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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49) 함안 반구정에서 바라본 낙동강

마음 채워주는 겨울의 여백

  • 기사입력 : 2014-02-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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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 반구정에서 바라본 풍경. 650년 된 느티나무와 육각정 뒤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너른 남지 들녘이 펼쳐진다.
    반구정.


    낙동강과 남강이 합쳐서 용화산의 산기슭을 휘감아 돌아 천하의 절경을 이루는 곳에 정자가 둘 있으니 하나는 합강정이요 또 하나는 반구정이다.

    반구정은 대산면 장암리에 있는 정자로 한여름 강에서 떠오르는 일출이 아름다워 악양루의 석양과 함께 함안의 대표적인 절경으로 꼽힌다.

    용화산 중턱 옛날 청송사가 있던 곳에 자리한 반구정은 확 트인 조망으로 남지 들판과 낙동강의 굽이치는 절경을 바라볼 수 있어 전국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반구정을 가기 위해선 대산면 입사마을에서 경사가 심하고 구불구불한 용화산 임도를 따라 3㎞ 정도를 가면 길섶에 입구를 알리는 바위 표지석이 있다.

    오른쪽으로 꺾어 굽은 길을 50m쯤 내려가면 차 2~3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용화산 자락 펑퍼짐한 기슭에 자리 잡은 정면 4칸의 크지 않은 기와집이 관리동을 옆에 끼고 나직하게 앉아 있다.

    바로 ‘반구정’이다.

    낙동강 강바람이 반구정을 휑하니 감도니 스산하고 고요하다.

    관리하는 할아버지가 계신 줄 알았는데 기척은 없고 어디선가 삽살개 두 마리가 달려와 반긴다. 아담한 반구정보다는 앞마당에 서 있는 650년 된 느티나무가 훨씬 아름답고 웅장하다. 높이가 15m, 둘레는 5.5m나 되는 노거수인데, 나무의 수형이 기품 있는 분재처럼 아름답다.

    그 아래에는 2007년 대산면에서 설치한 육각정이 운치를 더한다. 반구정 주변 경관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과 남지읍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냉랭한 겨울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낙동강과 넓게 펼쳐진 남지읍과 들녘을 바라보면 신선이 따로 없고 절경의 운치에 젖어 있자니 온갖 세상사가 덧없어진다.

    낙동강 저편 남지쪽 광활한 둔치와 체육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매년 4월이면 둔치는 유채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유채는 가을에 파종해 월동을 해야 이듬해 봄에 눈부신 노란꽃을 피운다. 회색빛 황량한 강변이 오는 4월이면 화사한 노란꽃으로 덮이는 축제의 장이 된다고 생각하니 선뜻 믿어지지가 않는다.

    또 낙동강을 걸쳐 있는 남지철교도 조망된다. 낙동강, 둔치와 조화를 이루는 남지철교는 일제강점기 창녕과 함안을 잇기 위해 설치돼 6·25를 겪는 등 민족의 애환이 서려 있다. 교통이 불편하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지철교와 유채축제를 한눈에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반구정이라는 것을 아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싶다.

    반구정에 서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왜적과 맞서 싸운 용맹무쌍한 의병장들의 기개와 숨결이 느껴진다.

    반구정은 두암 조방 선생과 임진왜란이 끝난 후 의병장으로 활약한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사의 자질구레한 소리를 멀리하며 여생을 보내려고 낙동강 웃개나루(上浦)에 세웠던 정자다.

    이후 강섶이 침식하고 당우(堂宇)가 퇴락해 1866년 지금의 위치로 옮겼으며, 문장가 성재 허전이 기문을 지었다.

    두암 조방 선생은 형 조탄과 함께 1592년 4월 22일 곽재우 장군과 창의(倡義)했으며, 정암나루와 남강과 낙동강이 합치는 기강 등지에서 수많은 공을 세웠고, 정유재란 때는 금오산성의 적을 격퇴하고 화왕산성을 지킨 인물이다.

    왜적을 무찌른 공이 컸으나 벼슬에 대한 욕심이 없었으며, 여생을 반구정에서 마감했다고 한다.

    부모를 섬기고 나라를 위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두암공의 시(詩)가 반구정에 걸려 있다.

    事親當盡孝(사친당진효, 어버이를 섬김에 마땅히 효를 다하고)

    爲國亦當忠(위국역당충, 나라를 위해서는 마땅히 충이라)

    嗟我俱無及(차아구무급, 슬프다 이 내 몸은 모두 미치지 못하였으니)

    江湖恨不窮(강호한불궁, 세상에 한이 끝이 없도다)

    반구정은 짝 반(伴), 갈매기 구(鷗), 정자 정(亭)으로 ‘갈매기와 여생을 살고 싶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자연을 좋아하며, 자연과 더불어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낙동강과 남지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숨은 보물 반구정.

    굽이굽이 용화산 산길을 따라 찾아온 길손에게 일일이 대접하지 못해 반구정 내에 비치해 놓은 커피와 녹차가 대신 추위에 움츠린 방문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글·사진= 배성호 기자 bae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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