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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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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제자를 위해 자기를 버린 참스승- 서일옥(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4-05-1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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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나라를 멘붕에 빠지게 했던 그토록 큰 슬픔이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채 한 달이 지나갔다. 스승의 날을 보내면서 마지막까지 제자를 위해 자기를 버린 참스승들의 고귀한 희생을 다시 한 번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라는 노래가 있지만 사람들은 흔히 이 시대에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진도 해역의 세월호 참변에서 보여준 단원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참스승의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영어교사로 재직한 남윤철 교사의 좌우명은 ‘학생들을 사랑하자’이듯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난 직후 갑판까지 올라갔지만 아래층의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객실로 내려가서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걱정 마라, 침착해라, 그래야 산다”며 갑판 위로 올려 보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살아서 뭍을 밟지 못했고, 이해봉 교사는 침몰 당시 난간에 매달린 학생 10여 명을 구출해내고 자신은 변을 당했으며, 인성생활부 교사였던 고창석 교사 역시 제자들에게 일일이 구명조끼를 챙겨 “먼저 입고 배를 빠져나가라”했다. 최혜정 교사는 사범대 수석졸업과 동시에 첫 교단에 섰으나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며 10여 명의 학생을 구하고 역시 자신은 희생되고 말았다.

    그 외 다른 선생님들도 탈출에 용이한 선박의 맨 꼭대기 층에 묵고도 위험에 처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희생된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단원고 실종자들의 카톡방에는 교사와 학생들이 마지막까지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꼭 살아서 만나자. 다들 사랑한다”는 말을 남겨 슬픔을 더해 줬다.

    이번 수학여행의 지도 감독이었던 강민규 교감선생님은 학생을 대피시키고 구조된 후에도 ‘제자를 버려두고 혼자만 살아 나온 죄인이 되어 괴롭다’며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디 단원고뿐이랴! 부산에서 스물넷 꽃다운 나이에 초등학교 첫 발령을 받은 선생님은 저수지에 멱을 감던 학생 3명이 깊은 데 빠져 허우적대는 걸 보고 물로 뛰어들어 2명을 구출해 저수지 밖으로 내보내고 마지막 남은 한 명을 구하려다 그만 심장마비로 물속에 가라앉고 말았다.

    대전에서는 학생들의 하교지도를 하던 60대 교사가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로 달려드는 트럭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고 숨진 사건도 있고,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때 어린 학생 40여 명을 구하고 자신은 불길을 헤어나지 못해 숨졌던 선생님의 이야기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신성인을 실현한 참스승의 모습들이다.

    요즘 교단이 너무나 힘들다. 교권이 땅에 떨어져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을 하고 협박과 폭행을 해도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현실이다. 붕괴된 가정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교육현장에서 오늘도 선생님들은 오직 제자를 위해 교단에 선다. 우리 그들이 힘낼 수 있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 드리자.

    서일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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