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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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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인문학 다시 읽기- 김진희(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4-11-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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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휴대폰 하나에도 본질적인 인문학적 통찰이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에 모두 반영돼 있다.”

    인문학적 소양을 중시한 스티스 잡스에 이어 모 기업가는 강연에서 인문학과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읊었다 한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저 안에 초승달 몇 날

    한 알의 대추를 보며 태풍과 천둥, 벼락을 읽어내는 사람은 분명 사람을 귀히 여길 것이다. 작은 대추 한 알에서 무서리와 땡볕과 초승달을 볼 수 있는 열린 눈과 귀와 머리를 가진 사람은 분명 마음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편리한 기기 사용과 우수한 디자인, 뛰어난 성능에 주력해 휴대폰 상품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기기에 인문학적 통찰을 요구하는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문학, 철학, 심리학과 등 인문학과가 폐강되고 초·중등학교에서도 문예부, 고전 읽기부, 서예부 등 인문학 계통의 부서는 동아리 활동에서 없어진 지 오래된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출세(?)하기 위해서는 남의 마음이나 읽고 대추 한 알에서 달, 별, 태풍, 해를 감상하고선 사회에서 바라는 것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펙을 쌓고 자격증을 따고 높은 점수를 얻어야만 남보다 먼저 오를 수 있고 앞장설 수 있기 때문에 대추 한 알에 담긴 우주적 사고를 감지하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성과 중심 지향으로 앞만 보고 달렸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차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이 일 중독자처럼 밤늦은 시간까지 일에 매달려야 했다. 첨단 과학의 발달로 우리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인간은 전자 기기에 종속되고 업무 도달률에 따라 평가되고 등급이 나눠지는 등 하루가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연속전이다. 남보다 앞장서야 하는 경쟁사회에서 그 부작용이나 폐해는 직·간접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악영향을 미친다.

    바스 카스트는 ‘선택의 조건-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에서 ‘적을수록, 버릴수록, 느릴수록, 행복이 온다’고 말한다. 행복한 나를 위해 적게, 버리고, 느리게 살아야 한다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요즈음 우리 사회는 무엇인가 조금씩 변화하는 느낌이다. 지난 달 말에는 인문주간을 맞이해 지자체나 각 단체에서 인문주간 행사를 벌였다. 또 강좌마다 인문학 강의 시간이 늘어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업에서도 “시험 점수는 공부해서 높일 수 있지만 인문학적 소양과 인성은 쉽게 개발되는 부분이 아니다”며 자기소개서에 인문학 서적 감상문을 제출하게 하거나 인·적성검사에 한국사 시험을 추가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하나의 자격증을 얻는 것보다, 인문학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고객과의 소통이나 업무 능률 면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서점에서도 인문학 관련 서적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는 것이다. 작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내 주위를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이 중요하지 않을까. 읽을거리가 많아서 넘쳐나는 책의 홍수 속에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책 한 권 사서 읽어야 하겠다. 평범한 하루가 또 가고 쓸쓸한 가을이 깊어간다.

    김진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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