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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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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가족의 의미- 장진화(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15-09-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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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TV에서 가족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초보 아빠들의 육아 체험기를 다룬 프로그램에서부터 평소 표현이 서툰 50대 아빠들이 20대 딸과 함께 지내며 소통하는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 그뿐만 아니라 사위와 장모 간의 모습을 재미있게 다룬 프로그램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초보 아빠가 아이들과 지내면서 조금씩 아버지의 역할을 배워가는 모습이나, 그야말로 백년손님이라고 하는 사위와 티격태격 싸우는 장모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함께 감동을 안겨줘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TV 프로그램 소재로 가족을 다루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족예능이 단순히 가족을 소재로 했다기보다는 가족 안에서의 소통 부재를 다루고 있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문제가 화두로 등장해 해결되어 가는 과정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나와 주변사람들의 가정생활은 매일매일 사랑과 행복이 샘솟지만은 않는다.

    살면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아플 때나 슬플 때, 외로울 때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은 존재가 가족이긴 하지만, 가장 크고 오래가는 상처를 주고받는 것이 가족이기도 하다.

    그랬기에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늘 갈등의 연속일 때가 많다. ‘남보다 못한 가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가시 울타리로 여겨지는 이들도 아마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족예능 프로그램은 가족이 살면서 겪는 다양한 상처와 갈등이 우리 가족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다 겪는 일이라는 작은 위안과 함께 해결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이 현실에서는 TV에서처럼 그리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기를 마련하기도 힘들고, 방법조차 막막하기도 하다. 간혹 갈등 해소를 위해 함께 떠난 가족여행에서 감정의 골만 깊이 만들고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래전 밑줄 그어 가며 읽었던 미치 앨봄의 소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가족이 지니는 의미는 그냥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이라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가장 아쉬워했던 게 바로 그거였어. 소위 ‘정신적인 안정감’이 가장 아쉽더군. 가족이 거기서 나를 지켜봐주고 있으리라는 것을 아는 것이 바로 ‘정신적인 안정감’이지. 가족 말고는 그 무엇도 그걸 줄 순 없어. 돈도. 명예도.’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 그것으로부터 생기는 안정감.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존재.

    이것은 잃었을 때야 가슴 저리게 느낄 수 있기에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그 의미를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이는 명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구속하는 어떤 굴레는 내려놓고, 그 존재 자체로 감사하며 서로 지켜봐주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맞이해 보면 어떨까.

    장진화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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