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프로젝트 (20) 컨테이너 박스에서 사는 할머니와 두 손자
난방비 걱정에 잠 못드는 할머니일흔의 할머니, 아픈 몸 이끌고남의 밭에서 채소 키우며 생계
- 기사입력 : 2016-01-0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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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들이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지 죽기 전에 꼭 보고 싶어요.”
올해 일흔을 맞은 이금옥(가명) 할머니는 바람을 묻는 질문에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고령의 나이인 이씨는 두 명의 손자와 50㎡가량의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다. 이씨는 대학교 1학년인 상민이와 고등학교 1학년인 상권이를 8년째 돌보고 있다.
두 손자의 성장기를 견뎌낸 이씨의 손은 거칠어지고 갈라졌지만, 아직도 그는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한다. 정부지원금만으로는 두 손자를 돌보기 어려워 남의 밭에서 채소를 키운다. 예전에는 산에서 염소를 길러 생활비를 벌었지만, 위 수술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몸살이 자주 나고 백내장도 온 상태라 현재는 가축을 키우지 않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남편과 함께 셋방살이를 하며 어렵게 살았다.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사천에 남부럽지 않은 집을 짓고 행복을 누렸다. 하지만 큰아들의 건축사업이 망하면서 가정의 화목에도 금이 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가 이금옥 할머니·손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큰아들은 공무원인 작은아들의 퇴직금도 담보로 날려버렸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큰아들은 집을 나갔고, 며느리도 이혼하는 바람에 두 손자를 이씨가 맡게 됐다. 이씨 부부가 피땀 흘려 마련한 집은 큰아들이 진 빚으로 사라졌다. 같이 지낼 공간이 사라지면서 부부도 떨어졌다. 남편은 작은아들 집에, 이씨는 동네에서 제공해준 땅에 컨테이너 박스를 놓고 두 손자를 맡았다. 혼자서 두 손자를 키우게 된 이씨는 당장 생계가 걱정이었다.
남의 밭에 채소를 가꾸어 먹고, 남의 산에서 가축을 길러서 팔았지만 벌이는 쉽지 않았다. 때문에 아이들 몰래 울기도 많이 울었다.
“전기료·수도료 등 공과금이 나올 때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새 학기에 손주들에게 옷도 한 벌 사주지 못해 많이 미안했죠. 너무 지치고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 이제는 안 울려고 해요.”
손자들이 크면서 그나마 힘든 일이 줄었다. 소설가가 꿈이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빨리 취업하기 위해 올해 공과대학에 들어간 상민이는 전액 국가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고, 둘째 상권이는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 할머니의 경제적 어려움을 도와주기 위해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세 식구가 살기엔 비좁았던 18㎡의 컨테이너 박스도 도로 확장 공사로 옮기는 과정에서 건축사무소의 도움으로 다소 넓어졌다. 여전히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지만, 이씨는 비를 맞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했다.
두 손자를 돌보는 이씨는 매달 90만원의 정부보조금을 받아 생활한다. 손자들이 스스로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고된 일은 줄었지만, 빠듯한 생활비 탓에 이씨는 몸이 아파도 진통제로 견디기가 일쑤다.
올겨울 난방비도 걱정되지만 이씨는 아들의 소식이 무척 궁금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때문에 아들이 기억하는 일반 전화기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김상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가정위탁지원센터 대리는 “아픈 몸을 이끌고 손자들을 위해 일을 하는 할머니와, 할머니의 사랑을 알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손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의 손길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글·사진= 김정민 기자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단법인어린이재단) △지난 1일자 대수네 후원액 867만9000원(특별후원 BNK 경남은행 300만원, 해성디에스 500만원, 독자후원 67만9000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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