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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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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무균 상태로 자라길 바라는가- 이영득(동화작가)

  • 기사입력 : 2013-06-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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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에는 언제나 배울거리, 놀거리가 넘친다. 자연은 거기 있기만 해도 좋은데, 갈 때마다 새로운 걸 보여 준다. 가슴이 뛰는 까닭이다. 설레는 까닭이다. 그런 자연에서 놀다 오면 몸과 맘에 숲이 채워진다. 생명이 채워진다.

    꽃모임을 하며 1주일에 한 번씩 숲에 간다. 꽃요일 말고도 틈만 나면 간다. 숲에 가면 들꽃도 보고 풀벌레도 만난다. 아이처럼 흠뻑 빠져서 논다.

    숲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숲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노는 게, 그 어떤 일보다 즐겁고 행복한 걸 몸이 먼저 느낀다.

    몸이 즐거우니 몸에 깃든 마음은 절로 즐겁다. 1주일 살아갈 힘을 자연에서 선물받는다.

    프로이트는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려면 사랑과 일(공부)과 노는 것을 알맞게 해야 한다고 했다.

    숲은 나한테 이 세 가지를 다 준다. 그 어떤 일보다 숲에 가는 시간을 0순위로 둘 수 있었던 덕분이다. 꾸준히 그 마음을 이어 온 덕이다.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놀면서 배운 것을 함께 나누고 싶어 카페에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몸살을 한다.

    부러워서 몸살을 하고, 함께하지 못해 배가 아파 몸살을 하고, 같이 놀고 싶어 몸살을 한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둘레 사람들과 놀아 볼 거라고도 한다.

    그걸 보면 우리 속에는 너나없이 자연이 들어 있고, 천진난만한 아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

    산토끼처럼 숲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싶은 아이. 그러니 자연 사랑도 자연 행복도 숲에 꽃향기 퍼지듯 사람 숲에 퍼지는 거지.

    숲에서 놀고 배운 것이 시간이 지나니 나무 밑에 가랑잎 쌓이듯 몸에 스몄다. 그 감동과 설렘, 자연을 좋아하고 아름답게 여기지만 어떻게 즐길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들을 숲으로 부르는 산울림이기를 바란다.

    그런 차원에서 숲에 대한 강연을 할 기회가 많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강연을 하다가 어리둥절했다. 아기 다람쥐가 나무 구멍에서 고개를 쏙 내민 사진을 보여 주니 아이들이 두 손을 모으며 좋아했다. 접시꽃을 코에 붙이고 닭소리를 내며 선생님도 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강연을 마칠 즈음 한 아이가 물었다. 다람쥐 사진 내가 찍은 거냐고.

    직접 보고 찍은 거라고 하니 아이가 무척 부러워했다. 그래서 숲에 가면 다람쥐를 볼 수 있다고 했더니 갑자기 심각하게 말했다.

    “숲은 좋은데, 살인 진드기 때문에 무서워요!”

    부모도 숲에 살인 진드기가 있으니 산에 못 가게 한단다. 하기야 텔레비전과 라디오, 신문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살인 진드기 이야기가 나오니 겁을 먹을 만도 하다.

    살인 진드기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섬뜩했다. 사람을 죽이는 진드기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세상을 떠들썩하게 달군 녀석의 사진을 보고는 다소 안심했다.

    “에게! 어렸을 때 많이 본 녀석이잖아.”

    산에 소 먹이러 가거나 풀숲에서 뛰어 놀고 나면 몸에 작은 진드기가 붙어 있곤 했다. 소한테 붙어 통통해진 녀석도 자주 봤다. 그러면 그냥 떼어 버렸다.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관심을 끄는 일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안전수칙을 가르치고, 지키는 게 먼저다.

    숲에 갈 땐 긴팔 옷을 입는다거나, 풀숲에 앉아서 볼일을 보지 않는다거나, 밖에서 돌아오면 몸을 씻고, 속옷까지 벗어서 씻는다거나….

    진드기 때문에 숲에 가지 않기보다 안전 수칙과 숲의 품에 안기는 예절을 익혀서, 우리 아이들이 다람쥐도 보고, 숲에서 맘껏 뛰놀았으면 좋겠다. 가슴에 숲 하나가 생기면 좋겠다.

    이영득(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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