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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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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33) 산청 왕산·필봉산에서 바라본 풍경

층층 다랑논과 굽은 강줄기가 저만치서 한가롭다

  • 기사입력 : 2013-10-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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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 필봉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산골마을과 다랑논이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구형왕릉
    망경대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에 위치한 왕산(王山·923m)은 지리산 왕등재에서 뻗어내린 봉우리다. 왕산은 다시 필봉산(筆峯山·848m)까지 이어져 거울같이 맑은 경호강에 의해 그 걸음을 멈춘다.

    왕산 정상에서 필봉산까지의 거리는 1㎞ 남짓. 그래선지 사람들은 흔히 왕산과 필봉산을 묶어 ‘왕산필봉산’으로 하나의 이름처럼 부르고 연이어 산행하는 경우가 많다. 구형왕릉에서 출발해 왕산과 필봉산을 거쳐 산청엑스포가 한창인 동의보감촌까지 둘러볼 수 있어 산행과 엑스포 관람을 하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전체 코스는 구형왕릉 주차장(김유신 사대비)~구형왕릉~계곡 갈림길~임도~류의태 약수터~망경대~망바위~왕산1봉~왕산2봉(진짜 정상)~여우재~필봉산~안부갈림길~광구계곡~동의본가~특리교로 이어지는 약 9㎞로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 걸린다.

    왕산의 원래 이름은 태왕산이었다. 가락국(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과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이야기가 전해지며 구형왕릉이 왕산에 남아 있다. 왕의 기운을 품었다 해서 왕산으로 불린다. 왕산은 923m 높이지만 정상에 오르면 맑은 날엔 멀리 가야산부터 지리산 천왕봉도 마주한다. 황매산과 둔철산, 경호강 등 산청을 에워싼 산들과 산청을 굽이쳐 흐르는 강줄기가 눈 아래 저만치에서 한가롭다. 겨울산 웅장한 골계미도 좋고 봄 철쭉, 가을 억새도 이 산에 있으니 사계절 언제라도 멋진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구형왕릉

    왕산 산행은 덕양전에서 오르는 길과 구형왕릉에서 오르는 길이 있는데, 가락국(가야)의 마지막 왕의 무덤인 구형왕릉에 들러 산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구형왕릉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돌로 쌓은 왕릉으로 돌과 돌을 이어 7단으로 쌓아 올린 것이 마치 피라미드 같다.

    무덤 앞에는 ‘가락국 양왕릉’이라 적힌 비석과 문무인석상(文武人石像)과 석수(石獸) 등이 세워져 있고 돌담이 이 모두를 감싸고 있다. 1500년에 가까운 세월의 흔적이 돌담과 돌무덤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류의태 약수터

    구형왕릉 오른쪽으로 길을 오르면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5분쯤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망경대 방향으로 직진해도 되지만 오른쪽 작은 계곡을 건너 류의태 약수터로 간다.

    소나무숲이 울창한 한적한 숲길을 10분쯤 더 오르면 약수터 앞 갈림길이 다시 나온다. 오른쪽 능선길은 왕산 정산으로 가는 최단거리이고 왼쪽으로 5분이면 류의태 약수터가 나온다.

    돌너덜 아래 여름에 차고 겨울에 온한 ‘한천수’가 흐르는 류의태 약수터는 조선 중기의 명의 류의태가 왕산에서 채취한 산약초로 탕약을 만들 때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히 효험이 있다고 한다.

    ◆망경대

    약수터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망경대로 향하자. 망경대까지 가는 길은 완만한 능선 사면으로 상쾌한 솔향기를 맡으며 땀이 흐르면 온몸으로 숲의 정기를 받아들이는 기분이다.

    20여 분을 걷다 보면 바위 위에 ‘망경대(望京臺)’라 적힌 비석이 보인다.

    ‘경치 경(景)’ 자가 아니라 ‘서울 경(京)’ 자를 쓴 것에서 그 내력을 더듬어 볼 수 있다. 고려 공양왕 때 예의판서를 지낸 농은(農隱) 민안부(閔安富) 선생이 조선 건국에 반대해 산청군(당시 산음현)에 칩거해 살면서 매월 초하루와 보름날 이곳에 올라 정북 쪽인 개경을 향해 절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곳 또한 패망한 왕국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망바위

    망경대에서 20분 정도 걷다 보면 망바위 이정표가 나온다. 좌측 동의보감촌 불로문으로 향하는 길은 엑스포 행사기간 동안 임시 폐쇄됐다. 망바위에 오르면 산청엑스포 행사장인 동의보감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왕산과 필봉산의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사실은 왕산의 정상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왕산에는 정상석이 두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보통은 두 번째 표지석이 있는 곳을 정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왕산

    왕산 정상에서 보는 전망은 속이 시원하다. 표지석 오른편에 지리산 천왕봉이 우뚝 솟아 있고, 웅석봉 황매산 둔철산 가야산 경호강 등 주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빙 둘러 이어진다.

    왕산 정상에서 필봉산까지는 대체로 내리막이어서 부담 없다. 20분쯤 내려서면 공터가 나오고 완만한 오르막을 10분쯤 가면 필봉산 정상부 암릉이다. 우회해도 되지만 암릉을 타고 올라서면 더없이 훌륭한 조망을 만날 수 있다. 굽이굽이 흐르는 경호강을 따라 산골마을과 다랑논이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필봉산

    정상에서 오른쪽 내리막은 쌍재로 가는 길이지만 필봉산을 향해 왼쪽 내리막을 택한다.

    전망대를 지나 15분 후안부 갈림길인 여우재. 전망대 팔각정 이정표가 가리키는 왼쪽 길은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길이지만 필봉산을 향해 직진, 오르막을 탄다. 15분 후 커다란 암봉인 필봉산 정상에 오른다.

    필봉산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산의 이름대로 붓끝을 연상해 필봉(筆峯) 또는 문필봉(文筆峯)으로도 부르나 혹자는 여인의 가슴을 연상해 유방봉, 유두봉으로 부르기도 한다. 높이는 이웃한 왕산보다 75m가 낮지만 산의 모습이 인상적이라 시야에는 필봉산이 먼저 들어온다.

    필봉산 정상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바윗덩어리로만 이뤄져 있는 데다 뾰족하고 사방이 가파른 급경사라 여우재쪽 외에서는 접근하기가 까다롭다.

    필봉산 산행길은 왕산에서 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이외에는 사방이 다 가파르다. 왕산과는 별도로 필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도 있으나 대부분 사람들은 왕산 구형왕릉을 들머리로 왕산과 필봉을 돌아보고 다시 구형왕릉으로 되돌아가는 코스를 이용한다.

    필봉에서 여우재로 돌아 나와 동의보감촌 이정표를 따라 내려가면 동의보감촌 한방휴양림으로 내려가 산청엑스포 행사장 꼭대기부터 관람하며 내려갈 수 있고, 그대로 강구산으로 흐르는 능선을 따라 안부에서 강구폭포 쪽으로 내려가면 동의보감 둘레길을 따라 엑스포 행사장 후문 근처인 동의보감촌 동의본가에 닿는다.


    ◆찾아가는 길

    △승용차=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산청IC에서 내린 후 삼거리에서 우회전, 60번 지방도를 타고 휴천·마천 방면으로 15분 정도 가면 금서면 화계리에서 ‘전 구형왕릉’ 표지판과 덕양전을 만난다. 덕양전을 둘러보고 500m 정도 구형왕릉 쪽으로 가면 주차장이 있다.

    △대중교통= 산청버스공용터미널에서 ‘화계’ 방면 군내버스를 탄다. 버스는 오전 10시, 11시 20분, 오후 2시 40분, 6시 30분 4대가 운행하며 20분 정도 소요된다.


    글·사진= 김윤식 기자 kimys@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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