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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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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소리에 어깨 흔들고, 오광대 탈짓에 웃었다

■ 고성오광대 정기공연
내빈소개 없는 의전행사 인상적
웃음과 장단으로 관객과 하나돼

  • 기사입력 : 2011-11-1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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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월 29일 열린 고성오광대 정기공연.


    지난 10월 29일 고성군 공설운동장 내 역도경기장에서 고성오광대 정기공연이 성대하게 열렸다.

    공연의 콘셉트는 ‘동맹’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길래 ‘동맹’이라 했을까 궁금해 공연장을 찾았다.

    도착해 보니 그곳엔 늘 고성오광대에서 이야기하는 어울림과 소통이 있었다.

    첫 번째는 탈 고사였다. 우리 민속이 갖고 있는 겸손을 표현하려는 듯 사방지신들에게 오신 모든 분들의 발복을 빌어주고 신에게 경건하게 공연의 성공을 고했다.

    그리고 줄타기였다. 줄광대가 부채를 펴고 줄에 올랐다. 줄광대 노랫가락에 관객은 박수를 치고 하나하나 기예를 선보이면 너나없이 탄성을 자아냈다. 그리고 혹 떨어질까 하는 걱정은 없어지고 웃음과 장단에 서로가 하나가 되어 공연에 빠져들었다.

    줄타기 이후에는 의전행사가 있었다. 고리타분한 내빈 소개와 축사가 줄줄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고성오광대였다. 내빈 소개는 아예 없었고 축사도 한 사람만 했다. 사전에 양해를 구했는지 아니면 본인들이 스스로 판단했는지 객석에서 손만 흔들고 앉았다.

    각종 행사에 가보면 수많은 내빈 소개, 축사, 격려사, 똑같은 인사말이 이어지다 보면 정작 행사의 본질은 없어지고 의전행사에 지쳐 지역민들이나 참여한 사람들이 짜증을 내는 게 다반사인데 이날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의전행사 후 고성, 통영, 거제 등 바닷가에서 풍어를 빌며 안녕을 기원하는 남해안 별신굿이 펼쳐지고, 무녀의 소리에 하얀 종이배가 춤을 췄다. 대자연 바다에 맛서 고기잡이하는 어부들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지역 어르신들이 손을 합장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진주·삼천포 농악이 이어지는데 젊은 풍물잽이들의 손놀림이나 상모놀이에서 가슴속에서 뭉클한 것이 올라왔다. 실내라 그 소리에 귀가 멍멍한데 뛰고 돌고 그러다가 다시 나아가고 일사불란하게 흘러갔다. 이래서 농악을 군악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이제 마지막 고성오광대공연이 계속됐다. 탈을 쓴 말뚝이가 양반을 꾸짖고 비비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리고 관객들과 사진도 찍었다. 공연이며 어울림이며 다 같이 소통하고 하나가 됐다. 할미가 배를 씰룩거리고 작은 어미가 순산을 하니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상여가 나가는데 조금 전에 본 할머니가 또 손을 합장하고 있었다. 세월의 흐름과 죽음, 그리고 자식 걱정과 온갖 세월의 풍상이 보였다.

    밖으로 나와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고성오광대에서 준비한 무료 식당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밥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인과 앉아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는데 공연단이 어느새 상여를 메고 밖으로 나와 관객과 하나가 됐다.

    “아! 이것이 동맹이구나. 이것이 나눔이구나”라고 느꼈다. 공연을 관람하지 않은 사람도, 지나가는 사람도 누구나 국밥에 소주 한잔 할 수 있고 풍물소리에 어깨를 흔들어보고 오광대 탈 짓에 웃을 수 있는 이것이 진정한 21세기 ‘동맹’이라 느꼈다.

    고성=천홍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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