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만나봅시다] 도내 첫 농업회의소인 거창군농업회의소 이끄는 김제열 회장

“농촌 위기는 도시의 위기, 식량주권 지키기 농업정책 대전환 필요”
농업회의소는 민관 연결 유일한 ‘민관협치 농정기구’
현장의견 수렴 행정에 건의 정책화하는 데 역량 집중

  • 기사입력 : 2016-01-21 07:00:00
  •   
  • 메인이미지
    김제열 거창군농업회의소 회장이 한국농업정책 대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경남 최초로, 전국적으론 네 번째로 거창군농업회의소가 출범했다.

    농업회의소는 농촌지역에서도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상공인들을 대변하는 법정 경제단체로 상공회의소가 있는 것처럼, 농업인을 대변하는 단체로 농업회의소가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프랑스와 독일, 일본 등 농업 선진국의 경우, 빠른 곳은 100여년 전부터 농업회의소가 설립돼 농업인들의 목소리를 농정에 반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단 정부 주도 아래 시범사업으로 각 지역에 농업회의소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11년 평창, 나주, 진안을 시작으로 전국에 7개가 설립됐다. 도내에서는 거창에 이어 2014년 남해에서 출범했다. 남해의 경우, 어촌이 발달한 사정에 따라 농어업회의소가 됐다.

    도내 첫 농업회의소 대표를 맡고 있는 김제열 거창군농업회의소 회장을 만나 농업회의소와 이를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의 생각을 들어 봤다.



    -농업회의소는 무엇이며, 그 지향점은?

    ▲농업인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부 및 자치단체의 농업 및 농촌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반민·반관 형태의 농업인 자율조직입니다.

    농업인의 지위 향상은 물론, 농업인들의 의견 및 건의 등을 종합적으로 조정하여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농업 경쟁력 강화 및 농촌 진흥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거창에서 경남 최초로 농업회의소가 발족한 배경은?

    ▲무엇보다 자치단체의 의지가 강했습니다. 변화하는 농업구조와 농촌의 현실 속에서, 농업회의소는 민과 관을 이을 수 있는 유일한 민관협치 농정기구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물론 당시에 지역의 농업인들과 관련 단체들도 농업회의소 설립을 위해 지속적이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반대했던 단체들도 지역농정의 발전을 위해 동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부 주도의 조직이어서 농업인을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는가?

    ▲협치조직이긴 하지만, 초기에는 행정의 주도성이 관건입니다. 아울러 행정이 농정협치 조직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유명무실해질 수 있습니다. 민과 관의 적절한 긴장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상호협력은 여태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사례라 우려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골간은 농업인 회원과 단체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자발적 회원가입이 쉽지 않은 농촌사회의 특성상 행정에서 충분히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필요합니다. 아울러 점진적으로 역량을 강화해 민간의 활동력을 높여낼 수 있을 때, 또 농업인들의 자발적 참여의지가 높아질 때, 이러한 협치조직은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농업인 참여 저조, 참여 농업인단체 간 이견 문제가 있는데?

    ▲초기활동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례입니다. 현재 회원은 10개 단체회원을 포함해 780여 명으로, 거창지역 농업인 가구수 기준 8%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전히 극복해야 할 지점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이름만 등록된 회원들을 정비해 정기적 회비납부자에 근거한 회원제를 확립했습니다. 회비납부율이 98%로, 100%라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구체적 이익과 경제활동을 위해 조직된 농협이나 각종 작목반, 법인을 제외하고, 농업인들이 회비를 납부하며 이렇게 대규모로 참여한 조직 형태는 한국사회에서 전무후무합니다. 정예화된 회원들의 열정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탕으로 전체 1만 농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거창군농업회의소가 하는 사업은?

    ▲지역 농어업발전에 대한 의견 수렴, 자문 및 건의, 조사와 연구, 교육과 지도, 또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업의 가장 근본으로 삼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읍면 순회 및 8개 분과별 토론회 등을 통해 농업인 교육 및 의견수렴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귀농인 교육 및 집합교육 등을 통해 행정과 달리 현장에 바탕을 둔 맞춤형교육을 하고, 각 마을에 찾아가 주민들이 마을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농업예산 평가 및 지역축제 평가, 로컬푸드사업 평가 등 각종 평가사업도 벌이고 있습니다. 농업인들이 고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모으기도 하고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농어업회의소 전국회의가 결성되어 있는데, 거창군 회장이 전국 사무총장을, 또 거창군 사무국장이 전국 교육국장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내외 활동도 왕성한 편입니다.

    -가장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농업인들의 현장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행정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정책화하는 데 있습니다. 제안한 정책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안점을 둡니다. 물론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강하게 항의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특정 개인·단체의 이익과 요구를 우선하는 정책 제안이 아니라 전체 농업 발전을 위한 거시적 제안이 중요하구요. 아울러 농업인과 소비자의 공생을 위한 협력프로그램 등으로 농업의 문제, 농산물 등 먹거리의 문제가 농민의 문제를 뛰어넘어 도시소비자 전체, 국민 전체의 문제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식생활교육 거창네트워크를 준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농업과 지역농업이 나아갈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따로 떨어져 있지만 대단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이미 한국농업은 대외적 개방농정, 식량주권정책 실패로 인해 파탄일로에 있습니다. 농촌의 위기는 곧 도시의 위기입니다. 그러함에도 정부는 1차적인 생산의 위기는 뒤로하고, 6차산업이니 IT농업이니 하는 것으로 많은 현장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미래지향적 농업정책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다시 농민 본위에서 농민의 처지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식량주권부터 지키는 농업정책의 대전환, 개방농정의 대수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외적 문제를 극복하는 방편이 바로 지역농정입니다. 근거리 유통망을 통한 안전한 먹거리 공급체계의 확산과 정착이 모든 지자체에서 통일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만,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행정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라 행정의 장점에 민간의 활동력이 덧붙여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농업이 망하고 농민이 떠나가는 농촌에 농업기술센터가 왜 필요하겠으며 농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역농업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농업과 농촌이 어렵지 않은 시절은 없었고, 농민의 힘이 약하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대외적 악조건을 내부적인 단결과 조직적인 역량 강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방편을 찾아야 합니다. 힘차게 노를 젓고 떠나는 농업회의소라는 큰 배에 몸을 싣고 함께 노를 저어 봤으면 합니다.

    정보가 필요할 때, 교육과제가 있을 때, 해소되지 않는 갑갑함이 있을 때, 그리고 농사를 같이 짓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라도 농업회의소 문을 두드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서영훈 기자

    △64년 대구 출생 △계명문화대학교 졸업 △1988년 귀농 △거창군 주상면 성기2구마을 이장 △주상면 주민자치위원 △(사)한국농업경영인 거창군연합회 회장 △2012년 임기 3년의 초대 거창군농업회의소 회장 △2015년 재선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서영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