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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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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지금은 퍼스트 무버의 시대- 이일림(시인)

  • 기사입력 : 2015-12-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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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명견만리’라는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가 풀어가야 할 과제로 ‘퍼스트 무버’라는 이슈 단어를 접했다. 연사는 IRC 컨설팅 선임파트너로 재직하고 있는 피터 언더우드(국명: 원한석)로, 외국인이지만 4대째 우리나라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얼마 전 발간된 ‘퍼스트 무버’의 저자이기도 하다. 몇 해 전부터 계속 언더우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우리의 숙제임을 인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부터 반세기 동안 경제규모 기준으로 볼 때, 최빈국에서 최근 세계 13위까지 경제 강대국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이는 그동안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랫동안 ‘빨리빨리, 더 많이, 더 높이’를 외친 것은 개척이라기보다 기록에 대한 집착이었다. 그렇다 보니 우리의 장점이 지금은 잘못하면 단점으로 밀리기 좋은 시대에 도래했다. 지금은 ‘퍼스트 무버’의 시대이다. 일부분이 아닌 전반적으로 이 시행은 필요하다. 교육과 기업 그리고 스포츠계도 ‘퍼스트 무버’는 필수적이다.

    ‘퍼스트 무버’로서의 결행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었으나 지금은 27위로 떨어졌다고 하지 않은가. ‘퍼스트 무버’였던 나라가 새로움에 대한 개방성, 창의성의 퇴조에 따라 쇠퇴하기도 하는 것이다. 세계 1위를 다투던 노키아, 소니, 코닥, 싸이월드의 예를 볼 때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 증명된다. 우리는 이러한 이변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배경을 철저히 분석·검토해서 시행해야 할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나라 기업만의 독특한 구조인 ‘재벌’의 경영권의 이기주의가 만든 자본집단에서 비롯된 지배욕은 개척자의 저해 요인이다. 재벌의 거대한 그늘 아래 소기업들은 기를 펴지 못하다 보니 같이 클 기회도 없어져 기업가 정신도 사라진다. 창업한 작은 회사들을 돈으로 쓸어버림으로써 업무는 복사의 상태이고 값은 비싸다. 이런 건 재벌의 독과점이지 상생의 조건이 아니다. 계열사로 독점해 2세 3세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 공정한 기업 문화가 정착돼 제대로 된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분화의 과정으로 이뤄져야 한다.

    인재역량 진단보고서를 발표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는, 한국이 ‘퍼스트 무버’가 되고 싶으면 노동시장 일자리 미스매치·낮은 생산성이 우선 우리가 해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저조와 고령화 사회의 걸림돌을 막으려면 이민자를 더 보충시켜야 한다. 이에 뒤따르는 다문화 가구 등 다양한 인재 확보에 주력함으로써 급속한 기술 경제 변화의 물결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치원부터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고 나아가 학습동기, 팀 협력, 청년창업 등의 배경 순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창조성을 산업 창조성으로 잘 연결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워크 하드(work hard)가 아니라 워크 스마트(work smart)가 필요하다. 열 시간 공부할 것을 서너 시간만 공부하고 나머지는 놀면서 다른 생각을 할 줄 아는 문화가 급선무다.

    우리나라는 지금 ‘헬조선’이라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이 각성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고한다. 지옥이라는 무서운 공간의 중심에 서 있다면 할 일은 오직 하나이다. 권태의 지옥이 아니라 몰입의 천국을 만드는 일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다시 재검토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이일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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