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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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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국립 3·15민주묘지 탐방

잠든 그들이 깨우는 ‘민주주의의 기억’

  • 기사입력 : 2015-04-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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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찍은 국립 3·15민주묘지 전경. /방송인터넷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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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거의 땅 마산에 또다시 봄이 왔다.

    연년세세화상사 세세년년인부동(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해마다 피는 꽃은 똑같은 그 꽃이건만, 사람의 마음은 변하여 한 가지가 아니로다).

    해마다 봄이 오지만 3·15의거를 맞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같지 않아 보인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옥녀봉 아래 언덕에는 국립3·15민주묘지가 자리 잡고 있다.

    1960년 3·15부정선거에 맞서 고귀한 희생을 하신 3·15의거 유공자들이 잠들어 계시는 성스러운 곳이며, 선열들의 애국혼이 담겨 있는 성역이다.

    55년 전 마산 3·15 의거는 이승만 정부의 붕괴를 알리는 서곡이었다.

    이를 계기로 부정·불법 선거에 대한 민중의 분노와 민주화 요구는 들불처럼 번져 4·19혁명으로 폭발했다.

    3월에서 4월로 이어지는 이 민주혁명 승리의 달에는 자유와 민권과 정의를 위해 산화해 간 젊은 넋들을 찾아 기려보는 것은 어떨까.

    국립3·15민주묘지 탐방을 위해 현황과 시설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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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5일 재개장한 3·15기념관. 1960년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를 보여준다.

    4·19혁명 도화선이 된 ‘3·15의거’

    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독재 정권이 부정부패와 장기집권 야욕의 수단으로 자행한 부정선거에 반발해 마산시민과 학생이 중심이 되어 발기한 대규모 시위이다. 3월 15일 1차시위와 4월 11~13일의 2차시위에서 경찰의 무차별 발포로 12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을 당한 반독재 투쟁운동이다. 3·15의거는 자유·민주·정의를 위해 싸웠던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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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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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 3·15민주묘지 항공사진

    희생영령 넋이 잠든 ‘국립 3·15민주묘지’

    국립3·15민주묘지는 부정선거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나 싸우다 희생된 영령들의 넋이 잠든 곳이다. 최초의 묘역은 1967년 구암동 야산의 1200평에 지나지 않았으나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시민의 뜻을 모아, 본격적인 성역화사업을 추진했다.

    1998년 3월 당시 마산시가 136억원을 들여 총 부지면적 12만8175㎡(3만8840평) 규모의 3·15 성역 공원 조성 공사에 착공해 2000년 6월에는 상징조형물인 3·15 기념탑과 부조벽을 설치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민주열사들의 묘를 이장, 묘역 조성을 완공했다. 2002년 8월 1일 3·15성역공원에서 국립 3·15민주묘지로 승격됐으며, 2003년 3월에는 준공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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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 시인의 ‘김용실’ 시를 친필로 새긴 시비를 제막했다.

    ◆국립 3·15민주묘지
    시가 있는 길 거닐며 희생된 분들을 위한 참배를

    국립3·15민주묘지 입구에는 ‘시가 있는 길’이 방문자를 반긴다. 진입로에는 총 11명의 기념 및 추도시를 빗돌에 새겼다. 최근에는 고은 시인의 ‘김용실’ 시를 친필로 새긴 시비를 제막했다.

    이어 국립묘지로 들어서는 관문인 ‘상징문’을 지난다. 묘역을 찾기 위해서는 상징조형물을 만나야 한다. 민주의 탑(민주의 문)과 정의의 상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첫 문을 연 3·15의거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불의와 부정에 맞서 자유와 민주를 쟁취한 정의의 표상이며, 개방과 소통, 날로 발전하는 민족의 밝은 미래를 상징한다.

    상징조형물을 지나면 참배의 공간이다. 참배단과 정의의 벽, 민주의 횃불 조각상으로 조성돼 있다. 이곳은 이땅에 정의를 세운 그날의 애국·희생정신과 저항·투쟁의 현장을 부각시킨 역사의 장으로, 그 넋과 의로움을 밝히는 민주의 횃불과 함께 3·15정신을 계승·승화시키는 영원성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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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봉안소에는 의거 당시 희생돼 안장된 분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져 있다.

    유영봉안소는 의거 당시 희생돼 안장된 분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져 있다. 묘역에는 3·15의거 및 4·19혁명 사망자, 또는 부상·공로자로서 사망한 37명이 안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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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시비에는 책 6권을 세워서 펼쳐놓은 모양으로 10편의 선정시가 수록돼 있다.

    묘역 아래 기념시비에는 책 6권을 세워서 펼쳐놓은 모양으로 10편의 선정시가 수록돼 있다.

    “너는 보았는가…뿌린 핏방울을, 베꼬니아의 꽃잎처럼이나 선연했던 것을….”

    김춘수 시인의 ‘베꼬니아의 꽃잎처럼이나-마산사건에 희생된 소년들의 영전에’ 한 대목이다. 3·15혁명시를 대표하는 김춘수 시인의 이 시는 당시 국제신보 1960년 3월 28일자에 실려 3·15의거를 다룬 시 중에서 언론을 통해 가장 먼저 발표됐다.


    ◆3·15기념관
    지난달 5일 재개관…영상관 등 전시효과 극대화

    3·15기념관은 건립 후 10년이 지나 전시물 및 각종 기기가 노후화되고 단체관람객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 2013년 4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20개월에 걸쳐 영상관 좌석을 40석에서 105석으로 확충하고 노후 기기 및 전시물을 교체하는 리모델링을 한 뒤 지난달 5일 재개관했다.

    기념관은 1차 의거와 2차 의거로 나눠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에서 소개하고 있다.

    제1전시실은 3·15의거 당일과 의거가 일어나기 전 고조된 사회 분위기를 다뤘다. 전시실 입구부터 광복, 6·25전쟁 발발, 사사오입개헌, 진보당 사건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들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1960년 3월 15일 선거에 쓰인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전시해 현실감을 높였다.

    제2전시관은 1차 의거 후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김주열 열사 시신으로 촉발된 2차 의거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제2전시실은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실질적인 국민들의 피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무학초등학교 담장 총격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고, 당시에 군·경이 시위 진압에 사용한 카빈소총 총알, 최루탄 등을 실물로 비치했다.

    또 1·2차 의거를 통해 사망하거나 부상한 희생자들의 명단을 조형물로 만들어 추모관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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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모델링된 기념관은 최신 영상 및 전시기기를 도입해 전시효과를 극대화했다.

    리모델링된 기념관은 최신 영상 및 전시기기를 도입해 전시효과를 극대화했다.

    입구 로비에 3·15의거를 상징하는 대형 마인드마크를 설치하고, 3·15의거 희생자에 대한 사이버 추모관을 설치한 점도 달라졌다. 관람객이 희생자 개개인에게 추모글을 남길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조성, 전시물과 관람객 간의 쌍방소통이 가능하게 했다.

    제2전시관 출구에는 어린이 체험관과 다목적학습실을 만들어 놀이를 통한 민주주의 체험학습을 할 수 있다.


    ◆참배
    ‘참배→관람’‘관람→참배’ 상황 맞게 움직이세요

    국립3·15민주묘지를 방문하면 참배를 먼저하거나 관람을 한 뒤 참배를 할 수 있다.

    참배부터 할 경우 중앙계단→민주의문(3·15기념탑)→참배단(참배)→묘역, 유영봉안소→3·15기념관(영상물 시청 등)→기념시비 순으로 움직이면 된다.

    관람부터 할 때는 3·15기념관→민주의 문→참배단→묘역, 유영봉안소→기념시비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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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9일 마산중학교 신입생 170여명이 묘역을 찾아 참배·헌화하고 기념관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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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9일 마산중학교 신입생 170여명이 묘역을 찾아 참배·헌화하고 기념관을 둘러봤다.

    지난달 19일 마산중학교 신입생 170여명이 묘역을 찾아 참배·헌화하고 기념관을 둘러봤다. 마산중학교는 매년 3월 15일을 전후해 목요일 이곳 ‘민주주의의 산교육장’을 참배하고 있다.

    강은중(마산중1·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군은 “국립묘지가 가까이 있어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고귀한 정신을 배울 수 있어 좋다”며 “나중에 친구들과 다시 와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솔자인 윤진율 선생님은 “창의적 체험활동 일환으로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며 “3·15에 대해 잘 모르고 왔다가 많은 것을 배우고 갈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현충·선양사업
    우리역사 바로알기 등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해요

    국립3·15민주묘지에서는 다양한 현충·선양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역사 바로알기 3·15의거 역사아카데미와 ‘내손으로 국립묘지 가꾸기’ 등 청소년 나라사랑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나라사랑 전시회, 가족과 함께하는 현충선양산업, 민주묘지 관람학습지를 이용한 나라사랑 퀴즈, 3·15성역거리 조성 활동도 펴고 있다.

    권상근 국립3·15민주묘지관리소장은 “부정선거에 맞서 고귀하게 희생하신 분들을 기리고, 자유·민주·정의의 숭고한 3·15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교육의 장으로, 시민들에게는 생활 속에서 애향심과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국립묘지로 가꾸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변승기 3·15기념사업회 회장은 “3·15의거가 과거의 민주주의 운동이 아니라 미래를 여는 시대정신으로 새롭게 피어날 수 있도록 기념관 등을 새롭게 단장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려는 자세를 가다듬는 산 교육장이 됐으면 한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글=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사진= 성승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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