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권한대행체제로] 민선 이후 5명 중 4명 사퇴·구속… 7번째 권한대행체제

기사입력 : 2021-07-21 21:33:39

  •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경남도는 7번째 권한대행체제로 접어들게 됐다. 도민들은 김 지사가 추진한 역점사업 등 경남 도정 공백을 우려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임 3명 대권 도전 중도 사퇴
    김 지사, 법정구속→보석 과정
    임기 중 두 차례 권한대행 체제

    도민, 최종 결정권자 공백 따른
    코로나 방역대책 차질 가장 우려
    잦은 대행체제에 대한 불만도

    21일 오후 창원중앙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김경수 경남도지사 징역 2년 확정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21일 오후 창원중앙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김경수 경남도지사 징역 2년 확정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경남도정 권한대행만 7번째= 경남도는 1995년 민선 1기 출범 이후 취임한 5명의 도백(道伯) 가운데 4명이 중도 사퇴하거나 법정 구속되면서 그동안 6명의 권한대행이 지사직을 수행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김 지사가 지사직을 상실하면서 행정부지사인 하병필 도지사 권한대행이 도정을 맡게 돼 ‘7번째 권한대행체제’가 현실화됐다.

    역대 민선 단체장들의 행적을 보면 김태호 도지사를 제외한 김혁규, 김두관, 홍준표 지사는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대권 도전을 위해 도지사직을 던졌다.

    김혁규 전 지사는 지난 2003년 12월 15일 중도 사퇴했다. 장인태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이 됐지만 그도 2004년 6월 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사표를 냈고, 다시 김채용 행정부지사 체제로 전환됐다. 이후 2010년 당선된 김두관 전 도지사는 취임 2년여 만인 2012년 7월 6일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사퇴했다. 임채호 행정부지사가 그해 12월 19일까지 권한대행을 맡았다.

    2012년 12월 보궐선거로 당선돼 연임에 성공한 홍준표 전 도지사는 2017년 4월 9일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중도 사퇴했다. 류순현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을 맡다가 2017년 8월 한경호 행정부지사가 권한대행을 이어받아 지난 2018년 7월 민선 7기 출범 전까지 열 달 넘게 도정을 맡았다.

    김경수 도지사는 역대 민선 경남지사 가운데 유일하게 중도사퇴가 아닌 형사처벌로 두 번의 권한대행체제를 만들었다. 김 지사는 지난 2019년 1월 30일 1심 선고 공판 이후 법정 구속되면서 박성호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이 됐다. 김 지사는 항소심 재판 진행 중 보석으로 풀려난 뒤 77일 만에 도정에 복귀했지만, 이번에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로 끝내 직을 잃게 됐다. 하병필 권한대행체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잦은 권한대행체제에 도민 ‘한숨’= 권한대행체제로 바뀐다고 도정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은 앞선 권한대행체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라 도민들의 한숨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도지사 공백으로 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 방역대책은 물론 부울경 메가시티 조성 등 김 지사의 역점사업, 그리고 산적한 도정이 힘을 잃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도민들의 가장 큰 우려는 최종 결정권자 공백으로 인한 방역대책 차질이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가뜩이나 오락가락하는 방역대책으로 혼란을 겪거나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데, 불만이나 민원이 대거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권한대행체제 하에서는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산호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법진(36)씨는 “코로나19가 다시금 확산하면서 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경남도 전체를 총괄하는 도지사 자리가 비게 돼 걱정이 크다”면서 “특히 김경수 지사의 경우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의 물꼬를 트는 등 재난상황 속 대책과 실행력이 증명된 만큼 김 지사 없는 경남도가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을 위해 어떤 결단력을 보여줄 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내 청년들은 김 지사가 강조했던 청년정책이 힘을 잃을까 우려를 드러냈다. 김 지사는 최근 △광역 대중교통망 확충을 통한 동일 생활권·경제권구축 △청년이 가고 싶은 일자리 늘리기△교육·인재 양성 △청년 주거·문화·참여 △부울경 메가시티 등 청년이 살고 싶은 경남을 위한 5가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정인혁(25·통영·대학생)씨는 “김 지사는 남은 임기 1년간 청년정책 추진에 매진하겠다고 밝혀 기대가 컸다”며 “이렇게 도정 공백이 생기니 취준생 입장에서는 정책이 힘 있게 추진되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첫 불명예 퇴진으로 인한 도정 신뢰도 하락과 잦은 권한대행체제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창원의 30대 직장인 조양수씨는 “첫 불명예 퇴진이라 도정 신뢰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며 “권한대행이 잦았던 경남도 특성상 도정 내부에서 잘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부 김성자(53·창원시 의창구)씨는 “예전에 대선에 출마한다며 그만둔 (김두관·홍준표) 전 도지사에 이어 김 지사도 어쨌든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된 것 아닌가. 지금까지 해오던 일들은 다 어떻게 할건가”라며 “끝까지 자신의 일을 책임지지 못하는 경남도지사의 모습을 또 보게 돼 화가 난다”고 말했다.

    도영진·이한얼·김용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