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과거신문보기   |  
2021년 10월 21일 (목)
전체메뉴

[뭐하꼬] 간당간당, 불타는 가을

합천 소리길 단풍 나들이

  • 기사입력 : 2015-11-06 07:00:00
  •   

  • 여러분들은 운명이라는 말을 믿나요? 저는 이번에 단풍을 취재하면서 운명을 믿기로 했습니다.

    원래 다른 주제로 취재를 하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들이 겹치면서 결국 한 선배가 제안했던 단풍 취재를 하면서 ‘피할 수 없는 취재구나’하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경남과 인접한 전남 구례군에서는 지난달 31일~11월 1일 이틀 동안 지리산 피아골 단풍축제도 열었습니다. 경남에서는 이달 말까지 단풍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메인이미지
    합천 가야산 소리길은 홍류동 계곡을 따라 단풍이 어우러져 있다. 한 탐방객이 길상암과 영산교 구간에 위치한 낙화담 주변에서 단풍을 촬영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지난 2일 찾아나선 합천 해인사 소리길 단풍도 아직 완연히 불타오르진 않았더라고요. 쌀쌀해졌다고 집에 있기보다는 이른 아침 집에서 출발하는 단풍 나들이를 추천해 드립니다.

    만일 이달에 단풍 보는 것을 놓친다면 내년 이맘때까지 기다려야 한답니다.

    올해 단풍과 내년 단풍이 큰 차이는 없겠지만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메인이미지
    합천 가야산 소리길은 홍류동 계곡을 따라 단풍이 어우러져 있다. 탐방객들이 길상암과 영산교 구간에 위치한 낙화담 주변을 걷고 있다./김승권 기자/
    합천 해인사 경내 방문은 처음이었습니다.

    경남에서 30여년 시간을 살았지만, 해인사에 갈 기회는 없었습니다. 아니, 안 만들었다는 표현이 맞겠죠.

    그래서일까요. 단풍 취재를 가는 날, 마치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가는 것처럼 설렜습니다.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에서 합천 해인사 홍류문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평일이어서 그랬겠죠. 가야산에 위치한 해인사 주변의 단풍을 보기 위해 몇십년을 기다렸는데 2시간이란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습니다.

    남해고속도로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접어든 후 고령분기점에서 88올림픽고속도로 갈아탔습니다. 도로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88올림픽고속도로 주변에 보이는 산들도 울긋불긋 물들어 어서 오라고 반겨주는 듯했습니다.

    해인사 매표소를 지나 길상암 앞 공터에 주차했습니다. 길상암 앞에서 해인사로 이어지는 가야산 소리길 옆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단풍이 계곡의 물속에 비쳐 붉게 물드는 계곡이라는 뜻을 지닌 홍류동(紅流洞) 계곡을 사진이 아닌 제 눈으로 처음 본 순간이었죠.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메인이미지
    해인사 길상암(위)과 홍류동 계곡./김승권 기자/
    가야산 소리길 중 길상암~영산교~해인사까지 이어지는 2.1㎞(편도 1시간30분 소요) 길은 목재데크와 황토흙포장으로 노면이 조성된 장애인 탐방 가능 구간입니다.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의 국립공원 탐방 기회를 확대하고자 조성한 지역으로, 유모차도 통행할 수 있습니다. 이 구간의 단풍이 소리길 단풍 중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탐방가능 구간인 만큼 소리길의 다른 구간과 달리 경사가 거의 없이 완만한 코스입니다. 등산객들도 홍류동 계곡의 낙화담 근처에서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자연을 담고 사람의 모습을 담더군요. 비가 내리고 난 뒤의 계곡처럼 물소리가 우렁차진 않지만 평탄한 계곡길을 걸으면서 곳곳에 보이는 단풍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합천 8경(景) 중 3경으로 꼽히는 홍류동 계곡은 통일신라시대 학자였던 고운 최치원 선생의 전설이 남아있습니다. 주위의 송림 사이로 흐르는 물이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소리가 최치원 선생의 귀를 먹게 했다 하여, 선생이 갓과 신발만 남겨 둔 채 신선이 되어 사라졌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져 옵니다.

    메인이미지
    해인사 길상암(위)과 홍류동 계곡./김승권 기자/
    최치원 선생은 신라말 난세에 뜻을 펴지 못하고 가야산에 들어와 홍류동 계곡의 농산정(籠山亭: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72호)에서 노년을 보냈다고 합니다. 특히 농산정 맞은편에는 암각된 최치원 선생의 친필도 볼 수 있습니다. 단풍 구경 와서 최치원 선생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을 듯합니다.

    단풍은 가을철 잎이 떨어지기 전 나뭇잎의 색깔이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나무는 월동을 위해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을 만듭니다. 이 떨켜층이 형성되면 잎속 양분과 뿌리의 물이 이동하지 못해 잎내 산도 증가로 엽록소가 파괴되죠. 이때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카로틴(노란색), 안토시아닌(붉은색) 등 다른 색소들이 나타나 울긋불긋한 단풍이 들게 되는 겁니다.

    조선시대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은 “(지리산)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고 하지만 가야산 홍류동 계곡 단풍 또한 전남 구례의 지리산 피아골 단풍 못지않을 듯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올해 비가 적게 오고 가물어서 그런지 멀리서 보면 예쁘던 단풍들도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간혹 말라서 고사 직전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메인이미지
    합천 가야산 소리길은 홍류동 계곡을 따라 단풍이 어우러져 있다. 한 탐방객이 길상암과 영산교 구간에 위치한 낙화담 주변에서 단풍을 촬영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보통 산 전체 높이로 보아 20% 정도가 단풍으로 물들면 ‘첫 단풍’으로, 80%가 물들면 ‘단풍 절정기’로 봅니다. 기온이 낮은 북쪽지방의 단풍은 남쪽으로 하루에 약 25㎞의 속도로 내려온다고 합니다. 단풍 절정기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산에 간다면 마지막 단풍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당나라 시인 두목은 ‘산행(山行)’이란 시에서 ‘서리 맞은 단풍이 이월 봄꽃보다 더 붉다(霜葉紅於二月花)’라고 했습니다.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려면 단풍 구경만큼 좋은 것도 없는 듯합니다. 연인 또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산을 찾아 단풍을 만끽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 단풍마저 떨어지면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겨울을 지나서 내년에는 또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겠죠.


    메인이미지
    ★ 도내 단풍 명소

    ▲창원 진해 내수면 환경 생태공원= 창원시 진해구 여명로25번길 55. 입장료 없음. 동절기에는 오전 7시~오후 5시 개방. 연중 무휴. 뛰어난 자연환경과 우수한 습지생태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 서식지.

    메인이미지
    ▲진주수목원(경상남도 산림환경연구원)= 진주시 이반성면 수목원로 386. 입장료는 어른 1500원, 청소년·군인 1000원, 어린이 500원. 오전 9시~오후 5시(입장 마감 오후 4시) 매주 월요일 휴무. 다양한 테마시설, 가족단위 체험시설과 경관숲, 물순환시설, 대나무숲관찰원 등을 조성해 개방하고 있음.

    메인이미지
    ▲함양 상림= 함양군 함양읍 대덕동 246. 입장료·주차료 없음. 연중 무휴. 최치원 선생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숲으로 천연기념물 제154호. 면적은 20만5842㎡.

    메인이미지


    ★ 가을 산행시 유의사항

    ▲날씨와 복장은 미리미리 챙기자= 가을 산행은 변덕스러운 날씨와 큰 일교차로 체온 유지가 쉽지 않다. 특히 산은 도심보다 기온이 낮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킷과 모자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겉옷은 두꺼운 것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챙기는 것이 좋다. 또한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 비옷이나 배낭 커버 등도 준비하자.

    ▲개인 체력에 맞는 산행계획을 세우자= 무턱대고 산에 올랐다가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코스별로 난이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을 고려해 산행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유명 단풍관광지는 많은 사람들이 몰릴 수 있어 소요시간을 넉넉하게 계산해야 한다. 산은 일찍 해가 지기 때문에 늦어도 오후 3시 이후에는 하산 준비를 해야 한다.

    ▲산행 안전용품을 챙겨야= 등산 스틱은 하체에 가해지는 하중을 20~30% 정도 팔로 분산시켜 무릎 관절의 부담을 덜어주고, 신체균형을 잡아주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산행 중 발목을 다쳤을 때 목발 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헤드 랜턴은 일조시간이 짧아진 가을의 늦은 하산이나 조난에 대비해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운동화 끈만 잘 매도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산길을 오랜 시간 걷기 위해서는 발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화는 험한 등산로에서 발을 보호하고 마찰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등산화는 끈만 잘 매도 낙상사고를 줄일 수 있다. 오르막길에서는 끈을 조금 느슨하게 매고 내려올 때는 단단히 조여 발의 무리를 줄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도움말= 정책브리핑)

    권태영 기자 media98@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권태영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