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25) 김해 사는 장애인 정호씨
장애 안고 16년째 컨테이너서 생활어릴때 머리 다쳐 정신지체 3급월급 절반은 아버지가 진 빚 갚아
- 기사입력 : 2016-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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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행 지역공헌기관사업부 안재우 차장과 경남은행 사랑나눔재단 권남숙 대리가 정호(가명)씨와 얘기를 하고 있다.
김해 한림면의 산업단지 내 한 공장. 생활용품을 만드는 공장의 한편에 컨테이너 박스가 자리하고 있다. 정호(가명·29)씨는 지난 2001년부터 이 공장에서 일하며 컨테이너에서 잠자리를 해결하고 있다. 어릴 적 엄마에게 안긴 채 시외버스를 타고가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정호씨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정신지체 3급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 장애를 안고 살게 된 정호씨는 현재 공장에서 모든 하루 일과를 보낸다. 컨테이너에서 일어나 공장에서 일하면서 밥을 먹고, 다시 컨테이너에서 잔다. 그나마 컨테이너도 집이 먼 정호씨를 위해 공장에서 제공해줬다.
정호씨는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일일이 포장하는 일을 한다. 장시간 단순 노동에 지칠 법도 하지만, 이씨는 불평불만을 터뜨리지 않고 성실하게 일해 공장 관계자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 한 달 월급은 100만원 정도. 잔업을 하거나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되면 급여는 더 많아진다. 하지만 통장 잔고는 30여만원이 전부다. 오히려 1500만원의 대출 빚이 정호씨의 어깨를 짓누른다. 이 대출금은 아버지가 정호씨 명의로 빌린 돈이다.
통영이 고향인 정호씨는 열 살 무렵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버지와 같이 생활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재혼으로 3명의 동생이 생겼고, 다시 이혼하면서 아버지는 홀로 자식들을 돌봤다. 어머니가 다른 동생이지만, 정호씨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가족이었다.
특수교육기관인 거제애광학교를 졸업한 정호씨는 졸업 후 진주 사천에 있는 공장에 취업해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다. 급여가 아버지 통장으로 이체됐지만 속상하지 않았다. 김해로 직장을 옮긴 뒤에도 주말이면 집이 있는 통영에 가 동생들을 보며, 낚시를 즐기는 게 정호씨의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그런 행복한 나날도 잠시. 올해 2월 아버지가 뇌출혈로 갑자기 숨지면서 모든 게 힘들어졌다. 동생들은 예상치 못한 아버지의 많은 빚으로 인해 상속을 포기해야 했다. 정호씨 이름으로 사용한 빚도 이때 주변 사람들에게 발견됐다.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동생들은 자신들의 친모에게 가면서 정호씨와도 자주 볼 수 없게 됐다. 정호씨의 법정보호자인 어머니에게도 연락이 닿았지만, 20년 동안 연락이 없던 친모는 친권을 포기했다.
처한 여건이 무척이나 답답한데 생활하는 공간도 다소 불결하다 보니 힘겨운 상황이다.여름에는 열대야와 습한 더위, 겨울에는 혹한을 견뎌내야 하는데 고역이나 마찬가지다.
매달 임금의 절반 이상이 대출 상환으로 빠져나가면서 보금자리 마련은커녕 저축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정호씨의 작은 소망은 동생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상담에 동행한 사회복지사는 “정호씨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배다른 동생들을 위해 헌신했으나 아버지 사망 이후 본인이 사용하지도 않은 빚에 시달리고 있다”며 “개인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곳에 있어 회사 부근 월세방이라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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