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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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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동물농장에서 얻는 작지 않은 교훈- 김두환(경남과학기술대 교수)

  • 기사입력 : 2012-11-2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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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에서 ‘동물농장’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뜨는 것이 ‘TV동물농장’이고 좀 더 내려가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보인다.

    농장은 농사를 짓는 공간을 뜻한다. 농사는 지금 개념으로 보면 식품 혹은 식자재를 생산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그렇다면 ‘동물농장’의 의미는 축산농장 즉 동물을 길러서 고기, 우유 등의 동물성 식품을 생산하는 공간을 뜻한다.

    그런데 TV동물농장과 소설 동물농장은 사뭇 다른 내용들을 담고 있다.

    우리가 궁금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생명을 가진 동물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지는 것을 보게 되고 소설에서는 돼지를 사람처럼 꾸며서 그들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분히 정치적인 놀음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TV동물농장에서는 우리 주변의 동물들, 개나 고양이에 관한 이야깃거리들이 우리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불쌍하고 돌봐야 되겠다는 측은지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말하는, 그것도 우리말을 하는 유일한 코끼리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접근한 이야기 등 많은 재미를 우리에게 전해 주기도 한다.

    소설 동물농장은 읽어 본 사람들은 이미 그 내용을 잘 알고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여러 측면에서 이 소설이 풀어내는 줄거리들을 읽을 수 있겠지만, 대표적인 주제는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와의 갈등을 그린 것이다.

    소설 속의 돼지 ‘나폴레옹’과 ‘스노볼’의 갈등은 구 소련에서 벌어졌던 스탈린과 트로츠키의 권력투쟁을 빗대어 권력의 속성을 꿰뚫어 보고 모든 권력은 타락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혁명을 일으킨 다음 동물들은 ‘두 발로 걷는 것은 우리의 적이다,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 술을 마시면 안 된다,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등 집단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을 정했지만, 권력을 가진 소수의 동물들에 의해서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자면 안 된다, 술은 지나치게 마시면 안 된다, 이유 없이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등으로 수칙들을 조금씩 교묘하게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권력이 타락하는 과정을 풍자한다.

    조지 오웰은 이 소설을 통해 소비에트 사회주의 혁명과 스탈린주의를 비판하는 것이란 사실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소비에트 사회주의, 스탈린주의만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것으로, 동물농장이라는 공간에서 사는 동물들을 내세워 자본주의, 민주주의, 공산주의 등 전체주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비판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최근 ‘농장동물 복지’와 관련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돼지의 행동을 24시간 촬영해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영상 속의 돼지들을 눈이 아릴 정도로 쳐다보고 있노라면 그 속에는 단지 돼지들의 움직임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우리 사람과 닮았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된다.

    집요하게 동료를 괴롭히는 놈, 특별한 이유도 없이 동료를 공격하는 놈, 맞서 싸우는 놈, 공격을 당해도 가만히 있는 놈, 뭐가 그리 잘났는지 혼자서 온 방을 헤집고 다니는 놈, 거의 발작 증세와 유사하게 날뛰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만히 엎드려 있는 놈, 사료통에 아예 주둥이를 박고 동료들을 접근도 못하게 밀쳐 내는 놈, 그러다가 결국 밀려 나가는 놈 등등 다양한 행동들을 보인다.

    사람과 개의 달리기 이야기, 사람이 이기면 개보다 더한 사람이 되고 비기면 개 같은 사람, 사람이 지면 개보다 못한 사람이 되고 마는, 결코 우스갯소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야기를 우리는 한 번쯤 새겨 볼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김두환(경남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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