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작가칼럼] 월영대의 새봄- 이광석(시인·경남언론문화연구소 대표)

  • 기사입력 : 2014-04-04 11:00:00
  •   



  •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신다. 진해 벚꽃도 제 이름표를 활짝 내걸었다. 이제 봄은 시작인데 소리꾼 장사익은 ‘봄날은 간다’를 진주 남강물에 띄운다.

    어느 별나라에서 떨어졌는지도 모를 작은 돌덩이 한두 개를 놓고 ‘로또 운석’ 사냥에 나선 사람들이 요즘 진주 외곽(대곡) 들판을 휘젓는 바람에 인근 주민들의 심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우주 돌팔매질이 이처럼 언론의 관심거리로 급부상하는 현장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마산의 월영대가 생각난다.

    절묘한 스토리텔링, 한국문학의 원류, 문화유산으로서 가치 등 문화콘텐츠 개발의 동력을 지닌 월영대가 천 년 가까운 세월 여태껏 깊은 잠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월영대가 한국 유학의 연원지(淵源地)이며 시문학의 근원지라고 불리는 근거로서 조선시대 성현(成峴)의 ‘용재총화’에 ‘아국문장시발휘어최치원 (我國文章始發揮於崔致遠)’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을 봐도 고운의 명성이 얼마나 큰가를 짐작게 한다.

    또한 조선조 중기의 문신 심의(沈義)는 대관제몽유록(大觀齊夢遊錄)에서 하늘나라에 문장왕국(시인의 나라)을 세웠으되 △천자는 최치원 △수상에는 을지문덕 △좌상에 이제현 △우상은 이규보로 삼았다고 할 만큼 고운의 학덕을 천하의 명품으로 꼽았다. 이 짧은 비유에서만 보더라도 고운이 신라, 고려, 조선조를 넘나드는 최고의 문장가라 할 것이다.

    월영대는 고운이 마산으로 이주해 와 남기고 간 유일한 한 점 혈육이다. 마산이 유독 달(月)동네가 많은 것도 월영대와 무관하지 않다. 달은 그리움이며 안식이며 평화의 상징이다.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 만 리를 통하였네.(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용한 이 시 구절도 한·중 소통의 깃발이 됐다.

    고운이 가고 난 훨씬 뒤 조선조 퇴계 이황은 마산의 월영대를 찾아 다음 추모시를 남겼다. ‘늙은 나무 기이한 바위 푸른 바닷가에 있건만/ 고운이 놀던 자취 내처럼 사라졌네/ 오직 높은 대에 밝은 달이 길이 남아/ 그 정신 담아다가 내게 전해주네.’ 이 밖에도 서거정, 정지상 등 열세 분의 월영대 예찬시가 전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려 말 이색과 정몽주 등도 합포로 부임하는 관리들에게 건넨 전별시에 월영대와 최치원이 등장한다고 했다. 중국 장쑤성 양저우시에서는 2000년 동상 제막에 이어 2007년 최치원 기념관을 짓고 매년 10월 15일을 한·중 우호 교류일로 지정, 국제학술대회, 제향 행사 등 대규모 기념축제를 벌인다.

    어느 시인은 고운을 ‘신라의 달’이라고 적었다. 월영대야말로 최치원이 이 땅에 남긴 유일한 ‘대박 운석’이다. 10년의 진통 끝에 마침내 지난 3월 18일 고운 최치원 기념사업회가 출범했다.

    사단법인으로 등재되면 전국 규모의 최치원 선양사업이 탄력을 받게 된다. 최치원 누각, 기념관 건립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개발되면 마산은 최치원 문화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월영대에 신라의 푸른 달빛이 빛날 그 날이 올 것이다. 월영대의 새봄, 마산문화 융성의 새 뱃길이 열릴 것으로 믿는다.

    이광석(시인·경남언론문화연구소 대표)


    ※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간 작가칼럼을 집필할 4명의 필진이 구성됐습니다. 문학분야 각 장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들은 다양한 글감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광석(시인) ▲강현순(수필가) ▲서일옥(시조시인) ▲이제니(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