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24) 김해에서 조부모와 사는 희은이
보일러 고장·창문 깨진 집에서 생활조부모 공공근로·폐지 주워 생계
- 기사입력 : 2016-07-0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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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은(가명·6·여)이는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환영받지 못한 채 태어났다. 부모가 모두 정신장애로 치료를 받던 중 병원에서 만나 임신해 결혼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유산을 권유했지만 뱃속의 생명을 어찌하지 못했다. 희은이가 태어나자 양육은 일흔이 넘은 조부모가 감당해야 했다. 부모가 정신이 온전치 못한 탓에 제때 분유도 주지 못할 뿐더러 때로는 혼자 두고 나가버리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정신분열이 심해지면 병원에 수시로 입퇴원을 반복해야 했다.
현재 희은이의 아빠는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를 내 교도소에 수감 중이고,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다.
김해에서 조부모와 살고 있는 희은이의 심리상태를 상담사들이 알아보고 있다.
조부모에게는 1남 2녀의 자녀가 있으나 동거인인 첫째 딸도(48·미혼) 정신 및 신체 장애가 있어 바깥 활동이 되지 않아 기초생활수급자이다. 타지에 살고 있는 막내딸이 가끔 도움을 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출가한 딸도 여유 있는 살림이 아니다.
희은이의 조부모는 폐지를 줍거나 공공 근로를 하기도 했지만, 나이가 많고 몸이 아파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조부모와 희은이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로 돼 있으나 희은이의 아빠가 교도소 수감 중이라 생계비가 지원되지 않아 국민연금과 기초노령 연금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생활비는 많이 들지 않지만, 사는 곳이 외곽지역이다 보니 수입의 대부분이 교통비와 공과금으로 지출된다. 조부모는 나날이 커가는 희은이를 바라보면 가슴 뿌듯하지만, 나이가 많은 데다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앞날이 막막해 걱정부터 앞선다.
27년째 살고 있는 집은 오래돼 벽지와 장판이 낡았고 보일러도 고장난 지 오래됐지만 교체할 목돈이 없어 전기장판으로 생활하고 있다. 출입구 창문은 깨졌으나 교체할 여유가 없어 임시방편으로 비닐을 씌운 상태고, 창문의 방충망은 망가져 온갖 벌레들이 방안으로 들어와 여름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희은이는 아무 걱정이 없는 천진난만한 얼굴이다. 부모가 정신병원을 드나들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부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퇴원해 가끔 집에 오면 너무나 좋아한다. 잦은 병치레 때문인지 또래보다 훨씬 작은 키지만, 생글거리며 이야기를 곧잘 한다. 하지만 집이 시골 변두리에 위치해 어린이집 차가 오지 않아 할아버지가 등·하원을 시키고 있다.
할머니는 “희은이는 여느 어린이들처럼 피아노와 발레를 배우고 싶고, 놀이동산에도 놀러가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이미 현실을 감지한 것인지 떼를 쓰거나 하지 않고 나이에 비해서 많이 어른스럽다”고 말했다.
희은이의 심리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HTP 검사(나무, 집, 사람 등을 그리게 해 아동 심리를 파악하는 검사)를 진행했으며, 검사 결과에 대해 강명희 한국미술심리치료협회 경남지부장은 “귀, 목, 팔, 손, 다리, 발등이 생략된 그림을 보고 100을 기준으로 삼을 때 많이 떨어진다. 5, 6세 아동에게는 정서지능이 발달되는 골든타임이다”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유아 바우처)을 알려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진성주 대리는 “희은이가 부모가 아닌 조부모와 함께 지내면서도 밝은 모습이라 고마웠다”며 “희은이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후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정민 기자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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