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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공연예술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개최 응원- 박승규(부산예술대 연극과 겸임교수)

  • 기사입력 : 2016-07-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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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부터 서울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연극인들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현 정권의 문화예술인 검열에 항의해 공연예술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를 시작했다. ‘검열’을 소재나 주제로 삼아 20개팀, 21개의 작품이 참여해 10월까지 공연이 이어지고 관련 포럼도 가진다. 이 공연예술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예술 지원제도에서 특정인을 탈락시킨 것을 사실상 정부의 검열로 규정하고 연극인들의 자발적 참여와 지원금 없이 후원 모금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했다고 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심의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풍자가 포함된 연극 <개구리>를 만든 B작가와 지난 대선 당시 야권 후보 지지연설을 했던 L연출가의 작품을 심사에서 최고점을 주고도 지원 대상에서 떨어뜨리고, 선정 후 지원금 수령 포기를 종용하고 지원포기 각서까지 쓰게 한 일이 드러나 전국적으로 예술가들에 대한 검열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혹들이 제기됐다. 또 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대학로 예술극장 내에서 열린 공연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공연예술센터장과 간부 2명이 공연을 방해해 직무정지되는 일도 있었다.

    분명 시대착오며 역행이 아닐 수 없다. 예술가들에 대한 정치검열은 일제 강점기나 독재시대에나 있었던 일들이다. 이에 연극인들이 예술 검열과 탄압 의혹에 강력 반발하며 규탄했다. 그리고 올해 공연예술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를 개최하며, 지원을 포기하고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예술의 여러 장르 중 인간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닮아 있는 예술이 연극이다. 세상은 무대요, 인간은 무대에 등장해 퇴장하는 극중 인물처럼 한 번 왔다 사라지는 유한성을 갖는다는 것. 그리고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다양한 목적을 가진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 또 갈등과 위기 속에 대전환이 존재한다는 것이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이리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연극은 삶의 거울이며, 시대상과 시대적 성격을 부여해 주는 일을 한다고 했다. 허구를 기초로 한 연극은 시대를 거쳐 오면서 관객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게도 하고, 보이지 않는 내면이나 초현실의 세계와도 직면하게 했다. 또한 삶의 부조리를 꼬집고, 사회에 대한 맹렬한 비판 기능까지도 제공하면서 시대정신을 담아왔다. 우리나라 전통연극 대부분도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연극은 그만큼 허구적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형식에, 다양한 사회 현실을 반영하며 시대정신을 표출해 왔다.

    또한 20세기 초입부터 기존의 예술관과 삶의 가치관에 저항하고 개혁을 부르짖었던 전위연극은 다양한 표현의 자유를 구가하며 기존의 통념에 저항했다. 물론 대부분의 급진적 연극들은 그 가치를 이어가지 못하고 소멸했지만 그 영향은 지금의 연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술이 세상을 바꾸며 삶을 바꾼다는 진실을 믿는다’는 문화예술위원회의 윤리헌장의 명문처럼 통념과 관습에 저항하는 예술들도 있어야 사회가 바뀌어 간다고 믿는다.

    현 시대에 정치적으로 입장차가 다르거나 비판적 시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예술지원에서 배제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그런데 진짜 심각하게 여겨진 것은 지난해 검열사태가 드러나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나 문화예술위원장의 태도였다. ‘정치적 이슈에 몰두하는 예술가들이 문제’라거나 ‘사회적 혼란을 예방하는 것이 예술위의 임무’라며 사실상 검열을 시인하면서도 별 문제없다는 듯한 그들의 대응 방식이었다.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갈등에 대한 정부 관료들의 대응 방식과 닮아 있다고 여기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예술이 현실과 역사에 대해 풍자하고 비판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이며, 예술가들이 국민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결정도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는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공정한 사회에 살고 싶은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의 당찬 개최에 응원을 보낸다.

    박 승 규

    부산예술대 연극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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