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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스타십 프로젝트- 김홍섭(소설가)

  • 기사입력 : 2014-02-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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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에 관한 뉴스가 나오면 늘 관심 깊게 보는 편이다. 인터넷에서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이른바 ‘스타십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구가 못 쓰게 되기 전에 하나 더 장만하자는 계획이다. 언젠가 지구는 자연 수명이 다하겠지만 그 전에 혜성과 충돌할 수도 있고 오염으로 인한 지구의 대기변화나 핵전쟁으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그때 인간은 지구를 떠나 다른 별에서 살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자면 그런 별을 미리 찾아서 답사하여 하자 없는 담보물인지 확인해 둬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별이 그리 많지 않고, 그런 조건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별들도 어마어마하게 먼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잠정적 목적지로 정해진 곳은 태양계와 가장 인접한 행성 알파 켄타우리(Alpha Centauri)다. 지구에서 40조㎞(4.37광년) 떨어져 있다. 현재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빠른 보이저 1호 속력이라면 9만 년 정도 가야 한다.

    따라서 가장 큰 기술적 문제는 우주선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늘려 9만 년이라는 시간을 100년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계획의 명칭도 인간을 100년에 걸쳐 다른 행성으로 보낸다는 뜻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은 ‘100년 스타십 프로젝트(The 100 year Starship project)’라고 명명했다.

    관련 과학자들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이 계획의 방대함을 설명한 적이 있다. 100년 이상 우주를 통과하려면 우주선 안에 식량을 확보할 적절한 농장이 있어야 한다.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이므로 문화 오락 시설도 필요하다. 도서관이나 영화관, 댄스홀, 햄버거가게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주선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수백 명 혹은 수천 명 이상이 탑승하는 미니 행성 수준이다. 그렇게 큰 우주선은 중력 때문에 지구에서 쏘아 올리지도 못한다. 부품 하나하나를 우주의 무중력지대로 가져가서 조립해야 한다.

    일단 출발한 사람이 목적지에 도달하지는 못하고 그 손자나 여차하면 손자의 손자가 도달할 것이다. 따라서 교육기관이 있어야 하고 지구를 잊지 않도록 교육도 잘 시켜야 한다. 가서 그들끼리만 잘 먹고 잘 살면서 지구를 잊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정신교육 된 교사가 동승해야 한다.

    궁금증이 인다. 정말로 이 계획은 실천될 것인지, 실천된다면 인류는 언젠가 알파 켄타우리라는 별에서 살게 될 것인지, 정말 그 별에 도착한 우리 후손은 떼거리로 몰려올 지구인들을 반길 것인지 하는 것들이다. 거기가 그리 살기 좋은 자연환경이라면 이미 켄타우리 행성인이 된 그들이 굳이 이곳 지구인을 부를 리 없지 않을까?

    지금도 국가경계선 넘지 말라고 눈을 부라리고, 사유지 밟지 말라고 주먹 을러대고, 땅 위에 철조망도 모자라 바다도 좍좍 갈라놓고 하늘까지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네 것 내 것 확실히 따진다. 그러다 안 되면 동종의 인류끼리 총, 대포, 미사일에 핵까지 들이대며 너 죽고 나 살든지 아니면 다 죽자고 피 터지게 싸우는 게 인간이다.

    글쎄다. 어디선가 인류의 생존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인류애적 사고로 판단한다면 켄타우리로 가는 것엔 반대할 생각이 없다. 다만 보낸 인류가 우리와 똑같은 이기적 인간이 맞는다면 보낸 것만으로 만족하자. 내가 켄타우리에 도착한 인류의 한 명이라면 지구인을 초청하기는커녕 지구인이 온다는 소식만 들어도 전쟁 준비부터 할 것이다. 그게 인간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살 수 있는 별은 발견했는지 몰라도 인간의 이기적 속성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부디 지금 살고 있는 지구나 더럽히지 말고 깨끗이 보존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을 세면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유년시절의 낭만을 추억한다. 그러나 인간의 후손이 켄타우리에 닿을 때쯤엔 사람들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배은망덕한 켄타우리 인류에게 손가락질이나 해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홍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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