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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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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마산의 추억 어린 창동·오동동 골목여행

70~80년대 낭만1번지…먹자골목·통술골목에다 예술촌까지
예술 옷 입고 되살아난 골목 … 걸음마다 따라오는 추억

  • 기사입력 : 2015-02-0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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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예술인의 활동과 연구를 위한 창작 공간이자 상업 공간인 '에꼴드창동 골목'. 입구에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선생의 '개미'를 형상화한 작품이 설치돼 있다.

    영화관·서점·주점·음악다방·카페·먹자골목…
    1970~80년대 청춘남녀 넘쳐나던 ‘낭만 1번지’
    1990년대 이후 쇠락의 길 걷다 최근 도심재생 활발
     
    상인 떠난 빈 점포는 예술인 창작공간으로 탈바꿈
    풍류 넘치던 쪽샘골목엔 창동예술촌 들어서고
    발길 뜸했던 오동동 통술거리엔 ‘소리길’ 조성

    남성동파출소~황금당 골목~창동 입구 ‘250년 골목’엔
    남성동성당·문화사랑방 ‘고모령’ 등 역사적 명소 많고
    오동동엔 조두남 가옥과 3·15의거 발원지 표지 동판도


    마산 창동과 오동동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다.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쇠락의 끝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창동과 오동동은 마산의 민낯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삶의 흔적이 배어 있는 골목골목에는 그때 그 시절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한 시대를 살다 간 인물과 역사의 숨결이 묻어 있다. 골목 곳곳을 여유롭게 걷다 보면 추억의 한 장면이 떠오르면서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개발에 밀려 감춰졌던 골목이 예술의 옷을 입고 되살아나고 있다. 골목은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찾기에도 제격이다.

    창동예술촌 거리와 마산의 원도심 도심재생사업으로 희망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오동동으로 골목여행을 떠나보자.


    ◆ 창동과 오동동


    조창이 있는 곳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창동(倉洞)은 인근에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어시장과 부림시장, 오동동 등이 접해 있어 마산지역의 중심 상권을 이루고 있다. 창동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길목에서 큰 획을 그은 3·15의거, 10·18부마민주항쟁, 6월항쟁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1970~80년대에는 한일합섬이 들어서고, 봉암동 갯벌 매립지에 자유무역지역이 조성되면서 청춘남녀가 넘쳐나는 경남 제일의 상권으로 부상해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창동사거리 일대의 공시지가는 경남에서 최고를 차지했고, 이웃 오동동 상가와 함께 유명 브랜드 의류 매출이 전국 1, 2위를 다툴 정도였다고 한다.

    창동은 상업과 문화가 번창한 ‘젊음의 거리’, ‘낭만 1번지’였다. 영화관이 1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많았고, 서점, 주점, 음악다방, 카페, 먹자골목 등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몰려 주말이면 서로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거리가 인파로 북적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지역의 대기업이 문을 닫거나 창원지역으로 이전해 가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한때 빈곳을 찾아볼 수 없었던 점포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고 빈 점포들은 늘어만 갔다.

    2000년대 들면서도 도시가 쇠퇴를 거듭하면서 창동은 점차 잊혀 갔다.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창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창원시가 원도심 재생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2012년 5월 창동예술촌이 조성되고 빈 점포에 예술의 생기를 불어넣으며 스토리텔링 예술골목을 조성하면서 교통량과 사람들의 발길도 부쩍 늘어났다.

    오동동(午東洞)은 조선시대 경상도 전통 5일장 중 가장 큰 시장이었던 마산오일장이 섰던 곳이다. 오동동 통술골목은 소리를 주제로 한 골목특화 사업인 ‘오동동 소리길’이 조성됐다.

    오동동 통술골목은 3·15의거 발원지를 알리는 상징물로 구성되는 3·15발원지 소리길과 부산에서 서민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다 마산에 정착한 이후 마산어시장과 오동동 모습을 그려온 현재호(2004년 작고) 선생의 작품 중 통술 이미지와 어울리는 작품 30여 점으로 구성된 소리길이 펼쳐져 있다.

    창원시는 창동예술촌과 오동동창동어시장상권활성화재단, 도시재생어울림센터 등을 통해 원도심 재생을 돕고 있다. 시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골목여행’이라는 공동 브랜드를 토대로 ‘골목여행 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하고, ‘3E 골목여행’, ‘한복축제’, ‘골목여행 그리고 프리마켓’ 등의 사업을 펴고 있다.

    또 올해에는 신규로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전통시장 및 상점가 창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 250년 골목

    마산의 중심 시가지를 형성해준 골목이다. 1760년 마산에 조창이 생기면서 동성, 중성, 오산, 서성, 성산, 성호 등 여섯 개 마을이 생겨났고, 이 마을을 이어주는 길이 생겼는데, 바로 250년 골목이다. 250년 골목 중 현재 그 일부가 남아 있어 소중한 역사문화적 자산이 되고 있다.

    현재 250년 골목은 남성동파출소에서 창동사거리 쪽으로 조금 올라가 클래식음악 주점인 해거름 골목에서 시작해 황금당 골목, 쪽샘 골목으로 해서 현재의 창동예술촌 아고라광장 앞을 지나 창동입구 큰길 쪽으로 빠지는 길이다.

    이 골목은 ‘창동 허새비’로 불리던 이선관 시인이 생전에 놀며 술 마시며 시를 쓰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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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동예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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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신예술골목


    ◆ 창동예술촌 코스

    마산 예술 흔적 골목, 에꼴드 창동 골목, 문신 예술 골목 등 세 가지 테마로 나뉘어 있다. 젊음의 거리 황금당 앞에서 시작해 쪽샘골목을 거쳐 창동예술촌을 둘러보고 시민극장 터 앞에 이르는 코스다.

    마산 예술 흔적 골목은 마산 르네상스 시절인 1950~1980년대 골목 모습을 복원했다. 에꼴드 창동 골목은 창작 예술인의 활동과 연구를 위한 창작 공간이자 상업 공간이다.

    옛 시민극장을 끼고 도는 골목을 따라 20여 개의 문화 예술 공간이 조성된 문신예술 골목은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다.

    시민극장 터 앞에 서면 ‘영화처럼 바람에 깃을 세우고 있던 사람들’이며, ‘하릴없이 술집 골목을 전전하며 낡은 중국집 2층에서 짬뽕 국물에 무학소주를 들이켜던 날들’이 떠오른다.


    ◆ 쪽샘 골목

    젊음의 풍류가 넘쳐흐르던 쪽샘 골목은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는 시민극장 맞은편의 학문당 뒷길이다. 그곳에는 DJ가 음악을 틀어주고 라이브 공연을 하던 ‘다다’, ‘쪽샘’, ‘학사주점’ 등 젊은이들을 상대로 하던 술집이 있었다. 지금은 창동예술촌으로 조성됐다.


    ◆ 족발(고갈비) 골목

    오동동문화의 거리에서 불종조형물 횡단보도를 건너 창동예술촌으로 들어가는 오른쪽 첫 골목에는 족발(고갈비) 골목이 즐비했었다. 한창때는 10여 곳에서 고갈비(구운 고등어 구이가 갈비처럼 맛있다 해서 붙여짐)를 취급했으나 지금은 족발집만 몇 군데 남아 있다.

    창동 불종거리에 서면 ‘이슬처럼’ 살다간 황선하 시인의 시가 떠올라 살아 있음이 눈물겹도록 고맙게 느껴질지 모른다.

    황 시인은 ‘창동불종거리1’을 통해 ‘마산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창동 불종거리에 오면/ 다정다감한 마산사람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창동 불종거리에선/ 모두가 낯익은 이웃 같아 보입니다’고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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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동 소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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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5의거 발원지 표지 동판


    ◆ 먹자 골목

    창동사거리에서 이어지는 부림시장 아케이드 입구 등에는 먹자 골목이 형성돼 있다. 김밥, 튀김, 떡볶이, 국수, 우동 등 분식과 일품음식을 파는데, 양이 많고 시중가보다 저렴하다. 1970~90년대 공단 여성근로자들이 주말이면 창동과 부림시장을 중심으로 쇼핑을 한 뒤 배불리 먹으며 수다를 떨던 곳이다.


    ◆ 문화의 거리

    불종 맞은편 코아양과에서 오동동사거리에 이르는 길이다.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돈과 사랑이 넘쳐나던 거리였다. 당시 마산시에서 상권 활성화를 위해 차 없는 거리를 조성했는데, 그것이 문화의 거리 시작이다. 이곳은 1960년 3·15의거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현재 원할머니보쌈집이 당시 2층 목조건물인 민주당 당사가 있었던 곳이다. 발원지 동판이 문화의 거리 가운데 있다.


    ◆ 통술 골목(소리길)

    ‘통술’은 술을 통(桶)에 담아서 팔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소주나 맥주를 시키면 싱싱하고 푸짐한 각종 해물 안주가 가득 나온다. 1960년대 말부터 오동동이 원조였지만 신마산에 ‘통술거리’가 생기면서 한때 위축되는 듯했으나 최근 원조인 오동동이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 현재호 벽화 에꼴드

    문화의 거리 뒤쪽에 형성돼 있는 골목으로, 주점이 밀집해 있다. 2007년 실비만 받고 재능기부로 참여한 지역 미술인들의 힘으로 미국 팝아트의 창시자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3·15 관련 이미지, 술꾼들의 모습 등을 벽화로 그렸다. 2013년 기존의 낡은 벽화를 지우고 현재호 화백의 작품을 테마로 후배 미술인들이 벽화로 되살렸다.



    250년 코스에서는 3·1운동 만세 시위지, 부마항쟁 마산시내 발원지, 애국지사 옥기환 선생 집 터, 마산에서 한국이 설립한 최초의 주식회사 원동무역주식회사 터, 남성동성당, 마산 조창 터, ‘항일 지사’ 김형철 선생이 한국인 의사로서 경남에서 처음으로 개원한 마산삼성병원 터,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인 고모령 등 역사적 명소가 자리잡고 있다.

    또 젊음의 거리, 쪽샘 골목, 족발 골목 등으로 이뤄진 창동예술촌 코스에서는 항민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만들어진 민의소, 구락부회관, 시민극장, 독립운동가 남저 이우식의 집, 낙동양조장 터 등을 만날 수 있다.

    통술 골목 등이 있는 문화의 거리 코스에서는 애국지사 명도석 선생 생가터, 마산형무소 터, 3·15의거 발원지, 요정 춘추원, ‘선구자’ 작곡가 조두남 선생 가옥 등을 볼 수 있다.

    마산을 사랑한 문화예술인의 영혼이 살아 숨쉬는 창동, 오동동 골목길을 걸으며 마산의 추억과 정취에 흠뻑 젖어 보자.

    글= 김진호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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