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23) 몸 아픈 베트남 출신 엄마와 단둘이 사는 다정이
“그저 미안해요”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엄마엄마, 남편 폭력 시달려 이혼자궁수술 후에 일 못하는 상황
- 기사입력 : 2016-04-0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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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해 줄 수 없어 미안해요.”
함양에서 홀로 초등학생 딸 다정(11·가명)이를 키우는 박진주(33·여·가명)씨. 베트남 출신인 박씨는 얼마 전 자궁근종 수술을 받으면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주민센터에서 마련해주는 차상위 자활근로로 돈을 벌었지만 치료를 위해 누워있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에 자신보다는 다정이에게 미안함이 크다.
함양군 사례관리사가 다정이 엄마, 다정이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씨는 베트남에서 의대를 다닐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집안의 생계를 위해 한국에 시집왔다. 하지만 그녀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행복이 아니었다. 치매와 중풍을 앓는 시어머니와 생활비를 전혀 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쉽지 않은 생활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 잦은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남편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남의 밭에서 양파를 캐고, 사과를 따면서 생활비를 번 박씨는 다정이를 낳으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해맑은 다정이의 미소는 박씨에겐 기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다정이가 태어나도 남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이웃사람들뿐 아니라 형제와도 왕래를 하지 않는 남편은 커가는 다정이에게도 폭력을 휘둘렀다. 견디다 못한 박씨는 이혼만 해주면 위자료를 안 받겠다는 조건 하에 지난해 남편과 갈라섰다.
다정이와 함께 사는 게 행복했지만 넉넉하지 않은 살림은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 현재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주고 상가 주택에 살고 있는 박씨는 차상위 자활근로를 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었지만 막상 손에 쥐는 것은 많지 않았다.
보증금을 빌린 탓에 조금씩 갚아야 하고, 매달 나가는 월세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때문에 지난 겨울을 전기장판으로 보냈다.
혼자 다정이를 어렵게 키우고 있지만 남편 탓에 복지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주변의 얘기를 듣고 지난해 맞춤형복지급여를 신청했으나 남편의 부양능력이 인정되면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갑작스런 자궁근종으로 수술을 받은 박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외국인이라 아는 사람도 없고 복지 사각지대라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술 이후 통증으로 몸이 아프지만 박씨는 컴퓨터와 책상이 없어 바닥이나 밥상에서 숙제를 하는 다정이를 보면 마음이 더욱 아린다.
“어렸을 적 충격이 남았는지 (다정이가) 아빠라는 단어에 심하게 고개를 내저어요. 갖고 싶어 하는 것, 하고 싶어 하는 것 많을 텐데 못해주고 오히려 짐만 되는 것 같아 미안해요. 앞으로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걱정입니다.”글·사진= 김정민 기자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난달 15일자 상구네 후원액 327만3300원(특별후원 BNK 경남은행)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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