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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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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시간을 정복하자- 전문수(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 2015-1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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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쓰는 방식은 이 세상의 만사와 만물이 다 다르다. 인간이 조작한 기계적인 시간을 버린다면 시간은 제 스스로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닌 그저 무량으로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들인 만사만물이 변해 가고 흘러 이 세상을 지나가는 것이다. 물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강의 기울기가 흘리고 있고 중력이 물을 밀어 보내고 있다. 시간은 강물이 아무리 흘러도 시간은 제자리에 무량으로 있다. 이런 시간에 대해 인간의 삶이 대처할 방도는 오직 이 시간을 정복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인간은 변해 가며 자유로운 시간을 흘려버리기 때문에 가치 있는 삶을 이루려면 시간을 내 자산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모든 만사만물은 각자의 형편대로 시간을 끌어다가 잘 조종해서 스스로의 생명을 최선의 가치로 유지 발전시킨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 시간을 정복해야 소용대로 쓰는 것이다. 제멋대로 자유로운 시간을 구속하고 휘어잡아 적절히 나에게 굴복시켜서 잘 활용하는 길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시간을 완전 정지시켜 사멸시킬 수는 없다. 그것은 모든 생명의 죽음일 뿐이거니와 한 생명체에 불과한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오직 정복하는 길 외에는 없다. 다행히 인간은 이 정복 능력을 신으로부터 받아서 만물의 영장이 되는 영광을 얻었다. 인류는 그간 시간을 정복해 가치 있는 성취를 이루는 방식으로 문화사를 이루어 왔다. 만일 무한 양의 시간이 출렁거리고 있더라도 그 시간을 이용하여 무한량의 어떤 성취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인간은 시간의 종이 되었을 것이다. 인간을 제외한 자연 생명체들은 대체로 이 시간이 종용하는 대로 시간의 종이 되고 있다고 보면 비교가 될 것이다.

    우리는 한 생애에서 가치 있는 삶을 누리려면 나의 정체성을 찾아서 과감히 시간을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곧 시간을 정복하는 것이다. 흔히들 시간이 없다거나 시간이 나를 버리고 제 먼저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착각에 빠져 있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은 누구에게도 자신을 정복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자신의 힘을 넘겨주지 않는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다. 왜냐하면 시간은 쓰는 자의 의식에 따라서 시간의 질과 양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은 시간을 나누어 준다고 해도 인간은 물리적 시간 양과 질보다 심리적 시간의 양과 질로써 일을 이루어 목적을 성취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자본주의 물질 권력 앞에서는 시간도 분배의 불공평이 불가피해서 공평하지 못하다고 하지만 모든 인간의 만사는 그 인간의 심리적 시간으로 이루기 때문에 불공평보다는 시간의 정복 정도의 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는 왜 사는가를 질문할 때 답이 없다고 체념한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으로 인한 한계의 생명이라고 하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죽음을 맞기 전까지의 삶이란 생명을 보람 없이 허비하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이루라는 사명이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명이 없는 생명은 이 세상에 아예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천리인 것이다. 이 지구가 주어진 원리이기도 하다. 씨앗 한 알을 머리에 이고 마른, 가을 언덕의 많은 잡초를 보면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수천 알을 생산하고 죽든 단 한 알을 생산하고 죽든 자기의 다음 생명을 잇는 사명을 다한 것은 마찬가지다. 신의 소명이 이런 것이라면 우리의 삶은 시간 정복이 최선이다. 이 세상에 허무주의는 결코 없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참 삶이다. 악착같이 시간 정복에 나서자.

    전문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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