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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뒤늦은 후회는 가슴 아프다

  • 기사입력 : 2013-10-2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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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의 제9대 왕인 성종은 그 묘호(廟號)가 상징하듯이 여러 업적을 이룸으로써 왕조를 안정적 기반 위에 올려놓은 임금이다.

    그는 세종을 빼면 그때까지 가장 오랜 기간인 25년 동안 재위하면서 조선 전기의 중흥을 이루었다. 하지만 성종은 여자를 꽤 좋아했던 것 같다.

    12명의 부인을 거느린 것은 물론 그들에게서 30여 명에 이르는 자식들을 둬 역대 왕 중에서 가장 많은 부인과 자식을 둔 왕 중의 한 명인 사실만 봐도 그가 얼마나 여색을 탐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 성종의 수많은 후궁들, 특히 자신이 더 눈에 띄고자 갖은 애교를 부리는 후궁들이 호시탐탐 왕비의 자리를 노리고 있으니 왕비인 제헌왕후(齊獻王后)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피나는 싸움을 해야 했다.

    결국은 이 과정에서 성종의 모후인 소혜왕후와 엄숙의, 정숙용 등의 사주로 인해 사약을 받아 사사되고 말았다. 이후 왕후의 지위도 추탈되었으므로 보통 폐비 윤씨라고 부른다.

    바로 연산군의 친모다.

    조선시대의 후궁들뿐만이 아니다. 세상에는 내 것이 아닌 남의 재산, 남의 아내와 남편, 남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결혼생활 20년째로 딸 하나를 두고 있는 김 여사는 비교적 단란한 가정을 유지하면서 살았다. 크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내실 있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남편이 가정적이어서 부러울 것이 없었다. 김 여사가 유방암에 걸려서 입원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힘들어 한 적이 있었는데, 남편이 옆에서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해주어서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이 거래처 사람들과 술자리를 하게 되면서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변명을 하다가 모든 것들을 알게 되니 이제는 아예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 여자랑 산다.

    온갖 협박도 해봤지만 통하지가 않고, 고 3인 딸이 울면서 매달려도 소용이 없다. 그러니 김 여사는 그 스트레스로 또 아프다.

    어쩌면 좋으냐고 조언을 구하는데 할 말이 없다. 물론 사주를 보니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기며 살 수밖에 없는 비견(比肩)운에 와 있다. 비견은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해서 비견이라 부르는데, 나와 똑같은 세상 모든 사람을 일컫는다. 이런 운이 오면 호시탐탐 내 것을 노리는 사람이 나타난다.

    나와 똑같이 생겼으니 자기가 주인 행세를 하려고 하고, 내 남편, 내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원래 ‘호시탐탐’이라는 말은 주역에서 나왔다. ‘주역’ 64괘(卦) 중에서 ‘산뢰이’괘가 있는데 거기에는 ‘호시탐탐’(虎視耽耽) 기욕축축’(其欲逐逐)’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괘사를 직역해보면 ‘호랑이가 탐탐히 보며(노리고 노려서 보듯이 하며), 그 하고자 함이 쫓고 쫓고자 하면 허물이 없으리라’는 경문이다.

    호랑이가 먹잇감을 노려보듯이 가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다 보면 그 열정이 빛을 볼 것이며 그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서 호시탐탐 노린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 ‘호시탐탐’이 주역의 27번째 괘사인 이 괘에서 나왔는데 원래 의미는 이렇게 조금 다르다.

    세상사 자신의 노력으로 이뤄야지 남의 것을 빼앗아서 제 것으로 만든다면 어찌 행복이라 할 수 있겠는가. ‘호시탐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역학연구가·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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