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경남 노동계 분규 사업장 (5·끝) 대우조선해양

“부당한 매각 철회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

기사입력 : 2021-08-10 21:30:40

  • 지난 2016년, 전에 없던 불황이 국내 조선업계를 덮쳤다. 당시 정부는 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해 중소형 조선사 대상 통폐합·매각과 빅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상 고강도 인력감축을 실시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수주 가뭄을 넘어서 절벽 상태였고, 업계 불황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2019년 1월 31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매각을 기습 발표했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지침에 고용불안을 느낀 노동자들은 물론, 지역경제 타격을 우려한 경남 지역민들과 지자체, 정당까지 한목소리로 ‘매각 철회’를 외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4월 도청 앞에서 대우조선 매각 반대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경남신문DB/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4월 도청 앞에서 대우조선 매각 반대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경남신문DB/

    ◇산은, 대우조선 매각 발표= 2016년 극심한 수주 절벽이 이어지면서 대우조선은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 계획)’을 가동했다. 생존을 위해 스스로 확보해야 하는 자금(자구계획)도 1년 만에 1조8500억원에서 7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대우조선은 이동식 시추선 인도와 서울 사옥 매각 등에도 난항을 겪으며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었고, 글로벌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이 시기와 즈음해 작성한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한 컨설팅 보고서로 인해 계속해서 위기로 내몰렸다.

    맥킨지 보고서에는 조선 빅3 구도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빅2로 재편하고, 대우조선은 각 사업부문을 매각해 ‘1중’ 구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유동성 위기에 주식 매각이나 그룹 차원의 지원이 가능한 현대·삼성중공업과 달리 대우조선은 그룹에 묶여 있지 않아 재무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 보고서는 현실로 바뀌었다. 2019년 1월 31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국내 조선산업 구조를 빅3에서 빅2로 재편하겠다며 대우조선 매각을 발표하면서다.

    그해 3월, 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을 골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1·2위 기업간 합병으로 시장 독과점 우려 목소리에도 매각을 밀어붙였고, 2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한국조선과 대우조선의 인수·합병 성사를 위해 필요한 6개국(중국·싱가포르·카자흐스탄·일본·한국·유럽연합) 기업결합심사 중 아직 일본·한국·유럽연합(EU)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 수많은 매각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에도 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과 체결한 현물출자·투자계약 기한을 3차례나 연장했다.

    ◇노동자·지역민, 매각 반대 투쟁 ‘합심’=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일방적 매각 추진 사실을 확인하자 마자 즉각 반발에 나섰다. 동종사인 한국조선으로의 매각이 진행되면 고용 불안정이 필연적으로 수반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산업은행은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매각절차를 중단하고, 당사자인 노조의 참여 속에 재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지역경제의 거의 절반을 떠받치는 기업의 매각 소식에 지역민들도 들고 일어났다.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 반대 지역 경제 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결성됐고, 이들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합병 관련 현장 실사를 막고자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정문에 천막 농성장까지 설치해 투쟁에 나섰다.

    대우조선 매각절차가 길어지는 과정에 조선업계를 덮쳤던 불황이 조금씩 걷히면서 각 정당과 지자체들도 매각 반대 행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거제시의회와 거제시를 시작으로, 창원·통영시도 대우조선 매각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우조선이 매각되면 지역 경제 전체가 붕괴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조선으로 편입될 경우 경남은 물론 부산 등 영남 전체에 걸쳐 있는 1200여개 협력업체, 10만 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되고, 나아가 우수 인력의 경쟁국 유출로 국내 조선산업 전체가 동반 몰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 등 조선업계에 새로운 호황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매각 반대 목소리에 힘을 더한다.

    대우조선은 조선업계 암흑기 동안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지난 2017년부터 4년 연속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부채비율도 2018년 말 210%에서 2020년 상반기 175.8%로 낮아졌다. 올해도 벌써 55억 달러어치(해양플랜트 포함 39척)를 수주하는 등 목표액(77억 달러)의 71.4%를 채웠다.

    서일준(거제)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경남출신 국회의원 13명은 지난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 증가, IMO(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로 인한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로 최소 10년간 조선업 초호황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명분과 실리 모두 없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강행하면서 대한민국 조선업 전체 신뢰도에 균열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 지회 관계자는 “대우조선 매각이 기자재 업체의 줄도산과 남해안 벨트 붕괴 등으로 귀결될 것이다.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인 대우조선을 현대 재벌에게 상납할 것이 아니라 다시 국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노동자와 지역민, 각 지자체와 정당은 부당한 대우조선 매각이 중단되는 날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