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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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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아, 독도! 그리움의 향기를 날리고- 김진희(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4-10-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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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를 밟는 사람은 모두 애국자다.”

    제16호 태풍 ‘풍웡’의 영향으로 바다 위에서 춤추던 울릉도행 썬플라워호를 탄 일행들이 창백한 얼굴을 한 동료들에게 위로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울렁거림은 쉬이 낫질 않았다. ‘얼마나 기다렸던 날인가!’ 경상남도교육연수원에서 실시한 ‘나라사랑 독도사랑’ 2박3일간 체험연수에 참여하는 울릉도·독도 여정을 생각하면 저 밑바닥에서 잠자던 감성의 깃이 푸드덕 날갯짓하는 것만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한동안 들떠 있었다.

    말로만 설명하고 노래하고, 그림으로 우리 땅임을 가르치던 독도! 오랜 연인을 그리듯 갈망해 온 울릉도·독도 탐방이라 주변에서 걱정하는 멀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큰 임무를 띤 용사가 되어 새벽길을 나섰다. 아버지의 말없는 눈빛처럼, 든든한 어깨처럼 무장한 사진 속의 그곳은 마음처럼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전날 라디오에서 “부산외국어대학교 김문길 명예교수는 독도가 한국 땅임을 역사적으로 고증하는 일본의 공문서-소화 26년(1951) 명치시대에 일본 시마네현 지사가 외무대신 앞으로 보낸 문서-를 발견했다”는 뉴스에 귀가 활짝 열렸다.

    배가 서서히 동도에 닿았을 때 거수 경례로 환영하던 경비병들이 내 아들처럼 보여서 가슴이 뭉클했다. 하지만 이 외로운 독도를 지키는 그들에게 준비해 간 위문품을 정성껏 전달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독도는 독도, 그 자체였다. 바다는 사람들의 환호성에도 그저 그 자리에서 손짓으로 어깨로 너울춤만 추고 있었다. 심심한 듯 날아다니는 갈매기, 보는 이의 눈길에도 아랑곳없이 피고 지는 꽃, 돌, 바람, 파도소리….

    묵묵히 내려다보는 동도, 서도, 촛대바위며 가제바위는 사진 속의 그림처럼 여전히 우리를 지키고 있었다. 옛날에는 ‘우산도’, ‘가지도’라고 불리다가 울릉도 주민들 사이에서 불린 ‘독섬’은 사방이 돌로 이루어졌다 해 ‘돌섬’이, 한자로 표기해 ‘독도’가 됐다 한다.

    높은 가을 하늘이 더 높게 눈부신 날이었다. 20분 후 승선하면 다시는 못 올 것만 같아서 사람들은 땅을 구르고 만세를 부르고, 색소폰 반주에 맞춰 애국가를 부르고 아리랑을 부르고 독도를 부르고 대한민국을 불렀다.

    우리는 모두 하나같이 애국자가 됐다. ‘독도야, 내가 지킬게’, ‘독도야, 고마워’ 깃발을 가슴에 붙이고 사진을 찍는 사람,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는 사람, 하나라도 더 눈에 담아 두기 위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포즈를 취했다. 나도 한 손에 국기를 들고 크게 양팔 벌려 독도를 안은 듯이 사진을 찍었다.

    ‘다음에는 더 쉽게 널 사랑하리. 더 편하게, 더 가까이에서 더 자주 너에게 다가가리. 독도야, 사랑한다.’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제는 사진으로, 그림으로만 가르치지 않겠다. 생생하게 두 눈으로 본 것, 느낀 것을 글로 쓰고 이야기로 들려주겠다. 마치 헤어지는 연인처럼 점점 사라져가는 독도의 뒷덜미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아쉬움을 안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 우리는 ‘독도 사랑’ 밴드와 카페를 만들었다. 아름다운 독도는 가을 향기를 솔솔 뿌리며 다시 오라고 사진 속에서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에 우리 땅, 독도는 살아있었다.

    김진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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