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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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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내 맘대로 쓱싹쓱싹 펜드로잉

선으로 말해봐, 남기고 싶은 너의 이야기들

  • 기사입력 : 2015-01-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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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펜드로잉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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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드로잉에 쓰이는 다양한 재료들.


    아트테라피(Art therapy: 미술로 마음을 치료하는 법) 시대가 왔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어른용 색칠놀이책으로 알려진 ‘비밀의 정원’은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주요 서점 통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있다. 또한 예술분야 1위부터 20위까지도 비밀의 정원과 같은 어른용 색칠놀이, 혹은 그림 그리기 책이 휩쓸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번호가 적힌 좁은 칸들을 해당하는 색깔로 메워나가면 명화를 완성할 수 있는 ‘D.I.Y 명화그리기’ 열풍도 불었다.


    왜 이런 색칠놀이가 인기를 얻고 있을까?

    어른용 색칠놀이나, 명화 그리기를 해 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소감 가운데 하나는 ‘어릴 적 학교 미술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예쁘게, 혹은 똑같이 따라 그리지 못한다며 미술에 소질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서 미술을 포기했는데, 이건 스트레스 받으면서 그리지 않아도 칠하기만 하면 예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는 것도 포함됐다. 색칠을 마친 후의 뿌듯함도 꼽혔다.


    그러나 색칠놀이에는 ‘나’의 이야기는 빠져있다. 똑같이 그어진 선 안에서 색을 입힐 뿐이기 때문이다.

    쉽게 그리면서도 내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책을 살 필요도, 물감을 굳이 준비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냥 굴러다니는 펜과 연필이면 족하다.

    도화지도 필요없다. 연습장이나 A4용지, 신문지 위, 혹은 과자상자 뒷면도 훌륭한 바탕이 된다.


    맞다, 일러스트 중에서도 펜드로잉, 간단한 손그림을 그려보는 거다. 낙서하듯, 내 맘대로.

    이렇게 그리다 보면, 올해는 여행에서 본 멋진 풍경을 사진 대신, 간단히 몇 개의 선으로 수첩에 남길 수 있는 놀라운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도움말: 그림소다·소다스튜디오 ☏ 055-264-8831.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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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위치한 ‘그림소다’를 찾은 김민상씨가 펜으로 맥주병을 그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미술포기자 공대생, 펜드로잉 도전하다

    “초등학교 이후에 그림이라고는 그려본 적이 없는데요…”

    한껏 주눅든 모습으로 화실에 들어선 김민상(24·창원시 성산구 대방동)씨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새로운 취미로 펜드로잉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추천을 받고 화실에 오긴 했지만, ‘미술’과, ‘그림’이라는 단어 자체도 너무 오랜만이어서다. 단 한 번도 미술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작업실 겸 생활 속 그림공간인 ‘그림소다’를 운영하는 박경실씨는 똑부러진 목소리로 걱정을 붙들어 매라고 말했다.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그래도 빈 도화지 보면 겁나시죠? 하하, 누구나 백색 공포증은 있어요. 우리 손부터 풀어볼게요. 이건 제사 지방을 쓸 때 사용하는 붓펜이에요. 힘을 줬다 풀었다 그냥 선을 부드럽게 그어보세요.”

    민상씨의 마냥 낯선 손동작에 펜이 주춤거렸으나 이내 부드러운 굴곡진 선들을 그어냈다. “신기하네요, 하하.”

    “자, 그럼 맥주병을 그려볼까요?” 경실씨가 흰 도화지를 꺼내면서 앞에 놓인 초록색 병을 가리켰다. “이 병이 보이는 테두리를 주욱 따라가면서 그리세요. 부분 부분 나눠보지 말고 이어서요. 분명 어떤 부분이 뚱뚱해지거나 날씬해질 거예요. 그래도 누가 그려도 민상씨의 형태로는 그릴 수 없으니 자신있게 쭉 그려 나가면 돼요. 아무도 뭐라하지 않아요.”

    민상씨는 병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선을 이어나갔다. 짧은 시간 안에 병 하나가 뚝딱 그려졌다. 디자인 문구에서 나온 노트 표지 일러스트처럼 멋스러운 맥주병이 나왔다. 스스로도 놀란다.

    “알고 보면 미술 전공자 아녜요? 와, 진짜 멋지게 그려졌죠? 이제는 색을 입혀볼게요. 선생님들이 ‘꼼꼼하게, 깔끔하게 칠해라, 다 못 칠하면 집에 못 간다’는 무시무시한 말씀을 하셨지만 꼭 그렇게 선에 맞춰 칠할 필요 없어요.”

    경실씨는 준비물을 갖추려는 자세, 잘 그리려는 마음을 비울 때 더 잘 그려진다고 강조한다.

    “아예 그림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더 재밌게 그림을 즐기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자기 그림을 부끄러워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내 이야기 담겨야 '명작'이죠!

    “‘그림’은 ‘그리움’에서 왔다고도 하잖아요, 내가 그립고 잊지 않고 싶은 대상을 그리는 거예요, 내 이야기죠. 아까 그린 맥주병을 볼 때마다, 아 내가 이 아줌마한테서 이상한 드로잉이라는 걸 배웠고, 처음으로 드로잉을 완성해봤다는 생각이 날 거예요. 어젯밤에 친구랑 마신 맥주병이라면 또 의미가 더해지게 되는 거죠. ”

    민상씨는 그림 옆에 짤막하게 잊지 못할 첫 드로잉 경험이라는 소감과 날짜를 적었다. 그러나 이게 잘 그린 그림이 아닌데 괜찮냐는 의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의미를 간파한 경실씨가 답했다.

    “여기서 그림을 함께 그렸던 분이 친구분들한테 그림을 보여주니, 못 그린다고 놀렸대요. 근데 그런 사람들한테 펜을 쥐게 해 보세요. 얼마나 잘 그리나, 못 그려요. 그리고 이 그림은 남에게 보여주려 그리는 게 아니잖아요?, 온전히 자신을 위한 그림이니 더욱 명작이죠. 내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는데.”

    화실의 그림들도 전부 이야기가 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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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그림은 엄마가 20년 동안 쓰던 소중한 우산인데 고장이 나서 버리기 전에 그렸고, 이 그림은 지난해 아끼던 화분에 매미가 달라붙었는데 그대로 죽어 그때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린 그림이에요. 사라진 것들이 남아 생명을 가지게 되니까 좋죠.”

    그림소다에서 그림을 그려온 윤혜원(19·창원시 성산구 남양동)씨는 재작년 친구들과 송정해수욕장에 놀러갔던 때를 그린 드로잉을 보여주며 펜드로잉, 손그림의 장점을 설명했다.

    “친구들 기다리거나 할 때 낙서처럼 생각 없이 그릴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해져요. 한 번 그림으로 남기면 별것 아닐 수도 있는 것이 추억으로 남고, 선명해지는 것도 좋고요. 사진도 사진이지만 제 손을 거쳐 생긴 결과물이잖아요.”

    작은 메모장에 하나둘 끄적이다 보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사물을 주의깊게 관찰하게 된다.

    ▲내가 그린 그림 활용하기

    직접 그린 펜그림은 활용도도 높다. 일기장에 하루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물건을 구석에 그려넣으면 ‘오늘의 기억’을 남길 수 있다. 여행 가서도 기억에 남는 풍경을 재빨리 그려내볼 수 있다. SNS에 남기면 그것 그대로 작품노트가 완성이 될 뿐 아니라, 내 일기와 경험을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간단한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책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요리 레시피를 근사하게 작성하는 것, 사진 앨범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도 펜드로잉을 오려붙이면 가능하다.

    요즘은 스캔하는 것도 굉장히 간편해졌기 때문에 스캔해서 자신이 그린 캐릭터를 명함에 넣거나, 노트로 제작할 수 있다.

    전사지 등을 이용해서 옷이나 가방에 자신의 펜드로잉 작품을 넣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직접 제작하는 것이 어렵다면, 사진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주는 웹사이트나 공방을 이용하면 된다. 사진을 머그컵에 넣어주는 곳을 이용하면 자신의 드로잉이 담긴 머그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어렵지 않다.

    자신의 작품을 찍어서 포토북을 만들어주는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면 그림일기를 책으로 묶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손수 만든 하나밖에 없는 작품들이니 생일 등 기념일에 의미있는 선물로도 그만이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승훈(26)씨는 “허투루 생각할 수 있는 것들에 의미가 부여되고, 내가 온전히 그 사물에 의미를 두고, 그림으로써 ‘내 것’이 되는 것이 좋다”며 “편지지, 엽서로 만들어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혼자 연습할 때 참고하면 좋을 책

    -‘철들고 그림그리다’(정진호 저·한빛미디어): 공대 출신인 마흔 살 남성이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어 펜과 노트를 들고 스스로 연습한 결과를 정리한 책. ‘그리기의 행복’은 학원이나 전문가가 알려주지 않는다며 비전공자가 일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데 눈높이를 맞춘 책이다. 전문적인 용어를 쓰지 않고, 자신이 그림을 시작할 때를 떠올리면서 그림이 나아지기까지 직접 겪은 경험들을 쉽게, 그림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재밌고 이해하기 쉽다. 자신의 소품과 일상들을 쉽게 그린 것들이 많아, 따라 그려볼 것도 풍부하다. 펜과 물감, 색연필 등 그리는 데 쓰이는 도구의 종류와 장단점을 정리해 놓아 자신이 원하는 도구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펜일러스트, 그림으로 표현하는 나만의 일상(장성은, 박지연 저·하서출판사): 선긋기 같은 그림의 기초부터 두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따라 그려보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나열해 놓았다.

    -윰마와 함께하는 손그림 일러스트(윰마 저·재승출판) : 감성적인 일러스트를 그리고 싶을 때, 참고하면 좋을 책. 동화에 나올 법한 일러스트들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후다닥 그리는 연필 일러스트(박향미, 유해린 저·서우미디어) : 순서에 따라 그리기만 하면, 귀여운 손그림이 완성될 수 있도록 과정을 상세히 그려놓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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