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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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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 사천 실안노을길

경남의 길을 걷다 (36) 사천 실안노을길
갯바람에 몸 맡기고 가을바다와 함께 걷는 길
출렁이는 파도 위로 노을 지니 그리움 일렁이네

  • 기사입력 : 2011-10-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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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천포대교에 서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분령마을 방파제로 내려가는 길.


    실안해안을 따라 걷는 길.
     

    포토존에서 바라본 삼천포대교·초양대교와 바다 풍경.


    사천시가 조성 중인 이순신 바닷길은 모두 5코스로 이뤄져 있다. 제1코스는 사천희망길(정동면 대곡숲~사남면 초전공원, 13㎞), 제2코스는 최초 거북선길(용현면 선진리성~모충공원, 12km), 제3코스는 토끼와 거북이길(사천대교 입구~비토섬, 16km), 제4코스는 실안노을길(모충공원~늑도 유적지, 8km), 제5코스는 삼천포 코끼리길(남일대 해수욕장 코끼리바위~삼천포대교 공원, 11km)이다.

    이 중에서 제4코스인 실안노을길을 소개한다.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바닷가 도보여행길인 해안누리길 52선에 선정된 곳이자 한국도로교통협회에서 발표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상을 차지한 창선·삼천포대교가 있는 곳이다. 안내는 조영규 사천시 문화해설사가 맡았다.

    국도 3호선을 타고 삼천포 방면으로 가다 모충공원 이정표에서 내리면 된다. 모충(慕忠)공원은 충무공 이순신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개원했다고 한다. 지형이 마치 거북이 등을 닮았다고 하여 ‘거북등’이라고도 부른다. 근처 선진리성과 노량목(露梁牧)이 바라다보인다.

    모충공원을 둘러보고 해안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안내표지판이 비교적 잘 설치돼 있다. 다만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사천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멀리 사천대교가 보인다.

    모충공원을 지나 15분쯤 걸으면 삼천포마리나가 나온다. 이곳 바다는 내만이라 파도가 거의 없어 수상레저를 즐기기에 알맞은 곳이다. 요트가 여러 척 정박해 있다. 바다 건너는 비토섬이고 왼쪽에 높이 솟은 산은 하동 금오산이다. 날씨가 좋으면 남해대교도 보인다. 방파제에는 몇 명의 낚시꾼들이 세월을 낚고 있다. 이 일대는 예부터 포도단지로 유명했다. 지금은 참다래와 배도 많이 재배한다.

    영복마을을 지나 약간의 고갯길을 오르면 툭 트인 한려해상이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마도, 저도, 초양도, 늑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 가운데 자리 잡았다. 무심히 자리 잡은 섬 사이로 몇 척의 배들이 한가로이 떠 있다. 해상 절경을 보면서 걷는 길은 전혀 힘들지 않다.

    해안관광로쉼터에서 100m쯤 내려가 산분령마을을 지나 바다와 마주한다. 그동안 약간 떨어져서 바다를 봤다면 이제부터는 바로 바다와 함께 걷는다. 산분령 마을 방파제에서 목을 축이며 갯바람에 몸을 맡긴다.

    이번 코스의 명소 죽방렴을 빠뜨릴 수 없다. 죽방렴은 길이 10m 정도의 나무를 갯벌에 박은 뒤 주렴처럼 엮어 만든 그물을 조류가 흘러오는 방향으로 벌려 원시적으로 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죽방렴에서 잡힌 멸치는 맛과 질이 우수해 지역 특산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마침 오전에 건진 멸치를 한창 말리고 있는 주민을 만났다. 어황이 어떤지 물었더니 “남강댐 방류로 육수가 많이 내려와 올해는 별로”라고 한다.

    실안관광단지 개발 택지에 마지막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삼천포대교 공원 못 미쳐 도로변에 ‘사진찍기 좋은 녹색 명소’라는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삼천포대교를 배경으로, 죽방렴을 사이에 두고 노을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사천시의 노력이 돋보인다. 행정이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하게 배려할 때 주민들은 감동한다.



    삼천포마리나에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인 채 산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실안해안에 설치된 죽방렴.


    ‘아, 일몰이다/저 장관에 失眼된다 하던가/모래바람에 눈멀어진 아재야 이모야/저 불길 속에 귓속 고름도 녹슨 가슴도/태워 버리자/노을도 열매 어둠도 열매/포구는 실한 열매로 實安 주려 기다리고 있다/달에 걸어둔 고향 이젠 내려 풀고/두레 두레 앉아보자/이모야 아재야’

    -강정이의 시 ‘실안포구에서’



    삼천포대교 공원이다. 사천시 대방동과 남해군 창선면을 연결하는 창선·삼천포대교의 입구에 위치한 공원으로 2003년에 조성했다. 특산물판매장, 야외무대, 관광안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초대형 유람선인 한려수도호 선착장이 있다. 여기서 매년 1월 1일 삼천포대교 해맞이 축제와 사천 세계타악축제가 열린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푸른 물결, 밤이면 삼천포대교의 야경은 근사한 추억을 선물한다. 인근에 횟집단지와 카페, 관광호텔 등이 있어 관광객들이 이용하기에 좋은 곳이란다.

    공원에는 ‘삼천포아가씨’ 노래비와 이 지역 출신 박재삼 시인의 ‘아득하면 되리라’ 시비가 있다. ‘삼천포아가씨’는 1960년대 연안여객선을 통해 하염없이 님을 기다리는 아가씨 마음과 삼천포항의 서정을 담은 노래로 반야월 작사, 송운선 작곡, 은방울자매가 불렀다.

    삼천포대교 밑에서 듣는 전설 하나. 드문 돌 바위에 실린 이야기다. 지리산에 살고 있던 과부 할머니가 늑도에 살면서 뭍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돌다리 놓기를 했으나 치마가 헤지고 힘까지 부쳐 중도에 그만뒀다. 지금 늑도 북쪽 바닷가에는 과부 할멈 서답(빨래) 돌이라는 큰 바위가 여러 개 놓여 있으며 그 맞은편(대방과 실안의 중간지점)에도 늑도를 향해 큰 바윗돌이 드문드문 놓여 있어 이 돌을 ‘드문 돌’ 바위라 한다.

    전설이 마침내 연륙교로 실현됐으니 할머니의 집념이 이뤄진 셈이다. 어떤 이는 이 드문 돌을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격퇴하기 위한 군사시설로서 왜선을 파괴할 수 있는 밧줄을 잇는 버팀돌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삼천포대교 밑에는 대방 군영숲이 있다. 고려말 왜구의 노략질을 방비하기 위해 설치한 군영(軍營)이 있었던 곳이며, 임진왜란 당시 군인들의 훈련장과 휴식처로 이용되었던 곳으로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드디어 삼천포대교에 올랐다. 다리 위에서 아래 바다를 쳐다보니 거센 물살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대교에서 왼쪽편으로 화력발전소가 우뚝 서 있고, 수많은 섬들이 국립공원임을 알려준다. 흰 물보라를 일으키며 배는 어디론가 떠나간다. 초양도에 닿았다. 봄에는 유채꽃이 만개한다.

    다리와 다리가 이어지는 도로는 차량들이 많이 다녀 보행하기에 위험하다. 시에서 횡단보도와 안전시설을 설치해 주면 좋겠다.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를 걸었다. 그다음은 남해 창선대교인데 행정구역이 다르다고 그러는지 코스에는 안 들어 있다.

    늑도는 철기시대 해상 국제무역의 흔적이 있는 곳. 늑도는 길이 970m, 너비 720m, 면적 46㏊의 작은 섬인데, 커다란 패총이 형성돼 있다. 늑도패총은 1985년 경남도 지정 기념물에서 2003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450호로 승격했다.

    몇 차례 발굴조사에서 신석기 시대부터 초기 철기시대까지의 유물이 나왔다. 주거지 등 생활 관련 유물과 낙랑유물, 일본관련 유물 등 외래계 유물들이 대량 출토돼 활발한 대외교역과 중개지로서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적지다. 전시관 건립을 추진 중이며, 출토유물 중 2000여 점을 선별해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늑도에서 돌아나와 초양휴게소에서 일정을 마무리 짓는다. 멋진 일몰사진을 건지기 위해 택일에 고심했는데, 운이 좋았다.


    글= 이학수기자 leehs@knnews.co.kr

    사진= 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안내= 조영규 사천시 문화해설사

    ※이 기사는 경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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