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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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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사주팔자에도 집안 내력이 있다

  • 기사입력 : 2013-03-0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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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해 전의 일이다. 토요일 오후 퇴근할 무렵, 점퍼 차림의 후덕하고 선한 인상을 지닌 고객이 아들과 딸의 이름을 개명하기 위해 내방했다. 현재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기록한 뒤, 작명이 되면 전화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니 본인의 사주도 한번 봐 달라고 했다. 그래서 만세력으로 간지(干支)를 뽑아 보니 사주가 아주 좋았다.

    하여 내친김에 자녀들의 사주도 같이 보니 격(格)의 구성이 잘 이루어져 있었고 그 그릇 또한 반듯하고 컸다. 좋은 가문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선생님은 공직자로서 권력기관의 고위직 같은데, 2년 후에는 퇴직하고 다른 삶을 살 것 같다”고 하니 빙그레 웃으면서 만족한 표정으로 문을 나섰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사람은 모 지방의 법원장이고, 그만두면 변호사를 할 것인데, 그 시기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는 2년 뒤 퇴임하여 지금은 서울의 대형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다.

    자녀들을 개명하려는 이유는 자기와 같은 법조인을 시키려고 하는데, 최종 시험에서 자꾸 떨어지니 개명을 해서 개운(改運)을 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의 부친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동생은 현직 국회의원이다. 집안 내력이 좋은 경우다.

    신생아 이름을 작명하다 보면, 특별히 좋은 사주구성을 한 아기가 있다. 그 해(年)와 그 달(月)의 운이 좋지 않다면, 일(日)과 시(時)가 아주 좋아야 사주가 좋아지는데 요행히도 좋은 날과 좋은 시를 딱 골라서 태어난다. 이런 아기의 집안을 살펴보면 대부분 유복한 집안임을 알 수 있으며, 환경적 조건이 보통사람들 하고는 다르다. ‘사주팔자에도 집안내력이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한다.

    우리나라에도 수없이 많은 명문가문이 있다. 임진왜란의 공신 백사 이항복 집안은 한국을 대표하는 경반(서울에 거주하는 양반)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이항복으로부터 시작해서 8대 동안 내리 판서를 배출했기 때문인데, 더군다나 8명의 판서 가운데 6명은 영의정, 1명은 좌의정을 지냈다. 그래서 이 집안에는 상신록이라는 이름이 붙은 특별한 문집이 있을 정도다. 재상을 지낸 이들의 행장을 모아 놓은 문집이라는 뜻이다.

    그 11대 후손이 독립운동가였던 우당 이회영 선생이고 이회영 선생의 손자가 현직 국회의원인 이종걸 의원이기도 하다. 가문과 환경이 내리 좋은 경우다.

    우리는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게 되는데 이것이 사주다. 이 유전자가 환경과 발현되어 운명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오랜 상담의 경험으로 볼 때, 사주팔자는 바꿀 수도 없고 변하지도 않지만, 사주와 더불어 성장환경이 주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날 한시에 태어나 똑같은 팔자를 가졌더라도 조금은 다른 삶을 사는 경우를 보면, 가정환경과 부모의 양육태도에 따라 운명이 변화한 것으로 본다.

    물론 좋은 집안에서 망나니 같은 사람이 나오거나, 열악한 환경인데도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것은 그 집안의 운명 카테고리가 바뀌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주가 좋으면서 못사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잘 먹고 잘산다.

    하지만 사주가 좋지 않은 사람이 잘사는 특별한 경우는 가끔은 있는데, 이력을 추적해 보면 살아오면서 많은 덕을 쌓은 경우다.

    덕은 돈으로 쌓는 것이 아니다. 무재칠시(無財七施), 즉 석가모니는 재물이 없더라도 베풀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했으니, 팔자를 바꿔 보려면 지금부터라도 덕을 쌓아야 된다. 그러면 내가 아니더라도 내 자식은 반드시 잘된다.

    역학 연구가

    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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