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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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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산다 (2) 겨울 혼캠 즐기기

  • 기사입력 : 2016-01-12 13: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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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 맞는 새해지만 올해는 저한테 좀 더 특별했습니다. 20대에서 30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며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만 같은 환상적인 기분이 쭉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환상적인 기분으로 새해를 맞이했으나 늘 똑같은 혼밥에 늘 똑같은 혼술에 늘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건 매한가지. 늘 똑같은 혼남인 저에게 뭔가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새로운 일이 생기지 않으면 내가 만들자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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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포도밭 그리고 겨울 캠핑.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겨울캠핑을 해보기로 마음 먹고 창고를 뒤적뒤적 뒤져 먼지 쌓인 텐트와 의자, 버너, 냄비, 불판을 챙겼습니다. 혼자 떠나는 겨울 캠핑!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

    시동을 걸고 캠핑하러 출발! 마트에 들러 그냥 삼겹살로는 혼캠의 묘미를 살릴 수 없을 것 같아 제주 생삼겹살을 샀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소주, 맥주, 라면, 생수도 장전.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아니야, 술이 좀 모자란가? 캠핑엔 소맥이니까 술을 더 사자' 혼자 콧노래를 부릅니다. 장작불을 피우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노릇노릇 제주 삼겹살과 소맥을 마실 생각에 또 한번 두근두근. 마음은 벌써 캠핑장에 가있습니다.

    진짜 제대로 혼자가 되자는 마음으로 오토캠핑장행은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그럼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밀양의 한 시골 마을로 결정했습니다. 그 시골 마을은 바로 어머니가 농사 짓고 계신 포도밭! 겨울이니까 농사에 방해도 안 되고, 얼마 전 컨테이너 창고를 설치하면서 전기와 조명도 달았으니 오토캠핑장 부럽지 않은 시설도 갖춰 안성맞춤! 게다가 공짜니까 이보다 완벽할 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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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분이면 텐트 뚝딱. 원터치는 사랑입니다.

    드디어 도착! 착착착 텐트치기는 10분이면 끝! '요즘 텐트는 원터치라 좋군' 룰루랄라 콧노래가 나온 건 잠시. 가장 중요한 침낭을 안가져왔습니다. '에라이 이놈의 건망증'을 외치며 다시 집으로 가 침낭을 챙깁니다. 지난 여름에 어머니가 담그신 매실주가 눈에 들어온 건 바로 이 때!!!! 반만 몰래 마시고 소주를 채워놓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매실주도 챙깁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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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밤에 혼자 즐기는 삼겹살 파티.

    텐트를 다 치니 오후 세시. 해가 질 때까지(=밥술을 마실 때까지) 세 시간 남짓. 캠핑용 의자에 몸을 깊숙하게 박고 담요를 덮은 뒤 낮잠도 자고, 커피도 마시고, 노래도 듣고, 소설책도 읽습니다. 이런 여유라니! 차가운 시골 바람에 머리도 말개지는 순간들입니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 쓸쓸하지만 고요한 이 순간의 순간. 저는 이럴 때 묘한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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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닥불에 군고구마 구워먹으면 혼자 먹다 혼자 죽어도 모름.

    주위는 삽시간에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힘을 얻었으니 맛있게 고기를 굽고 술을 마셔야겠습니다. 술이 한잔 한잔 들어가니 기분은 더 좋아지고, 장작불도 피워 추위도 녹입니다. 여기에 군고구마는 덤! 빵빵해진 배를 만지며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져 내릴 것 같습니다.

    BGM은 영화 '원스'의 주제곡 'falling slowly'와 영화 클로저의 엔딩곡 'The Blower's Daughter'가 흘러나옵니다. 어느덧 새벽 한시. 멧돼지가 나올지도 모르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불현듯 떠오른 것도 잠시. 침낭으로 들어가 모처럼 만에 단잠을 잤습니다. 몸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해지는 겨울 캠핑!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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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치 있는 밤 풍경.

    ★세 줄 요약
    △초보 캠퍼에게 텐트는 원터치! 칠 때 보다 걷을 때 더 편해 혼자 텐트를 걷는 서글픔을 줄여 준다.
    △겨울캠핑에는 두툼한 침낭+전기장판+깔판으로 추위를 단디 막아야.
    △아무리 혼자가 좋더라도 낯선 곳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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