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담당자가 대수의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대수(가명·7)는 다른 친구들이 얼굴과 몸을 보고 놀릴까 봐 걱정이다.
대수가 친구들의 놀림을 걱정하는 이유는 4년 전 당했던 끔찍한 사고 때문이다.
‘엄마’ ‘아빠’라는 말을 겨우 하기 시작한 때였기에 전기장판 누전으로 인한 화재를 피할 수 없었다. 당시 엄마와 아빠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에서 깨지 못한 상태로 질식하면서 모두 화상을 입었다. 굳은 살 하나 없이 말랑말랑했던 대수의 양팔과 가슴, 배, 양 다리, 얼굴 부위는 2~3도의 화상을 당했다.
대수의 엄마도 대수와 함께 인근 병원 응급실에 이어 부산의 화상전문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사고 상황은 기억이 나지 않고, 중환자실에서 자신과 함께 누워 있던 대수의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미숙(36·여)씨.
아이는 전신의 60%가 화상을 입어 위급한 상태였다.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심한 화상을 입은 대수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의 날들을 보내야 했다.
미숙씨 역시 중화상을 입어 병상에 누워있는 대수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어요. 누워서 대수가 아프다고 울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3개월의 입원 치료 이후 매주 외래치료를 받고 있지만 고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고의 흔적은 아이의 몸에 보기 싫은 흉터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이가 계속 성장하고 있어서 피부 이식을 꾸준히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화상치료의 경우, 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대수네 형편은 그리 좋지 않다. 미숙씨와 재혼한 대수의 아빠도 화재로 양손과 어깨, 가슴 부위에 화상을 입었지만 일용직을 전전하며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퇴원 이후 건강을 위해 등산을 갔다가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으면서 미숙씨의 슬픔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통증을 잘 견뎌내고 있는 대수와 간병하느라 고생하는 남편의 딸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미숙씨는 5번의 수술 이후 추가 수술 없이 생계에 뛰어들어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생산직으로 일을 하며 한 달에 120만원을 받고 있지만 어린이재단을 통해 지원받던 화상치료비가 11월까지 끝났고, 대수가 성장할 때마다 피부이식을 계속해야 하기에 앞으로 치료 비용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이다.
게다가 대수가 육체적인 고통만큼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 미숙씨는 더욱 마음이 아프다. 대수는 얼굴과 몸에 난 화상 흉터가 보기 싫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등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겪고 있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대수가 “나는 언제 다 나아?” “친구들이 놀리면 어떡하지?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 안돼”라는 아이의 물음에 미숙씨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미숙씨는 “또래의 놀림과 따가운 시선이 대수의 마음에 깊은 흉터를 남길까 봐 걱정된다. 아예 없을 순 없겠지만 부디 대수가 그 시선을 이겨내고 바르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정소영 대리는 “화상치료비는 수술과 치료에만 수백만원이 소요되고, 그 외에도 화상치료연고와 화상환자 옷 등의 비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다”며 “대수가 화상의 고통을 이겨내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의 손길이 많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글·사진=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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