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지사 유죄 판단 근거] 대법 ‘김경수 킹크랩 인지… 댓글조작 묵인’ 인정

공직선거법은 원심 그대로 무죄

기사입력 : 2021-07-21 21:22:42

  • 대법원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김동원과 공모해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댓글조작을 벌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1심부터 상고심까지 내내 김 지사 측은 “킹크랩이라는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에 대해 들은 적도, 시연을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김 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피고인과 김씨 사이에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순위조작 범행에 관한 공동가공의 의사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킹크랩’ 인지 여부 쟁점= ‘댓글 조작 사건’의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댓글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였다. 김 지사 측은 이를 입증할 직접증거가 전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드루킹’ 김동원씨의 보고자료·프로그램 시연 기록 등을 토대로 유죄로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특검 측은 킹크랩 개발에 사용된 ID가 원래 1개였다가 김 지사의 방문일을 얼마 앞두고 3개로 늘어난 것은 시연을 위한 준비라고 해석했다. 특히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실무진이 수사 초기 김 지사 방문일이 특정되기 전 시연 스마트폰을 지목했는데 해당 스마트폰에서 실제 방문일 시연으로 추정되는 로그내역이 발견됐다는 점을 핵심 증거로 들었다.

    김 지사 측은 개발 ID 개수의 변화는 이미 예정된 개발 절차였다며 경공모 회원 PC에서 발견된 문건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김 지사가 현장에 도착해 회원들과 닭갈비 식사를 한 시간을 고려하면 시연이 있었다고 주장한 때와 로그기록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일 김 지사의 동선이 완벽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김 지사가 시연을 참관했다는 의심은 합리적이라며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해당 범행에 대해 본질적으로 기여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므로 공모공동정범으로서 댓글조작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아 유죄로 인정한다”고 했다. 또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이유불비 또는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했을 때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하는 ‘공동정범’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려면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이 필요하다. 이때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즉,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댓글조작’이라는 범행을 위해 드루킹 김씨와 김 지사가 서로의 행위를 이용하며 자기 의사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김 지사가 손수 댓글조작을 하진 않았더라도 전체 범죄에서 지위나 역할, 장악력으로 봤을 때 단순한 공모자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며 기능적 행위지배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직선거법 무죄 확정= 대법원은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린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특검 측은 김 지사가 김씨와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경공모 회원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센다이 총영사 제안이 지방선거와 관련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며 대선 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지원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봐야 한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선거운동의 대상인 후보자가 아직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운동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부분에 대해 법리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선거운동의 대상인 후보자가 특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장차 특정될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과 관련해 이익 제공 등을 한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 지사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제안이 6월 지방선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특검이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해 무죄를 유지한 셈이다.

    이상권 기자 sky@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