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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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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65) 황강 13 거창군 신원면~ 합천군 대병면

사천천 물줄기 따라 남명 선생의 흔적도 흐르고…

  • 기사입력 : 2011-11-1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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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강으로 흘러가는 사천천
    남명 조식 선생의 자취를 간직하고 있는 소진정.
    격몽요결 등 율곡 이이의 유물을 소장하기 위해 세운 옥계서원.
    유전리에서 옮겨온 전통민가 송씨고가.


    가을이 내리고 또 내리는 계절이다. 자연은 산과 숲의 나무들이 겨울 준비를 하도록 자신을 덮어주던 나뭇잎을 하나둘 떨어뜨려 비워야 산다는 순리를 가르쳐주고 있다. 봄은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었고 여름은 불꽃같은 무더위로 들판의 생명을 자라도록 가득 채워주었다. 한 가슴 풍성한 결실을 안겨주었던 가을도 겨울에게 자리를 내어주려고 하고 있다. 이제 모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며 그동안 가려졌던 모습들이 드러나는 계절이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자연의 순리이다. 아름다운 계곡에 비켜선 작은 찻집에서 잠시 여유를 부리다 합천호로 흘러드는 사천천을 따라 거창을 떠나는데 여름날 유난히 화려한 연분홍 배롱나무 꽃으로 감싸 안고 있는 소진정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소진정, 월여산

    거창군 신원면 군도59번 도로변 구사리 마을 낮은 언덕에 남명 조식 선생의 자취가 흐르는 아름다운 풍광을 주는 소진정이 있다. 새로 지은 승훈재라는 재각이 하나 더 있으며 여름에는 주변에 배롱나무가 울창해 꽃이 정자를 가리고 있다. 사천천 물줄기를 정자 앞으로 돌려 수로를 만들어 인근 농지에 물을 보내고 있었다. 새로 지은 승훈재를 지나 계단을 올라서면 소진정이 있다. 계자난간이 둘러진 마루 밑을 지나 밖으로 나가는 작은 대문을 열면 포연대이다.

    소진정의 아름다움은 포연대에서 느낀다. 거기에는 정자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소나무 아래에 자연석 돌들이 의자처럼 줄지어 있다. 건너편으로 눈길을 돌리면 사천천 맑은 물줄기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소나무 옆에는 포연대라고 한자로 새겨진 바위가 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나무인데도 늘 친근감이 가득하다. 등을 기대보아도 소나무 한 그루에서 청정한 정신을 읽어내지 못하지만 사계절 푸른 모습에서 맑은 정신을 배웠다. 우람한 바위에 우뚝 버티고 서서 개울 아래를 내려다보는 소진정 옆 포연대의 노송은 소진정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포연대에서 소나무에 기대어 고개를 들면 월여산에서 내려온 능선의 풍광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소진정 아래로 흐르는 사천천(일명 가마소)변에 남명선생의 욕천시비가 있다. 2001년 세워진 것으로 욕천시는 남명 선생이 1549년 8월 초 49세 때 신원면 감악산 아래에 있는 가마소에서 목욕을 하면서 남긴 시로 ‘마음을 지키려고 할 때는 오직 사생결단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강건한 의지를 표현한 대표작품의 하나다. 이는 산중에 묻혀 지조를 지키며 경과 의를 바탕으로 수많은 후학을 길러 낸 교육자이자 유학자인 선생의 의지를 잘 표현하고 있는 시이다.

    욕천시비 부근에 콘크리트 신기교가 있다. 교량은 구사리와 원평리, 신기마을을 이어주며 월여산(해발 862.6m)으로 가는 산행로 역할도 하고 있다. 감악산과 황매산의 연결점에 위치한 월여산은 3개의 암봉이 주봉을 형성하고 있어 삼봉산이라고도 한다. 백기재에서 주봉에 이르는 고원은 억새밭이 있어 늦가을 산행지로 좋다. 월여산은 마고할미의 딸인 월여의 전설이 숨쉬고 있는 암봉과 더불어 경치가 아름다워 여유있는 가족 산행지로 적당하다. 산행은 왕복 4시간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월여산을 뒤로하고 신기교에서 사천천과 함께 가는 군도59번을 따라가면 거창읍으로 가는 지방도로 1089번 밤티고개 갈림길이다.



    인풍정, 옥계서원

    사천천이 합천호로 흘러가는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 보수공사가 한창인 거창군 신원면 양지리에 인풍정이 있다.

    인풍정은 1678년 신치중에 의해 초창된 건축물로 풍수지리설에 의해 동리에서 냇물이 너무 훤하게 보이면 마을이 불길하다고 하여 건립됐다고 한다. 인풍정은 대와 정자가 각각 독립성을 가지면서 적절히 연결되도록 잘 어우러진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독창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현재의 건축물은 1923년에 그 후손 신종학에 의해 다시 지어졌다.

    인풍정은 정면 4칸 측면 2칸의 겹처마 팔작집이다. 현재 보수중인 인풍정에는 6개의 편액이 걸려 있는데 무오년(1678) 봄에 돌을 쌓아 대를 만들어 나무를 심고 정자 이름을 인풍정이라 했다고 기록돼 있다. 건축적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조경도 매우 뛰어나다. 특히 정과 대 두 영역의 공간구성 방식이 독특하다. 농촌마을 집성촌에서 나타나는 가문 위주의 실용적 시대정신이 잘 나타난 독창적인 문화유산이다.

    합천호 방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비탈 작은 마을들이 옹기종기 있는 모습들이 고향 동네를 지나는 느낌이다. 신원면 수원리 부근에서 군도59번과 헤어져 지방도로 1089번 따라 합천군 봉산면 방향으로 가면 합천호와 만난다. 술곡교를 건너 합천호가 고즈넉하게 보이는 합천군 봉산면 술곡리에 옥계서원이 있다. 도로에서 비탈을 내려서면 서원 대문 앞에 하마비가 있다. 자연석을 콘크리트로 쌓은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솟을 대문이다.

    옥계서원은 율곡 이이(1536∼1584)의 격몽요결과 해동연원록 등을 소장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조선 영조 3년(1725)에 현 위치에서 십리 정도 떨어진 향옥동에 세웠으나,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폐쇄되었다가 고종 6년(1867)에 다시 세웠다. 서원의 건물로는 팔작지붕의 강당, 맞배지붕의 소원사 등이 조촐한 모습으로 있다. 1986년 합천호가 생기면서 동쪽 200m 지점에서 이전해 왔다. 나뭇가지 사이로 합천호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송씨고가, 사의정

    서부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길은 가을이 깊게 내려앉은 합천호를 따라 호반길이 이어진다. 옛 고향 마을이 있던 곳에 1988년 12월 합천호가 완공되면서 수몰된 고향을 잊지 않으려고 역평부락동적비가 걸음을 멈추게 했다. 마을의 유래를 보면 역평마을은 해마다 풍년이 들 정도로 비옥한 토질의 들판이었다. 본래 물 좋고, 들판이 좋아 국가의 토지였으며 역원들의 식량을 공급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합천호 서부길을 따라가다 점심때가 되어 시장기를 느끼고 있던 터에 7대째 이어져 온다는 커다란 ‘고가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와 반가웠다. 여행이나 답사를 인솔하면서 가급적이면 그 지방의 향토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그 지역의 진정한 토속적인 향토음식을 통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식당 방향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어렵게 만난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니 폐업을 한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내가 있는 동안에도 몇 사람이 간판을 보고 차를 세우며 식당 위치를 물어보았다. 오래전 폐업이 된 식당 간판을 철거하거나 폐업을 알려주는 것은 이 고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다.

    송씨고가(문화재청에는 ‘송씨종가’로 되어 있음) 안내판을 보고 인기척이 없는 집으로 들어갔다. 송씨고가는 1866년 남서쪽으로 1㎞ 정도 떨어진 유전리에 건립한 전통민가로 본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 맞배지붕기와로 작은방, 마루, 큰방, 부엌이 있고 문짝은 격자무늬이다. 사랑채는 정면 4칸, 측면 2칸 맞배지붕으로 모방, 작은방, 큰방, 마루, 부엌이 있고 마루에는 계자난간이 있었다.

    송씨고가 근처에 있는 사의정은 손님이 묵고 가기 위한 숙소로 1922년 송씨 문중에서 지었다. 원래는 현재 위치에서 남서쪽으로 1㎞ 정도 떨어진 유전리에 송씨 고가와 함께 있었는데 1985년 합천댐 건설로 옮겨 왔다. 건물은 앞면 4칸·옆면 3칸 규모의 2층 기와집이며 팔작지붕이다. 누각은 둥근기둥을 사용했으며 사방으로 난간을 설치하였다. 마루 중앙에는 온돌방이 있어 손님이 편하게 휴식을 하도록 깊은 배려를 하였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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