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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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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뜻밖의 탐방객- 정이경(시인)

  • 기사입력 : 2013-12-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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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이다시피 출퇴근을 하는 일터에서의 내 자리는 출입문과 마주보는 곳에 있다. 덕분에 문학관을 찾는 탐방객들의 드나듦이 자연스럽게 한눈에 들어오곤 한다.

    올해 10월에 있었던 일이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아침부터 활짝 열려진 현관문을 뒤로하고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들어서시던 어르신 몇 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시간에 방문객이라니, 그야말로 뜻밖의 탐방객임이 틀림없었다.

    종이컵에다 일회용 커피 한 잔씩을 대접하고 문학관 1층에 있는 전시실을 비롯해 경남문학관의 전반적인 규모와 운영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 안내를 드린 후, 화장실도 마음껏 사용하셔도 된다고 했더니 너무나 황송해(?)하시는 게 아닌가.

    문학관이란 곳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마음먹고 방문하게 되는 장소이거나, 문인이 아니면 선뜻 방문하기 어려운 공간일까?

    그 어르신들도 일부러 오고자 하여 걸음한 것은 아니라고, 문학관 부근에 있던 사찰에서의 행사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들렀노라고, 진해가 고향인 진해 토박이지만 이런 곳에 문학관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들 하셨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경남의 문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진 성금으로, 경남 출신 문인과 경남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의 자료를 모아 개관한 지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경남문인들의 구심점이 되고 경남도민들에게 문학적 공감대와 함께 문화적인 삶을 위한 제공처가 되어주고, 또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도 문인으로서의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자 만들어진 ‘경남문학관’이지 않은가?

    문학관이 개관되면서부터 이용객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건 이미 지적됐던 사실이지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낡고 삭아서 녹이 덕지덕지 묻어나 있는, 그것도 숲에 가려져 눈여겨보지 않으면 잘 안 보이는 경남문학관 간판 때문은 아닐까.

    높다랗기만 하고 울퉁불퉁해 오르내리기가 무척 힘든 불편한 돌계단은 또 어떤가.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물이 새는 전시실의 퀴퀴한 곰팡내가 싫어서 문인들의 발걸음마저도 뜸한 건 아닐까를.

    ‘경남문학관’이 어떤 곳인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그냥 들렀던 처음의 가벼움에서 약간의 미안함과 부끄러움, 고마움이 뒤섞인 얼굴로 인사를 하고 돌아가시던 그 ‘뜻밖의 탐방객들’의 느릿한 걸음에 나는 “언제든 또 들르셔도 환영한다”는 말로 인사를 전했지만 마음이 착잡해졌다. 아직 찾지 않은 ‘뜻밖의 탐방객들’에게 비쳐질 경남문학관으로 인하여.

    그나마 도에서 받던 지원금을 내년에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 경남문학관. 앞으로 얼마나 더 초라해지고 낡아져 갈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암담하다.

    문학관의 사정이 어렵고, 나라의 경제마저도 회색빛인 힘든 시기이지만 그래도 마음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경남문학관에 방문하기를 권해본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이 함께, 우리 가까이에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는 시인, 소설가, 수필가, 아동문학가들의 작품을 한 번쯤은 눈여겨보는 일 또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즈음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문학을 알고 모르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설사 그대가 아직은 문학과는 거리가 먼 노동자이거나 학생, 군인, 명퇴자나 또는 정년을 자랑스럽게 끝낸 어르신들이어도, 나는 기꺼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넬 것이므로.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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