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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운명아 길 비켜라

  • 기사입력 : 2013-05-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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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나라 시대에 심효첨이 쓴 ‘자평진전(子平進展)’이라는 명리서를 후대의 서락오라는 사람이 해석을 붙여서 내놓은 책이 ‘자평진전평주’다.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봐야 하는 교과서와 같은 책인데, 서락오가 평주를 끝냈을 때 어느 손님이 서락오에게 따져 물었다.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명리(命理)가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명리를 믿기 어렵소. 당신도 불가(佛家)의 말씀을 평소 배우셨겠지만 명(命)은 정해진 것이라고 하는데, 명이 좋으면 아무리 나쁜 일을 해도 괜찮고, 명이 나쁘면 아무리 착한 일을 해도 이익이 없으니, 이것이 어찌 바른 이치라 말할 수 있겠소.”

    누구나 한 번쯤은 명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음직한 것을 이 손님이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서락오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이 불가의 인과설(因果說)을 알고 있다면 인과는 반드시 삼세에 걸쳐 통한다는 말도 알고 있겠지요. 명의 좋고 나쁨은 누가 만드는 것이며, 누가 명을 주재합니까? 전생의 선행을 인연으로 현생에 좋은 명을 타고나는 것이고, 전생의 악행으로 인하여 현생에 좋지 않는 명으로 태어납니다. 명운(命運)의 좋고 나쁨은 전생의 인과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니 명은 정해진 것입니다. 금생에서 짓는 악행의 업보는 금생에서 받는 것이 아니니 이것은 결코 명에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사주를 잘 타고 난다는 것은 그만큼 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여태껏 사주 좋으면서 잘 못사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주가 좋지 않은데도 잘 살아가는 것을 가끔 본다.

    며칠 전에 내방한 사람의 경우가 그렇다.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는 50대 여성인데 사주구성은 남편 덕, 재물 덕, 자식 덕 하나같이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으며, 대운(大運)의 흐름 또한 좋지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은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었으며, 부부가 열심히 일을 해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자식 또한 서울에서 명문대를 나와 어엿한 기업에 취업해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여성의 부친은 술만 마셨다 하면 가정폭력을 일삼다가 세상을 떠나고, 편모에 많은 형제들 틈에서 힘든 유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교에서 봉사활동 동아리에 가입한 것이 계기가 되어, 사회에 나와서도 열성적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러니 차츰 운명이 바뀌는 것이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부친의 술주정에 이골이 난 터라 남편만은 술 마시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지만 건달 같은 남편에 술독에 빠져 살다시피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술을 줄이고 취업도 해서 성실해졌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가정이 편안해지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자식들도 밝게 잘 자라더라고 했다. 다른 형제들은 아직 힘들게 살고 있지만 자신은 잘산단다.

    자신이 살아가야 할 운명의 카테고리를 바꾼다는 것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이 경우 노력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버린 경우라고 생각된다.

    서락오는 현생의 인과는 다음 생에 나타난다고 했지만 잘못 봤다. 이처럼 다음 생까지 가지 않고도 현생에서 나타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운명에 너무 얽매일 필요도 없고, 너무 무관심해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살아가면서 “운명아, 길 비켜라. 내가 간다” 하고 힘차게 나가면 될 일이다.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 5월, 천지가 소생하고 만물이 살아 움직인다. 나의 운명, 내가 개척하자.


    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역학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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