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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세종대왕, 위대한 지도력 지금도 귀감 되다- 이종상(전 경남대 부총장)

  • 기사입력 : 2014-12-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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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역사상 최고의 정치 지도자는 세종대왕이다. 치세 목표는 위민과 민본정치였고, 절대군주 정치에서도 여론조사 등 민주적 통치방법을 채택했다. 처세의 근본은 고전 등 엄청난 독서량에서 나왔다고 본다. 최고의 치적인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인 훈민정음 창제도 어려운 한문 때문에 억울하게 손해를 보는 백성을 위해 제정한 것이다. 굶는 백성이 있으면 관리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

    먼저 탁월한 인사정책을 꼽을 수 있다. 출신·단점·과거를 불문하고 관노·서자 출신이라도 각 분야 최고의 능력자를 발탁해 등용했다. 명재상 황희·맹사성, 집현전 성삼문·신숙주, 천문학자 장영실, 이조판서 허조, 육진 개척 김종서·최윤덕 등 팔도를 뒤져 철저한 검정을 거쳐 인재를 적재적소에 투입했다. 세종 치하 최고의 인물은 황희였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2인자에 제갈공명이 있듯이 그는 세종 치하 재상 24년에 영의정 18년의 업적은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2인자로 꼽힌다. 그는 탁월한 사태파악 능력, 아무리 복잡한 안건도 핵심을 파악해 간명하게 정리하는 능력, 왕에게 우선순위를 말하고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했으며, 의롭지 않으면 왕명도 거부했다. 황희가 조선시대 제일의 청백리가 됐다면 세종은 황희의 보필로 동방의 성군이 됐다.

    두 번째 특징은 그의 통치 방식이다. 일반 국정은 재상에게 위임하고 남은 여유 시간을 혁신 과제에 투입했다. 어전회의는 민주적 방식인 세미나식으로 운영했다. 국왕은 발언을 최소화하고 반대의견도 끝까지 경청했다. 황희 정승도 회의 때 남보다 먼저 발언하지 아니했다.

    먼저 발언하면 타인의 발언이 막힌다는 판단에서였다. 중대한 사안에 대한 토론이 결론이 나지 않으면 회의는 다음 날로 계속됐다. 합당한 안이 도출되면 황희는 마지막 자기의 식견을 총동원하여 종합적 결론을 내리면 세종은 ‘승상의 뜻대로 하시오’라고 하여 황희에게 힘을 실어주고 회의를 끝낸다고 한다.

    세 번째, 세제개혁을 위한 여론조사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론조사이다. 세금 징수에 관리들의 횡포가 심해 이를 개선코자 관리와 국민 17만명을 상대로 공법 시행에 관한 여론조사를 했는데, 반대보다 찬성이 많았으나 이해가 엇갈려 시행을 보류하고 신중한 논의를 거쳐 새로운 공법을 14년 만에 제정해 조선시대 세법의 기본으로 시행했다.

    세종의 치적을 귀감 삼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인사와 소통문제는 본받아야 할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일반적 실정은 인사실패와 불통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도 국민들은 원인을 여기에서 찾고 있다. 임기 3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은 먼저 인사개편과 소통정치로 대전환을 가져와야 떨어진 실점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은 세종처럼 정파·지역·혈연·과거를 따지지 말고 국민들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최고로 능력 있는 적임자를 선택하여 소신껏 일하게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 리더십에서 폐쇄성을 단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어전회의는 지금의 국무회의를 말한다. 회의다운 국무회의를 못 본 것 같다. 지시나 전달로 끝나고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적는 것으로 형식화되고 있다. 관계장관회의, 수석비서관회의 등 회의는 회의답게 난상토론을 통해 세종 때의 어전회의처럼 국정 쇄신의 실질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번지르르한 보고서를 장시간 읽기보다 대면·현장과 실무에서 발전적 해답을 찾아야 한다. 불통에서 벗어나 각계각층·다방면의 전문가와 실무자와의 소통을 통해 정치 발전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세종의 위대한 지도력이 지금 우리의 척박한 정치현실에 실천해야 할 교훈과 귀감으로 가슴을 울린다.

    이 종 상

    전 경남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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