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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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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자유는 복종 다음에 오는 덕목이 아닐까?- 조현술(동화작가)

  • 기사입력 : 2013-09-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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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하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해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더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 없습니다.’ -한용운의 시 ‘복종’에서

    우리는 사회 공동체의 질서를 위해 그 사회의 정서에 맞는 규정이 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시스템이 존재한다. 따라서 그 시스템을 통제하고 관리, 집행하는 자가 있게 된다. 질서를 집행하는 자가 권위와 힘을 잃었을 적에 그 사회는 기강이 문란해지고 구성원의 활동에 불편을 느끼게 된다. 권위를 잃게 되는 것이 권위를 가진 그 사람 자신의 리더십의 문제라면 응당 그 자신이 책임이겠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지도자의 리더십과는 관계없이 사회 질서의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한 가정에서 아버지가 권위를 잃게 되면 가족 전체의 위계질서가 어렵고 서로가 불편하게 된다. 우리 사회를 다스리는 자가 권위를 잃게 되면 그 사회는 사회생활이 어지러워지고 심하면 구성원 간의 충돌까지 야기하게 된다. 가정, 사회 그리고 나라의 통솔자가 권위를 잃었을 적에 그 구성체의 질서는 어지럽게 된다. 이는 모든 공동 구성체를 이끄는 공통적 논리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학교 폭력, 계층 간의 갈등 등 사회의 기간 질서에 대한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차원 높은 시민의식으로 자유, 개성존중, 인권존중, 민주적 의사 결정 등 많은 의미로 우리의 인권이 신장된 것은 사실이다. 자유민주주에서 정말 보장받아야 할 덕목들이고 존귀한 가치들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들의 참의미를 모르고 그것들을 너무 쉽게 향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쟁취하기 위해 흘린 땀과 피가 너무 적었고, 그것의 참의미를 모른 채 그냥 넘겨주는 대로 받아서 향유하기 때문에 그 질서를 지켜야 할 의지와 덕목에 대한 참 가치를 모르는 것이다. 이제 이 시대적 상황에서 그 참의미를 알고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길이 없을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의 자유, 개성, 인권, 민주 등을 위해서 복종의 의미부터 먼저 배워야 하리라고 본다. 너무 일반적이고 구태적인 논리이기는 하지만 부모님의 말씀에 복종하고, 학교 선생님의 말씀에 복종하며, 사회에서 어른들의 말씀에 복종하는 법을 배운 뒤에 자기 자신의 개성을 찾고 인권을 부르짖고 민주주의를 향유해야 할 것이다. 자기가 살아가는 구성체의 질서를 구체화한 규정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두에서 예를 든 한용운의 시 ‘복종’은 부처님에 대한 ‘복종’이고 이는 ‘절대 복종’이기 때문에 의미가 조금 차이가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시(詩) 구절 중에서 ‘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더 달콤합니다’ 이 말에서 생각되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자기의 몸과 마음을 보살피는 부모님과 선생님에게는 복종의 의미를 한 번 더 깊이 생각하면 어떨까? 우리는 질서와 규정을 무시한 일탈적 행동들을 우리 주변에서 종종 목격하고 지성인으로서 마음을 졸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기 아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앞에서 학부모가 선생님의 멱살을 잡는 행동이 있고, 자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사랑의 매 앞에 휴대폰 사진기를 갖다 대고 위협하는 학생도 있으며, 국민의 보안관인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주먹질을 하는 그런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어찌 자기의 인권과 자유를 말할 수 있을까.

    복종의 참 의미를 깨우친 사람만이 자기의 인권과 주변의 인권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복종은 어쩜 인간에게만 주어진, 그리고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차원 높은 덕목인지도 모른다.

    조현술(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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