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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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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무덤 속에 들어 있는 물

  • 기사입력 : 2016-09-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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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군 모처에 묏자리를 감결(勘決·잘 조사해 결정함)한 적이 있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주변 곳곳에서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벌초를 하는 나이 지긋한 분들을 보면서, ‘명당’이 아니라면 차라리 화장(火葬)을 해 평장(平葬)으로 하기를 권하고 싶었다.

    아무튼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고 장대석과 북석(무덤 앞 상석을 괴는 북 모양으로 생긴 둥근 돌)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의뢰인의 부모 묘를 보면서 멀리 살다 보면 오기도 힘들고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있는 묘를 보면 마음이 괴로울 테니 화장을 해서 하박석 위에 와비를 설치한 평장을 권했다.

    의뢰인은 내 말을 듣고 오히려 한숨을 크게 쉬면서 평소에는 사초(莎草·무덤을 다듬는 일)나 석물 정비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던 형제와 친척들이 막상 파묘(破墓·무덤을 파냄)를 해서 평장을 하겠다고 하면 돈을 내라는 것도 아닌데 극렬하게 반대부터 하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묘에 손을 대면 흉사가 자신과 후손에게 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묘 뒤쪽 주산의 산줄기가 평지를 향해 내려오는 도중에 4m 도로가 산줄기를 자르듯이 나 있지만, 지맥(地脈)을 절단할 정도로 손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묘가 위치하고 있는 곳은 산줄기가 멈춘 곳이 아니라 아래로 진행하는 곳이므로 아주 길한 자리로 볼 수는 없었다.

    묘는 산줄기의 좌우로 치우침이 없고 고운 흙이 두툼하게 덮여 있는 ‘득도 없고 해도 없는 곳이지만 노력하기에 따라 성공할 수 있는 터’인 무해지지(無害之地)였다. 산줄기(용맥)는 상하기복은 약하지만 좌우굴곡이 있어서 생룡(살아있는 용)이며 좌측 산인 청룡이 우측 산의 백호를 감싸고 있는 형상으로 혈장(묘를 포함한 주변지역)을 향해 부는 흉풍은 없었다. 하지만 생기가 오래 머무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무해지지라고 보는 것이다.

    음택(陰宅·묘)은 산줄기에서 평지로 내려오다가 단단하고 좋은 흙이 있는 평탄한 곳이면서 주변 여건이 길하면 자리로 써도 무방하다. 하지만 양택(陽宅·산 사람이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곳)은 산줄기가 끝난 평탄한 곳을 쓰는 것이 위험이나 사고가 날 염려가 적다.

    사람의 뼈는 ‘도체’로서 기(氣)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인체 가운데 가장 많은 기가 응결돼 있다. 사람을 매장하면 피와 살은 곧 썩어 없어지지만 뼈는 서서히 산화된다. 산화되는 과정에 발생하는 파동은 동일한 유전인자를 가진 후손에게 전달돼 길지인 경우 복을, 흉지인 경우 재앙을 주는 것을 ‘동기감응’이라 한다. ‘청오경’에는 동기감응이란 동쪽 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니 서쪽 산에서 구름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쓰여 있다. 중국 남송의 유학자인 주자는 ‘제사를 지내서 혼과 백에 보답하고 천지사방과 하늘과 땅에 간청하면 모두 감응해 이르는 이치가 있다’고 했다. 또한 사람이 죽으면 다른 사물이나 자연현상과 마찬가지로 기가 흩어지지만 단시간에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완전한 소멸’에 이를 때까지 제사나 후손들을 통해 감응한다고 했다.

    자손이 조상에게 참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면 오랜 세월이 지나 기가 다 흩어진 뒤라 할지라도 감응할 수 있다고도 했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인 융은 ‘살아있는 자가 죽은 자를 괴롭힐’ 경우 죽은 자와 산 자 모두에게 온전한 평화와 생멸하는 생 전체의 가치가 훼손된다고 역설했다. 즉 죽은 자를 험지에 두거나 예를 다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면 산 자가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융의 이러한 견해는 동기감응을 이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부친을 몇 년 전에 매장하고 나서부터 가족에게 흉사가 생긴다고 하며 안치된 부친의 묘 옆에 위독한 모친의 묘를 써도 되는지 문의가 와서 공원묘원에 간 적이 있다. 부친의 묘를 확인하고 나서 광중(무덤 속)에 스며들어간 물이 있으니까 모친이 사망하면 같이 화장을 해서 자연장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모친이 사망하자 파묘한 부친의 묘에 물이 스며든 것을 확인하고 의견을 수렴해 수목장을 했다는 연락이 왔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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