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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44) 거제 외도에서 바라보는 해금강

나무바다 사이로 해금강과 눈맞춤

  • 기사입력 : 2014-01-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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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상식물공원인 거제 외도 보타니아의 ‘천국의 계단’을 내려가면 양옆으로 터널처럼 가꿔진 나무틈 사이로 해금강이 눈에 들어온다.


    거제 ‘해금강(海金剛)’은 바다의 ‘금강산’이다.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해금강마을에서 배를 타고 1, 2리(里)를 들어가면 파도가 부서진 자리에 해금강이 있다. 3개의 봉우리는 오묘한 설화를 만들고, 파편처럼 갈라진 절리는 억겁의 모진 세월을 떠올리게 한다.

    해금강의 다른 이름은 삼신산(三神山) 또는 갈도(葛島)다. 하늘에서 보면 3개의 봉우리로 나눠져 있는데, 봉우리마다 바다·하늘·땅의 신이 관장한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갈도는 이들 봉우리가 칡뿌리처럼 얽혀서 뻗어내린 형상이라는 의미다.

    해금강에 가려면 거제시 도장포·해금강·구조라·장승포·와현·다대유람선 선착장 등 6곳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한다. 그러나 해금강으로 가는 배편은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해금강 관광객이 30명 이상이면 유람선이 뜨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주로 외도까지 가는 배를 이용한다. 따라서 배를 타려면 사전에 선착장에 문의하는 게 좋다.

    김옥덕 해금강마을 이장은 “해금강 관광객들은 주로 도장포나 해금강 선착장을 이용한다”며 “외도로 가는 배편이 많아 해금강으로 향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장포와 해금강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은 학동 몽돌해수욕장을 거치게 된다. 여기서부터 6㎞에 걸친 오른쪽의 동백나무 보호구역과 왼쪽의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연인과 가족 단위 관광객의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일대에 유난히 많은 동백나무 덕에 동박새의 출몰도 새삼 놀랄 일이 아니다.

    이 길을 따라 5~10분 달리면 도장포 선착장에 닿는다. 도장포 선착장에는 비수기 평일엔 평균 3~4차례 유람선이 뜬다. 96명의 승객이 탈 수 있는 29t급 유람선 3척이 평일 하루 동안 200~300명의 승객을 실어나른다.

    지난 7일 도장포 선착장의 첫 유람선은 오전 10시 30분경 승객 70여 명을 태우고 해금강으로 출발했다. 해금강을 거쳐 외도로 들어가는 이 코스의 비용은 성인 기준 2만4000원이다. 배를 타면 해금강까지 5분, 외도까지 10분 정도 걸리지만 전체 소요시간은 2시간 10분가량이다.

    선착장을 출발한 지 불과 5분 만에 회갈색의 절리와 드문드문 솟은 해송이 자리 잡은 명승 2호 거제 해금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흙 한 줌 없이 암석에 달라붙은 해송의 크기가 눈에 띈다. 안내인은 정상부에 위치한 ‘천년송’을 두고 “학자들은 이 해송의 수령이 1300년 정도라고 했다”며 “보다시피 뿌리내릴 만한 흙이 없는 상황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을 양분으로 자랐기 때문에 수령보다 작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옆에 따로 떨어져 해금강을 지키는 사자바위가 나타났다. 하늘을 향해 치켜든 콧날과 단단한 턱, 목덜미 등 사자의 모습이 눈에 띈다. 출사객들이 사자바위와 바로 옆 암석 사이 일출을 찍어 유명하다. 이 위치에서 뜨는 해를 찍으려면 11~1월 사이에 방문해야 한다.

    사자바위를 돌아가면 바다동굴(석문)에 앞서 두 개의 바위를 끼고 그 사이로 우뚝 솟은 미륵바위가 방문객들을 굽어본다. 곱지 않은 마음을 가진 방문객을 석문으로 들일 수 없다는 길동무들의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실제로 석문은 파도가 높을 때는 들어갈 수 없어 출항한 유람선 중 30%만이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미륵바위의 검문을 통과하면 십자동굴의 입구인 석문이 나온다. 남(南) 석문 오른쪽에는 만물상이 있는데 마치 용암이 타고 흘러내리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석문을 지나면 해금강의 비경(秘境)인 십자동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 덩어리처럼 보이는 이 바위들은 사실 바닷속에서 넷으로 갈라진 십자형 벽간수로(壁間水路, 벽과 벽 사이로 스며든 물길)다. 하늘을 보면 절벽 사이로 드러난 십자 모양을 발견할 수 있다. 발아래 비취색 바다와 청명한 십자형 하늘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해금강은 호기심을 끄는 설화가 가득한 곳이다. 지금은 짝을 잃은 촛대바위 이야기가 그것이다. 과거 촛대를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이지만, 어민들에게는 이 바위가 혼례식 때 사모관대를 쓴 신랑을 닮았다고 해 신랑바위로 더 친숙하다. 원래는 쌍촛대바위로 신랑과 신부가 마주보는 형태였지만 지난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신부바위가 부서지며 신랑이 사모관대도 벗지 못하고 쓸쓸히 해금강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불이 다녀갔다”는 뜻의 ‘서불과차(徐市過此)’ 설화도 흥미롭다. 진시황의 명령을 받은 술사 서불이 기원전 210년 불로불사초(不老不死草)를 찾으러 동해를 찾았다가 인근 우제봉 절벽에 새겼다는 글귀가 바로 서불과차다. 칡뿌리를 닮은 기암괴석의 해금강이 서불의 눈에는 약초의 땅으로 보였을 법하다. 이 글귀 역시 사라호 태풍으로 유실됐다는 말이 설화에 힘을 더한다.

    이 밖에도 해금강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해금강은 해금강유람선 선착장에서 불과 500여m 떨어져 있어 육지에서도 바로 마주볼 수 있기 때문에 혹자는 유람선보다 이곳에서 보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한눈에 전경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해금강을 거쳐 도착한 외도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색다르다.

    해금강은 그 자체로 만물상이다. 사자바위, 미륵바위, 두꺼비바위, 해골바위, 장군바위 등 다양한 형태의 이름이 붙은 이유가 바로 방문객들이 보고 느끼는 것들이 저마다 다르다는 증거다.

    글= 정치섭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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