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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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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마산항 관리, 중요한 것은 속도 아닌 방향- 허충호(논설위원)

건강한 항만물류 중심지·친환경 도시공간으로 재생시켜야

  • 기사입력 : 2012-12-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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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고향 남쪽바다/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꿈엔들 잊으리오/그 잔잔한 고향바다.’ 1933년 노산 이은상의 시조에 김동진이 곡을 붙인 가곡 ‘가고파’의 한 소절이다. ‘노산의 가고파’는 어느새 마산의 별칭이 됐다. 쪽빛 마산만은 한때 수많은 강태공들이 별미 횟감인 ‘꼬시락’을 잡기 위해 낚싯대를 드리웠던 곳이다. 산업화 이후 마산만이 오염되면서 자취를 감췄던 꼬시락이 마산만에 다시 돌아온 게 이미 여러 해 됐다. ‘마산사람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마산만이 지니고 있는 산업적 기능과 정서적 기능을 두 마리의 토끼로 본다면 일단 한 마리는 반쯤 잡은 셈이다. 그 한 마리의 남은 반은 수변공원에서 찾을 수 있다. 마산 내만의 중앙과 서항부두, 1부두가 수변공원으로 조성되고 쌍용·모래부두도 내년 3월께 시민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산업에 자리를 내주었던 마산만 수변을 30여 년 만에 시민들이 되찾는 일이니 의미있는 사건이다.

    문제는 산업이라는 이름의 토끼를 잡는 일이다. 마산항이 개항한 것은 1899년이다. 내년이면 개항 114주년이다. 1970년대 마산자유무역지역과 창원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국제항으로서의 기능이 추가됐다. 이런 연혁으로 보면 마산항은 마산 근대화의 주역이자, 통합 창원의 해상물류동력이다. 여기서 마산항이 해상물류동력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는 의문이 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쎄요!”다. 부산항과 광양항 중심의 항만정책(‘투포트’ 개발 전략)에 밀려 역할과 기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경남도와 창원시, 대형 건설업체가 참여한 특수목적법인 ‘마산아이포트’가 3200여억 원을 들여 2000TEU급 컨테이너부두 2선석과 3만t급 다목적 부두 2선석 및 관리부두로 이뤄진 ‘가포 신항만 부두’를 곧 준공한다지만 개장 이후의 ‘기상’이 예사롭지 않다. 인근 부산항과 신항으로 컨테이너 물량이 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물동량 확보가 순탄찮아 보인다는 얘기다.

    컨테이너 물량 없는 최신식 컨테이너 부두는 ‘팥소 없는 붕어빵’이다. 일부서는 컨테이너 부두가 잡화부두로 역할변경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그런 시각에 일부 동조한다. 물론 잡화부두라고 해서 꼭 허접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애초 이 부두를 만든 목적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경기침체와 부산신항·광양항 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틈새 물동량’을 확보하는 일도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니 그럴 수 있다. 컨테이너 물량이 당초의 22만5000TEU를 크게 밑도는 8만1000TEU에 불과할 것이라는 용역결과도 있으니 10년도 안 된 기간에 전망치가 급감했다. 지난 2005년 사업 시작 당시 발표된 보도자료에는 ‘준공후 첫 영업을 하는 2011년에는 15만6000TEU, 2027년에는 51만6000TEU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종합물류거점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연간 5965억 원, 생산유발효과는 5900여 명이란다. 최근의 보도자료에서도 마산항의 2020년 컨테이너 물동량이 2000만TEU에 육박할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실현 가능한 청사진일까 의문이 든다.

    전망치를 둘러싼 논쟁은 여기서 접자. 다만 짚어두고 싶은 게 한 가지 있다.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의 책 ‘지금 이 순간 그대로 행복하라’의 한 대목을 보자. ‘말을 타고 질주하는 한 남자를 보고 누군가가 소리쳤다.“어디로 달려가시오?” 말을 타고 질주하는 사람이 뒤를 돌아보며 목청껏 대답했다. “난 모릅니다. 말에게 물어보세요.”’ 이 대목이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이다. 방향을 잃은 배가 속도만 높인다고 항구에 닿는 것은 아니다. 마산항 개발도 이와 같다. 마산항 수변공간을 마산시민들에게 돌려주면서 항만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좌표를 설정하는 것은 속도보다 중요하다. 건강한 항만물류 중심지로, 친환경적인 도시공간으로 재생시키는 것은 시대적 명제고, 그 명제를 충족할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는 일은 새 정부와 경남도, 창원시의 몫이다.

    허충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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