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가명·11세)이는 어머니 뱃속에서조차 평안을 누리지 못하고 세상에 태어났다. 부모는 결혼해 1남1녀의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정훈이를 임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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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으며 축복 속에서 태어나야 했지만 정훈이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사고와 난폭한 행동으로 스트레스가 심해 고혈압과 임신 중독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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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임신 27주 만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채 수술로 정훈이는 세상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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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로 태어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만성신부전증이란 병과 함께 어머니의 품속에 안겼다.
정훈이와 어머니가 아동상담교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어머니는 정훈이를 조산하면서 충격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쇼크로 의식을 잃은 적도 많았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정훈이의 많은 병원비 지출로 경제적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자 부모의 갈등은 더 심해져 정훈이가 3살 되던 해 이혼을 선택했다. 정훈이 어머니는 건강한 딸과 아들은 남편에게 맡기고, 아픈 정훈이만 데리고 살게 됐다.
현재 11살인 정훈이는 어린 나이에 말기 신장병, 호흡곤란, 급성 폐부종, 고혈압 등의 질병을 앓고 있다. 작년까지 매달 한 차례 양산부산대학교 병원을 찾아 정기검진을 받고 신장약을 복용했지만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져 올해 3월부터 신장 투석을 시작했다. 1회 투석 시 3시간이 소요되고 주 3회 투석을 받고 있다. 합병증으로 인해 입·퇴원이 잦아지는 생활이 이어질 뿐 아니라 투석을 하면서 구토와 폐부종이 심해져 입원 치료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어머니는 정훈이의 유일한 가족이자 보호자이다. 이혼을 하면서 남편과 다른 자녀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아이를 함께 돌봐줄 친·인척이 아무도 없고 오랜 병원생활로 정을 나누는 이웃도 없다. 혼자서 정훈이를 돌봐야 하기에 자신의 몸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건강이 좋지 않다. 빈혈로 어지럼증을 자주 느끼며, 자궁근종으로 적출 수술이 필요하지만 수술기간 동안 정훈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유 없이 다리가 붓고 걸어 다니는 것이 힘겨워 의사로부터 정밀검사를 권유받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비 80여만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월세 30만원이 주거비로 나가 50만원으로는 치료비와 생활비가 늘 부족하다. 월세는 제때 지급하고 있으나 휴대폰 요금, 세금 등 각종 공과금이 체납돼 있다. 최근 정훈이가 혈액 투석 도중에 호흡곤란이 자주 발생해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 달 이상 장기입원하면서 자부담 의료비가 많이 청구됐다. 게다가 요관 수술을 앞두고 있지만 수술비 마련은 막막하기만 하다.
정훈이는 지적장애 2급으로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으나 잦은 병원 생활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
두 달간의 병원 생활 후 퇴원하는 날 만난 정훈이는 11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왜소한 체격(키 110㎝·몸무게 17㎏)이었다. 뼈만 앙상하게 있어 만지면 부러질 것 같아 아이를 안기가 조심스러웠다. 병의 특성상 식이요법이 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손가락으로 셀 정도다.
옛날 주택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 창고로 쓰이던 곳이 정훈이네 집이다. 방은 침대 하나 놓으면 앉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협소하다. 정훈이는 텔레비전도 장난감도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어머니의 휴대폰으로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휴대폰도 잘 다루지 못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조그만 휴대폰 화면만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출구다. 의사표현 능력이 떨어져 ‘뽀로로가 재미있니’라는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힘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아프리카 난민 아이같이 앙상한 모습의 정훈이를 마주하고 질문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어린아이로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혜택을 한 번도 누리지 못한 아이가 숨만 쉬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며 “세상에 태어나 한 번쯤은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느끼며 환히 웃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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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난달 9일자 엄마·아빠가 많이 아픈 정현이 후원액 522만원 (특별후원 BNK경남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