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경남 노동계 분규 사업장 (2) 사천 지에이산업

생존권 사수 투쟁 1년… “위장폐업 철회·원직복직을”

기사입력 : 2021-07-19 21:15:46

  •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이른 폭염으로 너도나도 냉방기기를 찾고, 이에 전력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전력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볕’ 여름, 사천 지에이산업 해고 노동자들은 피서책이라고는 나무 그늘이 유일한 경남도청 앞에 천막을 치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오늘도 흐르는 땀조차 제대로 닦지 못한 채 양손에 피켓을 들고 경남도청 앞에서 사측의 위장폐업 철회와 해고자 원직복직을 외친다.

    작년 매출 감소 이유로 폐업 선언
    원청·하도급 노동자 60여명 실직
    지난 2월 도청 앞 천막농성 돌입

    지난 4월 폐업신고 사업장 말소
    설비 남겨 위장폐업 가능성 주장
    노조, 경남도에 사태 해결 촉구

    전국금속노조 지에이산업분회가 경남도청 앞에 천막을 설치한 후 폐업 철회 요구 집회를 갖고 있다./경남신문 DB/
    전국금속노조 지에이산업분회가 경남도청 앞에 천막을 설치한 후 폐업 철회 요구 집회를 갖고 있다./경남신문 DB/

    ◇경남도청 앞 천막농성 5개월= 지에이산업은 사천항공산단 내 항공기 동체 부품 표면 처리업체다. 이곳의 제품은 공정별 5개 업체에서 생산해 왔는데, 이 중 3개 업체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8월 매출 감소를 이유로 폐업을 선언했다. 이들 업체가 원청인 지에이산업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과정에 노동자 25명이 해고됐다.

    갑작스레 일터를 잃은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폐업하는 업체들은 원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소사장제(사업장 노동자가 생산라인·공정 일부를 맡아 경영책임자가 되는 것)’로 운영됐으며, 지에이산업이 도급업체의 경영이나 공정 등 운영 전반에 개입한 점 등을 근거로 사측의 ‘불법 파견’과 ‘직고용’을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지에이산업을 진주고용노동지청에 고발했고, 진주고용노동지청은 같은 해 12월 해당 사건을 창원지검 진주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 과정에 남아있던 2개의 지에이산업 하도급 업체도 폐업해 6명이 해고됐다. 이어 올해 초에는 지에이산업 원청도 폐업하면서 원청 노동자 35명도 일자리를 잃었다.

    검찰이 지난 3월 회사 대표를 파견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 구약식 처분하는 등 불법 파견이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원·하청 모두 폐업한 이후라 노동자들이 돌아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에이산업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2월 16일 경남도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옷차림만 얇아졌을 뿐,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름이 깊어가는 현재, 가림막이 설치돼 있음에도 천막 내부는 열기로 숨쉬기도 힘들어 이제는 선전전을 할 때가 아니면 천막 옆 나무 그늘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노동자 “위장폐업, 주주 경남도 나서야”= 천막에서의 하루는 153일이 됐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만 있다. 지난 4월 7일부로 폐업신고가 끝나 사업장이 말소됐고, 현재는 증축건물의 철거와 매각 등의 절차만 남아 있다.

    노동자들은 증축건물 철거 여부에 주목했다. 노동조합의 위장폐업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고,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경남테크노파크 소유 토지·건물에 들어선 지에이산업은 지난 2014~2015년 공장 건물을 증축했다. 지에이산업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당시 경남테크노파크는 원상복구 조건으로 지에이산업 법인에 토지 사용 승인을 내줬고, 철거이행보증증권도 발급받아 임대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에이산업이 폐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증축건물 철거 여력이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 논란의 소지가 생겼다.

    노동자들은 “사천항공산단 내 항공기 동체 부품표면 처리 업체는 지에이산업 포함 3곳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물량이 회복된다면 이 3곳을 온전히 돌려야 들어오는 주문을 쳐낼 수 있다”며 “지에이산업 입장에서는 설비 등이 갖춰진 증축 건물을 그대로 남겨둔 채 사업장을 철수하고 나서, 이후 다른 회사를 차려 건물·설비를 그대로 이용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위장폐업 가능성을 주장했다.

    경남테크노파크 측은 지난 2월 “증축 건물 원상복구 등이 없으면 청산 동의가 어렵다”며 위장폐업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원상복구 이전에도 폐업신고는 진행됐다.

    이현우 전국금속노조 지에이산업분회장은 “노조는 회사가 불법 파견 혐의를 인정하고 직고용을 한다면 무급휴직도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했으나, 사측은 경영 악화를 빌미로 폐업을 강행했다”면서 “증축 건물 원상복구 절차 없이 전체 매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건물을 사더라도 땅은 경남테크노파크 소유이기 때문에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경남도 출자기관인 경남테크노파크가 지에이산업의 지분 14%를 소유하고 있는 점 등을 내세워 경남도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이 분회장은 지난 15일 경남 투쟁사업장 결의대회에서 “불법파견에 대해 준법을 요구했더니 사측은 폐업했지만, 건물과 설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청산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위장폐업이다”면서 “경남도와 테크노파크, 폐업 전 생산물량의 80%를 차지했던 KAI, 지에이산업 법인 모두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제 책임자들이 모여 합의를 이뤄야 한다. 사측 관련자이자 경남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경수 도지사가 앞장서 중재해 노동자, 경남도민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