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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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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아주 특별한 문학주간을 기획하며- 장진화(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16-10-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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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서울의 유명 문화센터에서 유명 시인이 강의하는 문학강좌가 수강생이 없어 개강을 한 주 미뤘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방도 아닌 수도권에 문학인구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씁쓸했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강좌에는 수강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사람들이 몰려왔고 운영도 잘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역에서 시창작, 수필창작 같은 그나마 인기 있는 장르의 문학 강좌를 개설하는 것조차 큰 모험이 되고 있다. 수강생이 모집되고 우여곡절 끝에 강좌가 개설돼도 수강생의 참여도가 적어 폐강 위기에 놓이는 경우도 많았다. 지역 대학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문학을 비롯한 교양강좌보다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자격증 과정만 사람들이 모일 뿐이라고 한다.

    등단하고 문협에 가입한 지 20여 년이 된 선배 문인은 때때로 만나 투덜거리곤 한다. 20년 전에도 내가 제일 막내였는데 아직까지도 막내라고. 젊은 후배 문인들이 문단에 들어오지 않다 보니 그렇다고. 다행히도 우리 지역 한 대학에서는 ‘청년작가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젊은 작가를 배출하고는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작가를 꿈꾸는 청년이 있어도 이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곳이 없고, 취업지옥에서 먹고사는 일에 급급해야 하다 보니 배고픈 작가를 꿈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문학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문학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문학평론가 김현은 ‘한국 문학의 위상’이라는 책에 ‘문학은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 편의 아름다운 시는 그것을 향유하는 자에게 그것을 향유하지 못하는 자에 대한 부끄러움을, 한 편의 침통한 시는 그것을 읽는 자에게 인간을 억압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소위 ‘감동’이라는 말로 우리가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는 심리적 반응이다’라고. 즉 유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돈이 전부가 되는 시대, 돈도 되지 않고 유용하지도 않지만 그렇기에 유용한 문학. 경제적 잣대가 아닌 우리 마음의 잣대를 문학에는 대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시대적 요구 때문인지 10월 문화의 달을 맞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8일부터 14일까지를 ‘문학주간 2016’으로 정하고 ‘문학을 즐기고 나누자’라는 주제로 다양한 문학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문학을 단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듣고, 즐기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국민의 문학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문학계 참여를 활성화해 한국문학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이런 노력으로나마 한국문학이 좀 더 어깨를 펴고 대접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긴 하지만 큰 기대감은 생기지 않는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10월이면 독서주간이라고 이미 많은 학교와 도서관에서 다양한 행사를 펼쳐오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필자는 이 가을, 내가 기획하고 나를 위한 나의 문학주간을 제안해 본다.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느껴봤을 문학의 감동, 그것에 한 걸음 다가가 보는 것이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 급급했지만 급한 일들은 잠시 미뤄두고 책장에 오래오래 모셔둔 책 한 권 꺼내보기, 문학행사에 참여해 보기, 가슴에 여운이 오래 남는 시 한 편 찾아서 지인에게 문자나 카톡을 전해 보기, 귀뚜라미 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벽까지 책 읽어 보기. 그러면 이 가을 우리의 삶이 더욱 풍족해지지 않을까.

    장진화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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