하는 문화예술융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장진화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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