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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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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소유에서 향유의 시대로- 장진화(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15-08-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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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나라에 임대문화가 새로운 소비패턴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임대라고 하면 집이나 상가, 오피스텔 같은 부동산만 떠올리거나 가전제품이라고 해도 정수기, 비데 정도만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품목이 다양해졌다. 공기청정기, 안마의자, 캠핑용품, 자동차, 명품가방, 침대 매트리스, 심지어 미술작품까지도 임대한다고 하고, 앞으로는 휴대전화까지도 일정 기간 빌려서 쓰는 시대가 열릴 거라고도 한다.

    뭐든지 빌려 쓸 수 있다니, 세상 참 좋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홈쇼핑을 보다가 혹하는 마음에 큰돈을 주고 샀다가 두어 번 쓰고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 운동기구나 가전제품들이 얼마나 많은가.

    최근 임대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는 건 물건을 살 때 드는 목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데다가 약정 기간 동안 꾸준히 관리를 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안마 의자처럼 구매단가가 높은 의료 건강 장비나 최신형이 빠르게 개발되는 IT기기, 일 년에 한두 번 쓰면 많이 쓰는 캠핑용품 같은 물건들은 불경기와 고물가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임대가 또 다른 대안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한 경제경영연구소는 자동차, 가정용품 등의 소비재 임대시장 규모가 지난 2011년 12조2000억원에서 2016년 16조9000억원까지 38%가량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지금보다 더 다양한 임대품목들이 등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 이를 두고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렌스 레식 교수는 이를 공유경제라고 이름 붙였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특징인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에 대비해 생겨난 경향으로 물품은 물론, 생산설비나 서비스 등을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자신이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공유소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이든 빌려 쓰는 시대. 우리의 소비패턴이 소유가 아닌 향유로 바뀌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는 과연 무엇을 소유하고 있고, 무엇을 향유하고 있을까. 또 소유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마땅히 향유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미래 세대에게 빌려 쓰는 것이라는 표현을 하는 지구, 우리 환경이 그렇듯이 우리 주변에는 소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빌려 쓰며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특히 예술작품의 경우는 소유자의 것이 아니라 향유하는 자의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향유의 개념이 더 강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향유하고 있을까.

    내 것이 아니고 내 것인 적도 없었지만 오랜 시간 내 삶과 함께한 것. 김소월의 시가 그랬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그랬고 이윤택의 연극 ‘오구’가 그랬다. 그리고 해 질 녘 합포만이 그랬으며 새벽녘 오르는 천주산이 그랬다. 삶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 줬던 그 많은 것들, 생각할수록 가슴속에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솟아오를 것 같은. 그래서 다시 내 생활 속으로 임대해 오고 싶은 것들.

    이제 가을이다. 생활의 편리만 임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설레게 하는, 그래서 가슴 속에서 몽글몽글한 행복이 일어나는 문학작품을 임대해 간직하면 어떨까. 혹은 풍요롭게 해주는 대자연 속에서 각자에게 맞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들꽃 한 송이를 임대해 간직하면 어떨까? 아니, 산을 하나 통째로 임대해 보는 건 어떨까?

    장진화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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