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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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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사람이 그리운 시대의 자화상- 백남오(수필가)

  • 기사입력 : 2014-12-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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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그립고, 사람이 그리운 시대다. 도처에는 사랑의 속삭임도, 우정의 맹세도, 잔을 부딪치는 감미로운 소리도 넘쳐나지만 마음 한편은 언제나 공허함이 감돈다. 자기 이해관계에 상충되면 그 수많은 날들의 약속마저도 속절없이 무너뜨림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일 것이다. 한 해의 끝자락인 12월의 찬바람과 쓸쓸함 때문인지 사람의 온기가 더욱 그리운 시간이다.

    올해도 이웃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힘들어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저에게 온갖 정성으로 잘 해줬는데, 저는 나를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심한 경우에는 ‘죽일 놈, 살릴 놈’ 언성을 높여 가며 의절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우리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많은 사람과 접하며 생활하고 있다. 가깝게는 부모자식, 부부, 형제로부터 삼촌, 사촌, 일가친척, 친구, 애인, 선배, 후배, 스승, 제자, 동료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넓고도 크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해줄 수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적으로 배신하고 깊은 상처를 내는 경우도 허다함을 생각한다면,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얼마나 고마운가. 재능을 전수해줄 것인가, 대신 울어줄 것인가.

    물론 그 이상의 것도 줄 수 있는 특별한 경우도 있겠지만 순간이요 일시적일 뿐이다. 간절히 원하는 마음속 본질은 해결해 줄 수가 없음이 인간관계의 근본적인 한계라 믿는다.

    곁에 있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줌에 만족해야 되지 않을까. 섭섭해하지 말자. 자기 몸 하나 가리며 사는 일도 버거운 시대가 아닌가. 때로는 저도 나 때문에 얼마나 서운하고 힘들어 했을까. 나 역시도 편협하고 부족한 인간이기에 때로는 그의 깊은 내면을 따뜻하게 감싸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외면하고 고통을 주기도 했으리라.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의 본질은 혼자 가는 것이다. 혼자서 일어서고, 기뻐하고, 고뇌하며, 흔들리는 것이리라. 궁극에는 죽음까지도 혼자 외롭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이 아닌가. 그 여정에서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나 한때나마 사랑한 이웃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축복인가. 그 소중한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내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사람이 그리운 시대, 당신이 있어 나는 오늘도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음이 고마움이라 생각하자.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길목에서 꼬인 매듭이나 오해가 있으면 풀고, 할 수 없는 짓을 한 그 사람일지라도 용서하는 아량을 결심해보자.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잘한 것은 기억하지만, 잘못하고 실수한 것은 잊어버리기 쉽다. 또한 남이 나에게 잘해준 것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서운하고 손해 본 점은 오래 새겨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짚어 보며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새해에는 모두가 더 따뜻한 이웃을 곁에 두고 조금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

    백 남 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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