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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씨과실은 먹지 않는다

  • 기사입력 : 2015-03-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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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존경하는 분의 모친 이야기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시누이가 가만히 보니 올케가 빈소(殯所)에서 울지도 않고 밥을 챙겨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남편이 죽었는데 밥이 넘어가냐”고 한마디 하니 그 모친 왈 “그러면 여기 있는 새끼들 시누이가 키워 줄라요. 내가 밥을 먹고 기운을 차리지 않으면 이 애들은 어찌 되겠냐”고 하더란다.

    남편이 죽었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남아 있는 자식을 어떻게든 잘 키워서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로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이런 어머니가 있었으니 그 자식이 훌륭하게 자란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우리 부모세대는 어찌되었든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했다. 많이 배우게 하고, 좋은 옷 입히고, 맛난 것은 자식에게 챙겨주고, 많이 물려주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생각들이 많이 달라졌다.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나부터 살고보자는 식이다. 죽을 때까지 쥐고 있어야 자식들이 효도한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그 자식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한다. ‘안 받아도 되니 오라 가라 귀찮게 하지 마라’고 말이다. 이쯤 되니 이제는 정말로 나부터 챙기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아들 문제로 내방한 어머니가 있었다. 장성한 아들이 사기를 당해서 잘못하면 감방에 갈지도 모르겠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며느리는 그길로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으니 노부부가 손자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아들을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면 남편 퇴직연금이라도 어찌해서 갚아 주어야 하겠는데 남편은 요지부동, 절대로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하니 대략 난감이다.

    그러면서 집나간 며느리가 언제쯤 돌아오겠냐고 묻는다. 아들의 사주를 보니 무재(無財) 사주로 돈하고 인연이 없다. 이런 경우 재운(財運)이 들어오면 돈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무재사주는 재운이 오더라도 쓸 수가 없는데, 그것을 모르니 덥석 미끼를 물게 되어 낭패를 본 경우다.

    또한 무재사주는 여자와의 인연이 박하다. 똑똑하거나 미색(美色)의 처를 만나면 그 처가 외간남자를 보게 되니 처로 인해 마음고생한다고 책에 나온다. 이미 떠나간 사람 돌아오지 않는다고 일러주었다.

    주역(周易)에 산지박(山地剝)괘가 있다. 박(剝)은 ‘깎을 박’이다. 음(陰)이 들어와 양(陽)을 깎아 먹고 올라가 맨 위에 양 하나만 달랑 남겨 놓은 형상이다. 양은 군자이고, 음은 소인이다. 세상이 어지러워 군자가 이런 상황에 불가항력이라는 뜻이 강하다. 소인이 군자를 해쳐서 사회가 혼란스러운 상(像)이다.

    요즘 세상이 그렇다. 간통(姦通)죄가 없어졌다고 여기저기서 망둥이들이 뛴다. 음이 극(極)에 달한 것 같다.

    한 가지 희망은 ‘주역’은 ‘씨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의 이치다. 열매가 모두 떨어지고 삭풍에 남아 있는 마지막 과일을 먹지 않고 땅에 심어 미래의 싹을 도모하는 것이 ‘주역’이 이야기하는 미래정신이다. 이런 미래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괘가 바로 산지박(山地剝)이다. 음이 가고 양의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역학연구가·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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